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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세트 - 전4권 (무선) ㅣ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해리 포터 시리즈도 이제 종장을 향해 달려간다.
이모집에서 구박받으며 자라던 어린 소년도 이제 거의 청년이 다되어간다.
때로는 목숨을 거는 모험을 거치면서 어른도 갖추기 어려운 용기를 보였고
끝없는 호기심으로 새로운 것을 탐구해가느라 머리를 한 때도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전통적인 마법에 더해서 보이지 않는 마법망또, 상대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
머리속의 복잡한 생각을 끌어보여주는 펜시브 등 다양한 상상력의 산물을 알게해준다.
SF 소설이 상상력을 결국 실현시키는 과학의 원천이 되는 것처럼 해리 포터에서 등장한
마법들이 언젠가 인간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양탄자가 결국 인간에게 비행기라는
도구를 개발하게 만들어 꿈을 실현시켰던 것이나 아시모프의 과학소설들이
우주를 향한 발걸음을 이루게 만든 것이 모두 그러한 예다.
소설에서 포터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퀴디치 게임이다.
처음 관객으로 쳐다보며 부러워하던 이 게임에서 이제 팀의 주장의 자리에 올랐다.
한명의 날쌘 선수에서 팀의 성적을 책임지는 리더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희망자를 줄줄이 세워 면접하면서 평가를 하게 되고 한명을 새로운 포지션에 임명하면서도 다른 팀원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고민해야 한다. 덕분에 그 만큼 책임이 커지게 되었는데 이제 혼자 노력한다고 모두 잘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이렇게 책임이 커져가는 것은 그의 삶 전반으로 확장된다.
그를 아껴주던 사람들이 하나씩 떠남에 따라 스스로 설 수 밖에 없다.
어차피 부모 없는 고아로서 학교를 졸업한다면 당연히 닥칠 운명이지만 그는 거기에 더해서
그 시대의 운명인 볼드모트와의 대결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된다.
연령적으로 보면 어른들이 왜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할까 생각하며 때로 반항하게 되는 사춘기에 접어들어간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는 것 또한 마법사도 인간과 그리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걸 보여준다.
해리 포터의 세계가 인간의 세계와 유사하게 교차해 움직이도록 설정된 것은 역시
소년에게 강한 상상력을 자극하게 된다. 내가 걸어가는 저 역의 플랫폼 하나를 통해
다른 세계로 훌쩍 넘어갈 수 있을까 하는.
영국은 해외에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으로서의 경험을 했기에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키워주는
문화가 발달했다고 생각된다. 해리 포터가 모델로 삼은 사립학교 체계도 그렇고
어려서 읽은 15소년 표류기와 같은 문학에도 그런면이 나타난다.
어떠한 시련에도 맞서서 당당히 헤쳐나가야 하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오늘 자신이 미운오리 새끼의 대접을 받는 백조라 여기는 어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럼 어른들은 왜 이 소설을 읽을까? 어른도 한 때 아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꿈 꾸었던 자유롭게 활짝 펼져진 세상이 이제 딱딱하고 반복되는 차가운 현실로 변했지만
그래도 가끔은 자유로왔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기에 잠시 빠져들어가본다.
꿈과 상상력이 다시 살아날 때 우리의 주변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