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요할 땐 다급하게, 쓸모없어지면 가차 없이
백시종 지음 / 새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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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백시종은 현대그룹 홍보실에서 10년 근무했다.

부장 승진 직후에 파면을 당한 억울함으로 낸 책 <돈황제>가 대박이 났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여자문제,노조파괴 등 치부를 적나라하게 담은 내용이 충격을 준 덕분이다.

정주영 회장이 국민당을 만들어 대선출마 하기 직전이고 신화는 없다는 이명박이 아직 현대에 있을 때다.

신화의 주역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가던 이들이 속살을 고대로 보여주는 이 충격적인 고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자명하다.

저자는 덕분에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다.

나중에는 자신이 가입한 문입협회에서도 왕따가 되면서 정신적인 고뇌가 많았다.


그럼 돈황제는 정말 필요하고 의미가 컸던 책이었을까?

내 생각으로는 얼마간은 필요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정회장의 모든 면은 아니다.

호색하고 노조탄압 한다고 해서 정주영의 대업적들인 중동 건설, 아산만 방조제를 배로 막은 것, 자동차 등 중후장대 산업의 기초 닦은 것들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즉 악인이라고 유능한건 아니라는 셈이다.

성격 드러운 건 대체로 재벌2세를 가까이 겪어 본 사람들이라면 알게 된다.


한면을 보는 건 필요하지만 그 한면만으로 모든 걸 해석하는 건 안된다.

지인 중에도 모 그룹 회장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 측근이었던 사람에게 들은 정보로 그렇게 비판해댄다.

나는 반대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가까이서 보면 좋은 면 보다 나쁜 면이 더 보인다.

오죽하면 시종의 눈에는 영웅이 없다는 격언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결코 시종이 영웅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시종이 영웅을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평가는 오히려 한발 떨어져서 해주는 쪽이 보다 의미 있다.


돈황제보다 이 책 팽은 과장 광고가 많았다.

MB가 정주영 배신한 것을 팽으로 취급하고, 진면목 등을 보여 MB회고록을 검증한다는 식의 광고 문구가 독자를 혹하게 한다. 하지만 실 내용에서는 극히 일부만 다루어졌을 뿐이다.

대부분은 돈황제를 내면서 벌어지는 주변 이야기들이다.


결국 저자에게 부족한 건 자기가 쥔 퍼즐로 전체상을 유추시켜내는 확장력과 균형감각이었다. 첫 소설로 퍼즐 조각은 달성했다고 해도 그 이후 수십년 동안 이를 확장시켜내지 못했다.

덕분에 제자리 맴돌고 약간 에피소드 붙여서 후다닥 만든 듯한 소설을 광고 문구 붙여서 마케팅하고 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시대가 변하고 정회장도 고인이 되니 이제 과거의 일들이 달빛을 맞아 문학과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허물은 감싸주면서도 정말 진짜 우리에게 오래 남길 가치가 무엇인지 물어가면 더 좋은 기획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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