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물방울 41
아기 타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국립도서관의 웹툰전시회를 다녀왔다.

태블릿 위에서 전자펜으로 쓱쓱 그려가는 웹툰 제작 과정과 창작자들이 소개 되어 있었다.

컬러라는 장점, 독자와의 호흡 등으로 이제 만화는 스크린에서 scroll하면서 보는 것이야하고 말하고 있었다.

반면 일본 만화는 아직 인쇄물이 주종이다.

이 만화책 신의 물방울은 왜 살까?

과연 얼마나 종이 위에서의 만화가 지속될까? 하는 의문을 가지며 만화책을 읽어나가보았다.

만화 속 그림은 무척 많은 선으로 구성되었다.

와인 한 병도 그 배경은 풍광이나 만들어진 샤토가 함께 보인다.

이들 모두를 찬찬히 음미하면서 작가의 수고를 의식하게 된다.

웹툰의 생명은 저비용과 속도다. 즉 개인형 창작이고 아이디어의 반짝임이 주가 된다.

반면 일본만화는 집단의 산출물이다.

스토리,스케치 등이 역할 구분되어 있꼬 오랜 도제를 거치는 공방 형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을 일본의 독자들은 대가를 지불하고 소유를 해간다.

반면 한국은 휙 소비하고 유쾌하다고 하지만 직접 대가 지불은 매우 인색하다.

우리야 번역이라는 이름으로 싸게 소비하지만 만약 작가가 한국시장만 의식했다면 이렇게 화려한 작품을 지속해서 낼 수는 없으리라.

이 만화는 제작에 그림만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만화의 배경이 프랑스는 당연하고 호주,미국 등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기 때문에 소위 취재비가 꽤 든다. 원래 먹거리 만화가 돈이 많이 드는 장르인데 이 만화는 특히 더 그렇다. 밥이야 비싸야라고 하지만 와인은 끝도 없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걸 또 어설프게 그려내면 사실성 떨어진다고 독자가 난리이기 때문이다.

그 비싼 제작 비용은 결국 만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손에 의해 감당되는 것이다.

하여간 다시 돌아가서.. 

한국의 웹툰 작가들은 이런 폭넓은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물론 소수의 웹툰은 캐릭터로 제작되고 심지어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명세를 탄다.

하지만 공부는 젊어서 하는 것이다. 젊어서 직접 가보지 못한 세계를 만화에 사실적으로 다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한국 문화의 아쉬움이 드러난다.

드라마 시나리오도 치열하고 웹툰도 치열하고 영화판도 치열하고..

다들 열심히는 사는 것 같은데 잘 해서 성공하면 그 다음에 잘 해줄께 라는 말로 제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는 마다하고 꿈을 먹고 살라고 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인재의 장기적 육성과는 거리가 멀다.


세상에는 장학금이 필요하다.

젊은 때는 공부에 더 몰두 할 수 있게 밑지는 셈 치고 쏘아 준다는 식의 장학금도 결국 사람의 성장을 위한 토양으로 작용하며 길게 보면 사회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점점 셈이 명확해진다. 클릭수와 따라 붙는 광고를 잘 계량해내고 순위 변동은 작가들을 압박한다.

젊을 때 치열하게 단련되어서 좋지 않냐고도 하지만 ..

그럼에도 우리는 길게 볼 수 있는 인재, 깊게 그려낼 수 있는 인재의 양성은 거의 포기한 듯 보인다.


한국만화의 소재는 다양하다. 하지만 깊은 취재는 드문 편이다.

스토리작가를 깊게 관여시킬 수 있는 비용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취재 상당수는 책이나 웹검색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니 아무래도 사실성은 떨어질 따름이다.

미생이 직장 생활을 잘 그려냈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마과장 수준은 아니다.

거기서 나오는 갭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남는다.


그럴 떄는 일본만화에 손이 간다.

카이지,시마과장,히스토리에 등 걸작들은 오래 같이 남을 것 같다. 

아직은 우리는 이웃 일본의 장인형 시스템의 수혜를 같이 볼 수는 있다. 이렇게 깊은 시간 만들어진 만화에 대한 향수를 버리기 어려우니 말이다.


그렇지만 일본의 이 시스템도 무너지면 그 다음은 이라는 물음이 어렵게 머리에 자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