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실패 - 기업의 성공 신화에 가려진 진실
신기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양사태가 신문 지면을 가득 채운다. 

1조가 넘어가는 일반인들의 손실, 허망하다.


과연 이 사태를 예견할 수 없었을까?

아니다.

작년부터 경제 파워블로거들은 동양의 몰락을 예견했다.

그런데 그 글 뒤에 달린 수 많은 욕설 덕분에 접어야만 했고 마지막에 쓴 고언 하나만 남겼다.


물론 투자자를 속인 금융사, 오너 등 비난 받을 사람은 많다.

이를 방치한 당국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홀로 서야 한다.


그럼 왜 일반인들은 진실을 알기 어려울까?


거기에 훌륭한 대안 하나가 바로 이 책인데 기업 탐사보도 전문기자의 탁견을 담은 걸작이다.

신문에서 잡지에서 주변에서 찾기 어려운 기업의 이면을 잘 드러냈다.

가령 왜 LG전자는 이렇게 쳐지고 있는걸까?

독자들이 궁금해하지만 막상 신문은 선명하게 원인을 드러내주지 못한다.

이 책은 다르다.

Forbes 코리아에서 오랫동안 탐사보도를 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모아서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LG전자의 경우를 예로 보자.

10년전 잘 나가고 있었지만 갑자기 오너인 수장이 교체된다.

의사결정을 보면 가족회의가 있고, 기업 그룹간의 분리가 발생하면서 간판이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지주회사 전환, 배당 증가, 단기실적 증가 반면 장기 투자는 감소.

마침내 오늘날 삼성에 비해 확 쳐져버리는 허약한 기업이 된 것이다.


동양에서 분리된 오리온 그룹을 왕과 왕비로 비유한 모습도 재미있다.

물론 오리온의 담회장은 탁월한 식견으로 중국에 선제투자해서 오늘의 사업을 일궜다.

이 책은 그의 이력을 잘 보여주는데 화교로서 가진 단점이 역으로 중국의 부상과 맞물려서 장점으로 부각되는 것, 이를 알아본 동양의 둘째 따님의 안목 등.

기업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니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들어준다.


삼성, NHN와 같이 잘 나가는 기업의 실패도 보여준다.

무너진 자에게 침을 뱉기야 쉽지만 그거야 아무나 하는 일이고

잘 나갈 때 스스로 경계하게 만드는 일이 어렵다.

이 책에 나온 한국의 기업들이 이제 창업을 넘어 수성, 도약의 길을 가고 있다.

<정관정요>를 보면 당태종이 끊임없이 쓴 소리를 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앞의 수나라가 리더의 전횡으로 단 27년만에 망한 것을 보면 정복왕조가 안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를 쉬지 않고 신하들의 고언을 듣고 돌아보며 자기 진화를 하였기에 당태종은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반면 이 책의 주인공들인 실패 기업들의 공통점은 일단 쓴 소리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네이버의 이해진 대표는 밥도 혼자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보고 싶지 않은 진실, 실패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을 때

기업도 투자도 다 같이 영속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