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선택들 - 힐러리 자서전
힐러리 로댐 클린턴 지음, 김규태 외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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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의 아내이고 다음 미국 대선의 유력한 후보다.

그녀가 당선이 된다면 부부대통령인데 갑자기 내 머리에 측천무후가 떠오른다. 낙양의 용문석굴에 자리잡은 의젓하고 단호한 그녀의 모습을 불딴 불상의 이미지와 포개진다.

오바마와 경쟁하면서 거의 될 뻔했던 그녀는 초대 국무장관을 맡아 자신의 기량을 펼쳤다. 신인이었던 오바마에 비해 퍼스트 레이디로서 세계를 돌아다녔던 그녀의 인맥과 경륜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도 그런 활약상을 주로 다루며 힐러지 자신의 이미지 부각을 의도한다. 최종 목표는 역시 또 한번의 대권 도전이니 말이다.


내용은 매우 훌륭했다.

국무장관을 위한 전세기를 타고 전세계를 빠르게 이동한다. 거의 쉴틈 없이 다니는 힐러리의 여정을 따라 우리의 독서도 일종의 세게여행이 된다. 짐 로저스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세계를 돌아디니며 여행과 돈을 이야기했는데 비해 힐러리는 세계를 날라다니는 독수리 같은 모습이었다. 주로 미국의 이권과 명분을 이야기한다. 이익은 특히 미국의 자존심이 걸린 중동지역의 조정, 이라크와 아프칸의 전쟁 방향이 많다. 중동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석유다. 이를 간명하게 경제학과 지정학이 만나는 자리에 에너지가 있다는 문장으로 표현한다.

아프간 전쟁을 확대할 것인가 등과 관련한 내용은 꽤 흥미로웠단. 오바마가 이라크는 줄이고 아프간으로 좀 더 몰두했는데 완전한 승리는 어차피 쉽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미국 내의 확전이냐 아니냐 논쟁은 지금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바로 IS와의 전쟁까지 이어지고 앞으로도 논란이 될 것이다. 미국의 전술 변화 등은 그래서 더 유용하게 이해된다.

이 대목은 최근에 읽은 크리스토퍼 힐 주한대사의 전기와도 일부 포개진다.

물론 클린턴의 책임이 워낙 크기에 그녀의 시각은 <사기>라는 역사책으로 보면 세가, 크리스토퍼는 열전 정도로 비교할 수 있을까 한다.


책의 하이라이트 하나는 빈 라덴 사살 작전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같이 흥미롭게 묘사된 이 작전은 성공했지만 많은 논쟁과 위험을 안고 있었다. 이른바 동맹인 파키스탄과의 외교적 분쟁이 당연히 예견되었지만 힐러리는 강하게 밀고 나갔다. 미국의 오만함이 역시 드러나는데 여기에 대해서 파키스탄의 백성들은 광범위하게 반발한다.

힐러리가 파키스탄 여자 대학생의 당돌한 질문을 받고 당황하며 반론하는 대목은 그래서 흥미로웠다. 여학생의 질문은 <드론의 공격성과 비인도성>이었다. 

최근 파리 테러를 놓고 미국의 전직 드론 조종사들이 자신들의 이견을 제시하였다. 한사람당 제대할 때 수천명을 학살한 전형적인 비대칭 전쟁이었다. 미국에서 이라크를 침공할 때 대량학살 무기를 제거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는데 중동에서 드론은 화학무기 이상으로 막강한 과학기술이 발명한 살인무기가 되었다.

힐러리의 답변은 역시 국가의 안보를 최우선하는 국무장관 답게 제한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긴장이 덜 한 나라들의 탐방은 가벼운 여행 같이 보인다. 남미의 가난해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티, 서로 우호가 필요한 나라들의 중재 등이 그렇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사진이었다. 세계정상과 같이 찍은 여러 장면들은 국가지도자의 성격, 국가의 운영 스타일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였다.  미얀마는 황금빛을 보여주는 사원들이 나왔는데 정말 화려하였다. 이 나라가 드디어 개방되고 민주화를 해가면서 많이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북한과의 사진은 아쉽게도 휴전선에 도달했을 때 북한병사가 힐끗 쳐다보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또 하나는 더욱 아쉽게도 북한접경지대에서 풀려난 미국인 기자둘의 회견장면이었다. 

나로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왜 오바마 8년간 한반도의 평화는 진도가 나가지 못했는가였다. 

남한에 보수정권이 계속 들어섰던 것은 한계였다. 하지만 북한이 주는 시그널들도 우호적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오바마의 금융개혁이 미흡해서 양극화를 가져왔던 점은 비판받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란과 쿠바와 관게개선을 한 일은 역사의 평가를 받을만하다.

그렇다면 더욱 왜 북한은 그렇게 평화로 가는 열차를 타지 못했을까 하고 물음을 던지게 한다.


책에는 모든 내용이 담기지 않는다. 아마도 물밑에서 많은 협상과 비판이 나왔을 것이다. 거래제안 또는 반대 등. 

나는 클린턴 정권 말미의 방북이 갑자기 무산된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처음 오바마가 들어섰을 때 이렇게 중지된 화해가 다시 진행되기를 원했었다. 하지만 8년이 다 되는 이 시간에도 진도는 나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악화되고 불안이 늘어가고 있다.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국산 고속철이 북한에 놓인다고 한다. 러시아는 나진항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의 철도를 연장한다. 러시아,한국,일본의 철도는 궤도의 폭이 다르다. 도대체 이렇게 사방에서 뻗어나가는 힘이 한반도까지 이르지만 도대체 한국은 무슨 이니셔티브를 쥘 것인지 아무것도 하는 일 없어 안타까움을 느끼다.

요즘 해외 정상들은 한반도를 들르지 않고 있다. 이유는 뻔하다.

세계의 각국은 혁신이 살길이라는 점을 알고 최고의 인물을 지도자로 뽑으려고 혈안이다. 이미 유리천장을 뚫은 메르켈은 공학박사로서 환경문제에 깊은 조예를 보인다. 시진핑은 나도 최근에 빅데이터와 한시를 모두 다룰 수 있는 탁월함에 대해서 리뷰로서 간단히 요약해보였다. 아베는 다른 건 몰라도 주가 하나는 확실히 살려놓았다.


이 책의 힐러리 또한 자신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이 책을 통해서 설득력 있게 전개해 보인다.


도대체 한국은?

리더십이 실종되어 가는 한국이라는 배의 앞으로의 진로가 걱정되어 진다.

좋은 책의 독서치고 아쉬운 넉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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