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 가치투자 10년의 기록
최준철.김민국 지음 / 부크온(부크홀릭)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VIP 투자자문 최준철,김민국 대표의 세 번째 책이다.


첫 책이 2002년에 나오고 세번째가 2013년에 나오는데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서울대 앞 낙성대에서 자그맣게 시작한 회사가 1조가 넘는 남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Top 레벨의 자문사가 되었다.

가치투자라는 당시에도 낯설었던 개념을 들고 세상의 문을 두들기던 용감한 대학생들은 이제 사장님들이 되었다.

그것도 작년 순익이 50억이 넘는 탑 퍼포먼스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책의 성격도 그에 따라 여러가지가 바뀌었다.

첫 책은 어떻게든 내 생각을 알아주세요 하며 세상을 향해 두들기는 모양새를 취했다. 내용도 자세하고 자신의 투자를 잘 설명하려는 꼼꼼함이 보였다.

두번째 까지도 책은 좀 더 상세히 성공사례를 드러내보이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제 책은 달라졌다.

포장은 아름다워졌지만 내용은 상당히 간단하다.

최근 성공사례나 미래 전망은 없다.

자신을 까보여야 세상이 관심 가져주는 단계는 이미 한참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진짜 VIP의 속살인 포트폴리오를 만나려면 많은 돈을 들고 가야만 한다.


여전히 솔직함은 있다. 

과거의 실패를 나름 솔직하게 고백한다.

2007년 올라가는 주가에 취해서 가치투자의 영역을 조선과 건설에까지 확대한 것이 화근이었다. 단기적으로 수익은 좋았지만 금융위기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시장 속에서 혼선을 빚었다.

매도하면 오르고 고객들의 항의는 이어지는 등 매우 어려운 환경이었다.

잘되면 잘되는대로 어려움이 생긴다. 과거의 성공에 젖어있는 자기 자신이 바로 적이 된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바닥치고 올라섰는지에 대한 기록은 솔직한 만큼이나 좋게 느껴진다.


가치투자 과정에서 만난 여러 인연에 대해 이야기해준 것도 괜찮은 내용이다.

이채원,허남권,넥슨의 김정주 등 역시 세상은 좋은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걸 배우게 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책 자체로 평가한다면 어떨까?

성공담 치고는 너무 예전 이야기에 머무른다.

투자 성공이야기로 유명한 소로스도 초창기에는 자신의 기법을 고스란히 담아서 실제 벌어지는 투자현장을 드러내었다. 나중에는 세계 경제와 정치에 대한 커다란 철학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올라선다.

이 책 열정은 좋은 내용도 담고 있지만 기본은 자신의 사업을 포장하기 위한 프로파간다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용물 이전에 포장지가 더 강조된다.

멋진 장정, 앞뒤에 담긴 많은 사람들의 추천 이야기 등.

투자의 세계에서 본질은 성공이다.

그 성공은 어데서 찾아야 할까?

2002-4년에 나온 오래된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치투자의 원조인 그레이엄과 버핏의 철학을 한국적으로 해석해나간 그 책들이 더 핵심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가치가 아예없을까?

그건 아니다.

첫 책을 쓰기 위해 남이 빌려준 회의실 한 곳에 앉아서 날 밤 새가면서 원고 정리하다 깜빡 잠에 들던 그 열정의 모습을 담고 있기에 가치가 있다.

단 투자기법이나 포트폴리오,미래에 대한 코멘트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책값이 아까울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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