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묵시록 카이지 14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카푸어, CAR POOR

외제차 타다가 재무적곤란을 겪게 된 사람들을 가르키는 말이다.

요즘 집 사기보다는 전세, 반대로 차로 자신에게 보상하느라 비싼계약을 했지만 미처 계산 못한 부담에 나가떨어지게 된다.


이 대목에서 내 머리에는 일본만화 카이지가 번뜻 머리를 스쳤다.

카이지의 청년들은 거품붕괴 후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닫혀가는 걸 보면서 좌절하게 되고 돈에 쉽게 손 댔다가 고역을 치르고 있었다.

종이 하나에 빼곡 이것저것 쓰여있지만 가만 보면 그 내용은 자신에게 무척 불리하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상대는 프로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아마추어이고.

돈 이야기하면 흔히 나오는 버핏을 보자.

만약 버핏이 당신 회사를 사겠다고 제안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우선 기뻐해야 한다. 하지만 계약은 하지 말아야 한다.

버핏은 가치투자로 유명한데 그만큼 현재의 가치는 저평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이 계약은 항상 상대를 보면서 해야 한다.

나보다 낫고 나보다 돈많고 그런 사람들과의 계약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계약서는 달랑 종이 한장이지만 당사자들은 서로 다른 미래를 보고 있다.


카이지에 나오는 재애그룹은 이제 얼굴을 바꾸어 한국에 무수히 진출하고 있다.

대부업의 대부분은 일본계들이 장악하고 있다.

인플레 시대라면 좀 더 노력하면 과거의 부담은 쉽게 떨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성장이 멈춘 디플레 시대는 이야기가 다르다.

일본 샐러리맨들의 목소리를 보면 연봉도 안오르고 직급도 안오르고 심지어 구조조정 될 줄 알았다면 누가 이런 계약을 했겠냐고 한목소리를 낸다.

그런점에서 한국도 유사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대부업 뿐인가?

지자체들이 하나같이 맥쿼리와 같은 인프라펀드들과의 계약으로 고생한다.

맥쿼리라는 이름도 잘 모르던 사람들이 덥석 사인한 계약은 대대손손 지역민들의 어깨위에 부담을 준다.

참고로 맥쿼리는 호주 총독으로 죄수들에게 너희들도 존중 받을 인간이다라고 사람 대접 해준 인물이다. 호주에서는 영웅이다.


어쨌든 이렇게 공부안하던 사람들이 꼭 문제가 수학에 있다고

수포자 구제한답시고 교육과정 고치겠다고 나선다.

수학에 나오는 확률 통계 조금 응용해서 미래 수익 계산법만 직접 해봤어도 이따위 계약 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무릇 배움이 중요한게 아니라 써먹는게 중요한데 이 대목에서 꽝이다.


얼마전 히트 친 영화 베테랑에서 명대사 하나가 들려온다.

사업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야 한다.

카이지의 주 싸움터인 도박장에도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


보이는 것을 잘 보는 것은 성실함이다.

적당한 지위까지는 무난해진다.

하지만 그 이상 가려면 보이지 않는 것을 잘 보아야 한다.


계약상대방의 의도와 그가 쳐놓은 덫에 갇혀 헤메는 나의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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