전출처 : 가을산 > [FTA요지경] 황당한 협상들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맺었거나,  거의 협정이 마무리되어가는 나라들의 협상 내용 및 그 영향을 알리는 글들이 여기저기 조금씩 있습니다.  조각조각 그림맞추기를 하고 있는데,  그림이 참.....  ㅡㅡ;; 
WBC(World Baseball Classic)에서 미국이 '지맘대로 규정'을 만든게 전혀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 > 

* 의약품 특허기간을 TRIPS의 규정보다 훨씬 긴 50년으로 정했다. 
   (TRIPS에는 20년으로 규정됨. 이 20년도 WTO 이전의 15년에서 5년이 늘어난 것임.)
  50년간 한 약품에 한가지 제품의 독과점....
  싱가포르 때문에 동남아의 여타 국가들도 이같은 조항을 넣도록 압력받고 있다.

*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받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이 면제 혜택이 상당히 클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관세 면제를 받을 수 있는 물품에 대한 '원산지 규정'이 까다로와서 실재로 수출품 중에
   원산지 규정을 통과해서 관세 면제가 되는 물품이 극히 드물다. 

호주> 

* "특별한 우호관계"를 철썩같이 믿고 대문을 다 열어준 케이스.
   미국산 농산물 호주 수입은 즉시 무관세로 열어줌.
   대신 호주의 경쟁력 있는 특산품은 무관세 혹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5~18년을 기다려야 함.

* 다른 나라에서 약가절감을 위한 이상적인 제도로 생각되던 PBS가 FTA로 인해 위태롭게 되었다.
   기존 약과 효능이 거의 비슷하거나 같은 약들 - 그러면서 새로 개발되었다고 해서 두세 배 비싼 약들 - 은
   그동안 PBS의 약품리스트에 등재되지 못했었다.
   등재되는 약품들도 기존 약품에 대한 효능을 비교해서 그 효능 차이만큼의 약가를 인정받았었다. 
   그런데 이런 제한이 차츰 폐지되고 특허권도 강화되어서 PBS 및 의료보험제도의 기조가 흔들리게 되었다.
   우리나라 보험재정이나 보장범위는 더 열악한데 어찌될지....

* 호주/ 미국 양쪽 모두 자국의 '소규모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우대할 수 있게 했다.
   단, '소규모'라는 것이 호주는 종업원 20명 미만의 기업이고, 미국은 1500명 미만의 기업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제조업 기준 300명 이상의 직원을 둔 기업은 '대기업'으로 분류한다는데...
   우리의 대기업도 미국 가면 소기업이 되는구나~~~

파키스탄>

* 지난 3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의 파키스탄 방문에 맞추어서 예정되어 있던 미-파키스탄 양자간투자협정 조인식이 갑자기 취소되었다.

* 미국이 '최종 문안'이라고 더이상의 수정 없이 사인하도록 요구한 문건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대부분
  투자의 안전성 및 지적재산권과 관련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문제가 된 조항들 중 일부이다. 

 - 협정의 일부 조항에 대한 비밀 유지를 요구함  - 파키스탄측은 '비밀이 있으면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없다'며 이 조항을 거부했다.  (우리 노**은 뭐냐.... 협상 시작부터 협상 발효후 3년을 보장했죠.)

 -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할 때,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전에 손해가 발생하면 법적 절차를 거쳐서 파키스탄 정부가 그 손해를 갚아주어야 한다. 만약 파키스탄이 직접 갚기 힘들면 세계은행이 손해를 갚아주고 그 금액만큼 파키스탄의 부채로 처리한다. 
    (이게 무슨 소리냐? 사업을 하다가 보는 손해를 다 물어준다면, 나도 파키스탄서 사업하겠다. 절대 손해는 안볼테니까. ) 


과테말라>

과테말라는 미국과의 FTA를 채결하기 전에 이미 WTO TRIPS가 요구하는 수준의 지적재산권을 준수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지적재산권 조항에 부응하기 위해 작년에 추가적으로 제도를 정비했다.
개정된 법안에는 '국내법과 무역협정의 조항이 상충할 경우에는 후자의 조항이 우선한다'라고 명시되었다. 
자, 그렇게 해서 미국과의 FTA를 채결했다.

그렇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미국은 '아직도 배가 고팠나보다'. 
USTR는 미-과테말라 FTA가 발효되기 위한 조건으로 협정에 합의된 것 외에 
과테말라의 지적재산권과 보건정책에 대해 추가적인 개정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요구대로 개정이 된다면 과테말라의 지재권법이 미국보다도 더 엄격해지는 우스운 결과가 나오게 된다.

오죽하면 미국의 일부 의원들이 USTR 대표에게 "(FTA 협상을) 다른 국가의 입법 과정 혹은 법규를 다시 쓰도록 하는 기회로 이용되어서는 안됩니다" 라는 서한을 보냈을까.


멕시코>

멕시코는 북미FTA (NAFTA)를 통해 가장 먼저 미국과의 FTA 를 채결한 국가중의 하나이다.
멕시코의 수출 총액으로만 보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증가했고 수출 중심의 대기업은 늘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새로운 고용 창출은 상대적으로 미약했으며,
반대로 멕시코 국내의 중소기업들은 - 고용의 큰부분을 차지해 왔는데 - 큰 타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지방경제는 피폐해졌다.

이전에는 식량을 자급하고 수출까지 하던 농업은 이제는 필요한 곡물의 40%를 수입하는 처지가 되었다.
약 110만 개의 농촌 일자리가 없어져서 이들은 도시지역으로 밀려들고 있고,
한편으로는 약 500만명으로 추정되는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은 이 문제를 미-멕시코 국경지대에 벽을 쌓음으로써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태국> 

태국은 동남아 지역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미국과의 FTA 협상이 진전된 국가이다.
그런데 미국측의 의약품 특허권의 강화 요구 때문에 어려움에 처해 있다.

태국은 약 100만명이 HIV/AIDS에 이환되어 있고, 약 50만명이 이 병으로 인해 사망했다.
태국 정부는 2001년부터 HIV/AIDS 치료제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NAPHA" 프로그램을 시행해서,
HIV/AIDS확산을 억제하는 데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허권을 강화하는 요구를 태국이 받아들인다면, 태국 정부는 이 많은 환자들에 대한 2차약을 공급할 수 없게되며, 이는 태국 국민들의 상당수에게는 생명의 위협이 된다.

MSF(국경 없는 의사회)나 Oxfam(Oxford에 본부를 둔 빈민구제기구)같은 구호단체들이나 WHO(세계보건기구)도 의약품접근권 문제, 특히 제3세계에 만연해 있는 HIV/AIDS나 말라리아의 치료제에 대해서는
팔을 걷고 특허권의 남용을 반대하고 있다.

오죽하면 FTA Watch라는 태국 NGO에서 "우리가 니네 밥이냐?" 라는 포스터를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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