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골드만삭스를 떠난 이유 - 나는 더이상 고객을 멍청이로 부르고 싶지 않았다
그레그 스미스 지음, 이새누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골드만삭스.

미국 재무장관을 여럿 배출하고 투자금융 업계의 최고봉인 기업이다.

저자는 골드만삭스를 12년 다니면서 겪었던 일을 쭉 이어서 이야기로 만들어 이 책에 담았다.

들어가는 과정, 초년병에 맞닥뜨린 911테러와 이어진 금융불황,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의 현장 등 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살아남아 꽤 뛰어난 커리어 금융인이었다.

어느 스토리 하나만 집어 내서 읽어내도 흥미롭고 솔직하게 금융업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내 준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미국 투자금융업계가 궁금한 금융인들에게 강추하겠다.


저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태계 출신이다.

테슬라 창업자인 머스크도 똑 같이 남아공 출신에 유태인이다.

역시 변방에서 태어나 유태식 교육 받고 미국에서 교육 받고 잡 구하는 공식이 휙 풀린다.

로즈 장학금 신청했던 것도 비슷한데, 로즈는 클린턴도 받았던 장학금이고 창시자는 영국의 대표적 식민주의로 대박낸 인물이다.


책에서는 화려한 건물 속의 트레이딩 룸이 매우 낡은 방식으로 거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로는 수신호 아주 잘해야 전산에 기록하는 수준으로 전세계의 원자재와 굵지한 채권들 그리고 파생상품들이 거래된다. 

약간 의아할 수 있는데 이런 모습은 영화에 묘사된 그대로다. <마진콜>,<월스트리트> 등

지하철은 선진국일수록 낡았다. 금융시스템도 건물은 화려해도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은 때로 매우 낡아보인다.

그렇지만 이들이 중요한 것은 수시로 금융태풍을 일으킨다는 점이리라.

그리고 그 원인은 바로 탐욕이다. 


책의 매력은 나는 더 이상 고객을 바보로 부르고 싶지 않았다는 부제에 잘 나타난다.

고객을 똑똑함과 규모를 가지고 4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한 점은 매우 유용하다.

헤지펀드 등 스마트머니는 매우 작고 둔중한 돈이 훨씬 크다. 각국의 국부펀드와 연기금이 여기에 해당된다. 금리보다 조금 나은 수익을 주면 아주 만족하는 이 돈에 아마 한국의 국부펀드도 봉 노릇 단단히 할 것이다.

스마트와 바보의 차이는 똑똑함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이들 금융업자들은 명문대 출신으로 가장 말랑말랑할 때 뽑아다가 5년 가량 부리고 경쟁시켜서 다수를 탈락시킨다. 고기로 치면 안심 중에서 필렛미뇽만 먹겠다는 주의다.

나머지는 될대로 되라는 건가?


그리고 이들에게 막대한 보상과 특권을 제시하며 주당 7-80시간 일하도록 몰아간다.

몰입을 통해서만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보상은 특권적 소비다. 

물질과 통장에 쓰이는 숫자, 스톡옵션의 노예가 되도록 만들어진다


누가 한국의 금융이 세계화되고, 금융허브를 만들고 이야기한다면 쉽게 믿기 어렵다.

바로 이 책에 나오는 금융인들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저자는 이 정글 속에서의 인물들을 실감나게 묘사해낸다.

마치 내 눈앞에 살아 있는 듯, 덕분에 우리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 골드만삭스 곳곳을 체험하게 된다.

마이클 루이스 이래로 가장 빼어난 문학적 묘사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다.

월가의 보너스 잔치는 점령운동이라는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덕분에 저자의 뉴욕타임즈 기고와 이 책은 놀랄만한 반향을 일으켰다.

역시 아니 떈 굴뚝에 연기가 날리 없으니 말이다.

뻔한 듯 하지만 솔직한 이 고백이 금융개혁을 번번히 시도하지만 한발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임기 말에 다다르고 있는 오바마의 입장을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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