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역사산책
김규현 지음 / 정신세계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일본만화 <드래곤볼>,허영만의 <날아라 슈퍼보드> 모두 주인공은 원숭이 원작은 서유기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 같은 원숭이가 세상을 흔단다는 이 이야기의 뿌리는 티벳설화라고 한다. 

서유기의 앞 부분에는 역사의 출발점이 그려진다. 태초에 땅과 바다가 뒤바뀌다가 만들어진 남섬부주라는 커다란 대륙이 있다고 나온다.

이는 옛적 티벳의 설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가만 보면 지각변동설,판이론 등 현대과학의 발견이 잘 녹아 있다. 

히말라야 자체가 판의 충돌로 만들어졌고 이 곳이 원래는 바다였다. 그러니 티벳사람들이 자신의 생존공간을 설명하는 설화에 오랜 전승과 통찰을 담아낸 건 대단한 일이다.

무엇보다 원숭이가 꼬리를 스스로 뗴어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다윈이 훔쳐갔는지 모를 정도의 훌륭한 진화에 대한 통찰이었다.


티벳사람들의 강성기는 당나라때였다. 당의 공주와 결혼을 두 번 하여 부마,처남 사이라고 서로 호칭하였다.

당시는 힘이 무척 강해서 백제,고구려를 멸망시킨 당군의 수십만 군대를 단번에 몰살시킨 대 전투를 치렀다. 667년의 대비천 전투는 설인귀라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기억하는 당의 명장이 목숨만 살아 포로가 되었다. 하지만 투번은 이 장군을 용서하고 돌려보냈다니 품격도 대범한 나라였다.

투번의 당에 대한 승리는 한반도에 막바로 영향을 끼치는데 신라는 이 기회를 틈타 당군을 밀어 올려 자신의 영역을 차지했고, 만주에는 발해가 탄생하게 된다.

역사는 역시 동시대의 제국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제국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힘의 변화를 통해서야 이해가 된다.

작년에 서영교 교수의 <동아시아 세계대전>을 너무나 재밌게 읽었다.동아시아를 하나로 보면서 이해시켜주는 걸작이라 주변에도 꼭 권했다. 이 책에서 신선하게 받았던 티벳과 당의 전쟁의 원 이야기는 바로 이 책 <티베트 역사산책>에 뿌리가 있었다.


티벳의 군사력에는 흥미로운 발명도 일조를 했다. 미숫가루와 육포가 바로 티벳의 발명품이라고 한다. 전쟁터에서 말로 움직일 때 빠르게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목민들의 발명품이었다. 이게 몽골에서 대대적으로 채용되고 한국까지 건너와 우리 식탁까지 도달했다. 


지난번 건달의 뿌리는 간달파라고 언급했더니 여러 분들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는데 , 하나 덧 붙이면 딴따라의 뿌리가 티벳의 딴트라라고 한다.


나도 이 책을 들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여러 사실들이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티벳에 푹 빠져 공간을 누비고 이제는 히말라야 자락 네팔에서 엄홍길 대장이 만든 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가 있다고 한다. 한국이라면 아주 작은 돈으로도 여기서는 많은 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염소 한 마리는 100불이면 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산물로 한 가족이 살 수 있다.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는게 참 신기한 인연의 법칙이다. 


주변 지인 중에 히말리야를 두 번 트레킹 한 사람이 있다. 

무엇을 배웠냐고 물어보니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작다는 점, 그리고 아무리 움직이려 해도 몸이 매우 느리게 간다는 걸 이야기했다.


서유기와 우리의 삶의 인연도 계속 반복되게 된다. 어렷을 적 동화가 나이 들어서는 삶을 보는 지

혜가 되고 이제는 멀리 티벳과도 연결지어 진다.

서유기가 그려낸 세상은 히말랴야 처럼 넓다. 티벳이 만든 역사도 우리 상상을 넘어가는 넓은 범위다.

그렇게 광활하게 넓어지는 시야 속에서 나를 다시 돌아보면서 감탄과 질투 그리고 다시 삶의 의지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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