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7 이병주 전집 16
이병주 지음 / 한길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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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이승만의 권력은 정점을 지났고 빠져나가는 힘을 붙들려고 각종 강권을 쓰면서 버텨낸다.

사뭇 안쓰러운 풍경이다.

나라를 만들었지만 그 나라를 잘 꾸려나갈 성숙한 정치의식은 키우지 못한 덕분이다.

이종문도 예전 같지 않다.

권력과의 줄이 약해지니 사방에서 똥파리들이 몰려온다.

특히 이기붕이 보낸 깡패들까지 와서 돈 달라고 설친다.

당대의 풍경들이 대체로 그랬을 것이다.

이종문이 이 정도면 다른 재벌들은 또 얼마나 시달렸을까?

잘해야 경찰, 못하면 깡패가 설치면서 권력을 친위대로 만들어가니 이승만의 실체도 점점 거북해진다.

국회의원 이종문, 아마 그의 첫 번째 출마에서 터져나온 출사표 격인 연설은 꽤 쓸만했다. 하지만 뒤로갈수록 배은망덕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서 서서히 종장은 다가온다.

이대통령의 신임이 떠나고 권력과 붙들어맨 줄도 떠나고, 

역시 노름판 한 끗발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바람이 쎄게 불면 잘 해서 뛰어오를 수는 있지만 내실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결국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종문의 사업은 지속되지 못했다.

그의 경력도 마감이 되어간다.


이 대목에서 청와대의 측근들 상당수가 재판 받고 처벌 받게 된다.

이종문이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적당히 무식했던 것이 장관 감투 쓰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자위한다. 웃어야 할지 비웃어야 할지 기묘한 대목이다.


이렇게 한 시대의 풍광을 소설 한편에 뭉뜽그려 집어 넣은 이병주의 솜씨는 대단하다.

이승만 권력의 중기 이후의 묘사는 아마 고대로 박정희의 치세에 넣어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다시 축소하여 재벌가의 흥망에 넣어도 된다. 이종문의 삶도 그렇다.

산하가 유구하다고 하지만 인간도 잘 변하지 않는다.

덕분에 오래된 빛바랜 책을 도서관에서 뒤져 읽어가는 내 눈에도 그런 순환이 들어온다.


소설로서의 역사는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까?

소설로 역사를 대체해보는 자세가 과연 얼만 효용있을까?


5.16 직후 혁명재판에서 10년 형을 받고 감옥에 갖혀 사마천을 읽으며 소설가로서의 결심을 굳힌 이병주.

그의 결심은 몇몇 수작으로도 충분히 그 값을 한 것 같다.

여느 역사책보다 과히 나쁘지 않고 때로는 더 뛰어난 통찰을 보여줌은 그의 모델이었던 발자크에 대한 찬사와 비견할 바다.


역사를 소설로 이해함.

쉽지 않지만 이병주의 노력에 대한 찬사를 보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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