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꿈의 도시 파리 기행 - 세계 인문 기행 3 세계인문기행 3
기무라 쇼우사브로 지음, 김수진 옮김 / 예담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파리의 반짝 반짝 빛나는 영상들을 눈에 선하게 만드는 책이다.
서양사 전공 교수가 집필했는데 사물 하나 하나에 깊은 애정을 담고 있어서 아주 디테일한 면모도 알려준다. 역사적 배경에 대한 기술 또한 풍부한 지식을 넓혀주어 정말로 가서 보고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도록 만든다.

파리의 전반적 인상은 우선 전통을 고수해서 쉽게 바꾸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었다.

노틀담 성당 보다 더 높은 건물은 지어서 안된다고 규칙을 정하는 통에 도시는 무척 평평하게 보인다.
어 그럼 표지에 담긴 에펠탑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산업화가 만든 규칙 파괴였고 논란이 치열했는데
어떤이는 안보이는 쪽으로 피해다녔다는 일화가 나오게 된다.
성당은 돌로 만들었고 세세하게 세공되었는데 비해 탑은 철로 만들어진 근대의 산물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미테랑의 새로운 파리 만들기 작업이었다. 이번에 공개될 영화 다빈치 코드에도
나올 루브르 앞의 피라미드를 비롯해서 여러 건축물들이 만들어져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도심의 개조는 나폴레옹 3세 이후에 별로 하지 않다가 고층 산업빌딩의 욕구를 참지 못해 도시 한쪽에
몰아버렸다고 한다. 전통에 대한 애정과 확장에 대한 욕구 사이의 타협이라고 보여진다.

프랑스가 왜 이렇게 전통에 애착을 가질까? 아마 루이에서 나폴레옹까지 시절이 유럽에서 프랑스의
지위가 가장 높았을 때라 그런게 아닐까 넌지시 짐작을 해본다.

그럼 누가 프랑스를 끌어내렸을까? 그건 혁명을 놓고 대립된 프랑스 내부의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혁명은 한순간에 끝난 것이 아니라 1800년대 내내 지속되어 계급간 갈등을 지속해서 가지고 있었다.
파리 코뮨에 대해 스치는 듯 표현되었지만 독일에 항복한 후 수만명의 코뮨지지자를 학살한 당시 정부군의
만행은 깊게 깊게 각인되고 만다. 홍세화의 책이 코뮨 무명용사의 벽에 대해서 묘사하는데 비해서
이 책은 정치적 갈등 등에 대해서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위고가 여러 소설에서 묘사한 것은 그렇게 서로 갈등하는 사회였다. 위선에 빠진 지도층 보다는
곱추에게 더 많은 애정을 가졌고 장기수가 오히려 더 남을 포용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레 미제라블에서
강조한다.
노틀담의 성당을 보면서 콰지모도의 절규를 느끼고 천천히 돌아다니다보면 어딘가에서 신분 상승의
욕망에 찬 쥘리앙 소렐을 만날지 모른다. 살롱을 돌아다니며 화려한 여성의 아름다움에 놀랐지만 결코
그들 발아래 서기를 거부했던 청년 소렐의 모습이 나타날까?

개선문 주변에서는 레마르크의 주인공인 망명한 의사의 흔적이 느껴진다. 전쟁을 상징하는 개선문의
모습은 그 영광에 가려진 숱한 민초들의 고통을 함께 느껴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파리에 어두운면만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아마 프랑스 사람들이 인류에 공헌한 것을
꼽는다면 우선 먹는 것을 들 것 같다. 세계 최고의 요리로 꼽히는 프랑스식 음식들에 대한 이해가
여기 저기 조금씩 나타난다. 엄청난 청구서와 함께 하지만 그래도 마음껏 즐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곳곳에 담겨진 미술품으로 가득한 박물관은 멀리 이방에서 온 많은 화가들을 품어안고 후원한 파리지앙의 심미안의 결과일 것이다. 지식을 새로 익혀 머리에 담기 보다는 하나의 공간을 한번씩 느껴본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맛, 멋 그리고 즐거움으로 이어지는 파리기행은 모두를 들뜨게 만든다. 젊어서는 돈이 없고 조금 더 나이먹어서는 시간이 없고 더 나이들면 감성이 없어지기에 여행은 쉽지 않다.

어쨌든 파리는 한 사람의 시각으로 모두 다 그려지지는 않을 것 같다. 각자의 마음에 서로 다른 감상을 남길 수 있고 언제 가도 새로움을 줄 수 있는 그런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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