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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퀴디데스, 역사를 다시 쓰다 - 역사의 고전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어떻게 탄생했나
도널드 케이건 지음, 박재욱 옮김, 한정숙 감수 / 휴머니스트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도널드 케이건은 역사의 불멸의 고전인 투키디데스의 <전쟁사>를 효과적으로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이 책 보다 앞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으로 된 <전쟁사>해설은 정말 명쾌하게 난해한 저술을 대중에게 다가오게 해준다.
이 책에서 케이건은 다시 한번 중대한 도전을 한다.
투키디데스의 역사 서술이 사실은 수정주의적 목표를 가지고 수행된 일련의 작업이라는 걸 드러내려고 한다.
먼저 전쟁 자체의 역사적 의의를 살펴보자.
작은 반도인 그리스에서 수천년전에 약 30년간 치루어진 이 전쟁에서 인류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전략과 전술
민주와 일인지배라는 대조적인 정체의 대결
전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개인의 역량, 욕망 등
후일 이 전쟁은 토인비에 의해 <1,2차 세계대전을 통한 유럽의 몰락>에 비유되었다.
그것 말고도 인류는 무수한 교훈을 얻었다.
너무 많기에 벅차지만 나로서 이번 독서를 통해 얻은 바를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스팍테리아 전투
스파르타 앞 작은 섬에서 벌어진 이 전투에서 아테네의 신예 장군 클레온은
스파르트군 기발한 전술로 격파하고 300명을 포로로 잡는 개가를 올렸다.
중장보병에게 맞대결을 하지 않고 경무장병의 돌팔매를 이용해서 지치게 만드는 싸움방법은 큰 성과를 거뒀지만 시민적인 전투규범에서 벗어난 것이라 여겨져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이 발견된 것이다.
중장보병의 시대는 곧바로 민주주의의 시대였고 이로써 페르시아의 강군을 물리쳤다. 하지만 이제 전투에는 더 잘 무장된 기병과 아예 무장이 없는 경보병 모두가 참여하고 이를 최적화한 조합을 만드는 전략가의 시대가 된 것이다. 아테네인들은 그걸 잘 못느꼈지만 이를 잘 관찰한 후일의 알렉산더의 아버지 필립에 의해 실현된다.
변화의 씨앗을 가볍게 보면 안된다. 결국은 누군가에게 실현되기 마련이다. 끌고 갈 것인가 끌려 갈 것인가는 한 발 차이다.
2.아테네 제국의 허실
아테네는 페르시아와 맞서는 동맹의 맹주였다.
승리의 영광이 지나가자 여러 소국들에게 다가올 전투를 위해 전쟁비용을 분납시킨다.
이 돈을 가지고 아테네는 신전을 짓는다. 엄청난 규모이고 여기에 황금으로 치장한 신상이 놓인다.
조각가는 자신의 얼굴과 당시 지배자인 페리클레스의 모습을 새긴다.
여기에 불만을 가진 동맹국들이 서서히 이탈을 하려고 하고 이를 막으려는 아테네의 강제력과 부딪히면서 싸움이 시작된다.
내부적으로는 민주정이지만 외부적으로는 제국이 되어 버린 아테네는
올바름이 무엇인지 참여한 모든 이를 설득하는 힘을 갖추지 못했다.
3.리더십
도시국가의 제국으로의 전환은 시대적 과제였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후일 로마가 모범적으로 보이는 귀족과 시민의 연합, 권한과 역할의 배분이라는 정치의 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반면 아테네의 민주정은 매우 극단적이고 모순적인 의사결정을 연발하였다.
가장 황당한 일은
시칠리아 원정을 처음 시작한 것이 알키비아데스의 선동이었는데
막대한 돈을 들여 시작하고 나서 좀 지나가서는 알키비아데스를 신성모독으로 고발하여
적국으로 망명하게 만든다.
덕분에 전쟁은 결단력 부족한 니키아스라는 호인 스타일의 리더에게 맡겨지고 결과적으로 그는 전쟁을 망쳐버린다.
큰 일을 사람 좋은 유유부단한 리더에게 맡겨놓고 잘 되겠지 생각하는 건
무척이나 어리석인 일인데 이를 아테네의 민회는 자행한다.
4. 종합 소감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전쟁사>는 인간이 영광의 순간에서 추락까지가 한 걸음이구나 깨닫게 해준다.
성공은 오만을 부르고, 오만은 주변의 질시를 낳고, 더 나아가 스스로 어리석어 진다.
성공체험이 바로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걸 너무나 잘 보여준다.
많은 개인이나 기업이 망해가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리라.
M&A의 덫에 걸려 잘나가던 기업들이 몰락해버리는 건 한 순간이었다.
이카루스의 추락이라는 그림과 대비되는 아테네의 몰락 그리고 그 속에 드러나는 여러 이야기들이 머리를 스쳐간다.
PS : 참고로 이 책과 함께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보면 좋을 듯 하다. 왜 정체란 여럿이 존재하는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해주는 걸작을 읽는 즐거움이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