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전업 굿모닝 독학 일본어 첫걸음 (무료 동영상 강의, MP3 무료 다운로드, 워크북, 핸드북) - 최신 개정판
정선영 지음, 오현정 감수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적인 것은 무엇일까? 

묻는 내게 지인은 일본 드라마 <리걸하이>를 추천해주었다.

주인공은 남녀 변호사, 특히 남주인공의 캐릭터가 독특하다.

돈만 주면 뭐든지 맡아서 꼭 이겨내는 백전불패의 변호사다.


여기서 무엇이 일본적인가 하는 질문을 다시 정리해보자.

한국과 일본은 무슨차이가 있나와 함께 현대의 일본은 과거의 일본과 어떤 차이가 있나를 따져보고 싶었다.

현대의 일본은 거품붕괴 이후 저성장에 놓여 있다.

돈의 변화는 관계의 변화를 가져온다.

관계의 변화는 또 존재의 변화를 가져온다.

곧 현대의 일본인들은 어떤 모습일까를 묻게 되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우선 직업이 변호사다.

전문직으로서 그는 자기 분야에서 승률 100%를 자랑하는 솜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발만 넘어가면 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가령 4서5경이 무엇? 이렇게 물어오면 갑자기 서유기 이런 답이 튀어나온다.

백전백승이라는 강점이 설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성장에서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더라도 쉽지 않더라, 안돼더라 라는 심리를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무조건 이기는 법이 있다면 하고 말해주면 귀를 솔깃하게 된다.

닥터X의 여의사 다이몬이 하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성격은 모두를 잘 해버리면 또 허망해진다. 약간의 여유, 아니 전문성 바깥에 있어서는 적당히 약해보여주는 쪽이 좋다.

다이몬이 항상 돈에 쪼들려서 먹을 것을 사달라고 조르고, 또 제대로 돈 관리는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럼 그렇지 사람이 다 잘할 수 있나 하고 관객들은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런 면에서 전문가라면 괜찮은 캐릭터가 된다.


전문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리걸하이의 좋은 점은 교양을 늘려준다는 것이다.

법에 대해서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지만 육번전서를 놓고 공부할 수는 없다. 이런 욕구를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채워주는 건 또 다른 강점이다.

닥터X 또한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일하는 방식 또한 강점을 준다.

주인공들은 조직에서 떨어져나온 프리랜서들이다.

거대 조직에 놓여 있는 개인들의 충직한 모습이 아니라 내 멋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인이다. 일본의 그간 성공이 거대조직을 만들어 하나로 뭉쳐서 이루어냈고 이를 위해 개개인의 자유가 포기되었다. 반면 현대의 일본인들은 그래봤자라고 무얼 얻는데 라고 반문하게 된다.

그래서 아예 이탈한 사람도 있고, 잘해야 비정규직 하며 자조하는 사람도 있다.

어쩠든 사람들이 분절화되는 것, 관계가 한덩어리가 아니라 갈라져서 자신의 길로 가게 되는 면이 드라마에 잘 나타난다.

그렇다면 차라리 혼자서서도 아주 잘 살아가는 모습은 그들에게 얼마간 대리만족이 된다. 물론 지금도 일본인들 상당수는 대기업에 있고 전통적인 메이와쿠 인간관계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속마음은 이게 과연 계속될까? 꼭 이렇게만 살아야 하나 등의 마음은 있다.

대리만족의 한 영역은 먹는 것에서 나타난다. 매번 맛난 것들이 등장한다.

도대체 핫토리라는 사무장은 뭘 하던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매번 멋진 음식을 내와서 모두를 만족시킨다.

소유하지만 활용할 수 없는 차량과 요트는 과시일 따름이지만 먹는 것은 모두에게 주어진 즐거움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최근 디저트 바람이 부는 건 일본의 영향이 크다.

얼마전 롯데호텔을 갔더니 지하에 새로 생긴 디저트 카페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 디저트 카페는 오사카에서 날라왔다.

먹는 것을 작은사치라고 한다. 그 사치의 풍조도 가볍게 흘러 흘러 한국까지 바람을 일으킨다.


이런 화려하고 유능한 주인공들이 만나는 사회문제는 무엇이 있을까?

하나 하나가 다 한국에는 시사점이 될 만한 주제들이다.

시골 간장공장의 상속 문제는 롯데가 연상되고

화학공장의 공해는 삼성반도체가 떠오른다.

아이를 몰아붙여 병이 들게 되자 친권소송이 나오게 되는데 아마 한국도 점점 이런 일이 늘어나지 않을까?


웃고 떠들며 일본읽어내는데 드라마는 매우 훌륭한 소재가 되었다.

더해서 일본어 공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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