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그린 이 시대 50대의 인생 보고서
송호근 지음 / 이와우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아픔과 공감

송호근 교수는 참여형 사회학자다.

80년 봄 대학에서 시국선언문을 직접 썼던 참여자였고

박사연구를 마치고 대학에서 선 지금도 참여의 일종은 컬럼에 공을 들인다.

이 책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특이하다.

우연히 만난 대리기사와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동년배라 같은 시대를 살아온 공동체험과 함께 을 중의 을이라는 다른 처지에서 겪는 아픔을 나누게 되었다.

 

대학은 무엇하는 곳일까?

최근 들은 가장 신랄한 비판은 "논문공장"이라는 표현이었다.

기존의 타 논문을 부품 삼아서 짜집기라는 공정을 통해 다시 논문을 "제조"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고가의 부품과 오랜 수공으로 만들어진 제작물이지만 막상 사회적 효용은 장식으로만 쓰인다는 것이다.

이 장식품을 가장 잘 사주는 곳은 어디일까?

얼마전까지는 경영대였지만 지금은 행정대라고 한다.

왜냐고?

장식물의 가치는 착용자의 가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논문의 사회적 효용이 왜 없을까?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고속성장이다.

책에서 송교수가 탄식하지만 과학은 예측력 보다는 셜명에 치중한 학문이란다.

현실이 워낙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이론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

 

덕분에 일종의 인식 지체 현상이 나타난다.

세상이 휙 지나가는데 우리는 먼 옛날이야기를 가지고 다툼을 벌인다.

 

이런 상황에서 학문의 일익을 담당하는 교수도 자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뷰,송교수의 기존 컬럼,자기 술회적 회고 이야기 등 다양한 방식이 혼용된다.

다양한 사람의 날 목소리를 모았고, 여기에 학자의 코멘트가 달린다.

이 정도 이야기는 사회학자 수준이네 하는..

 

이론과 현실의 지체현상이 발생할 때 이를 해소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잠시 연구실을 떠나 거리를 걸어봄이 필요하다.

입을 닫고 귀를 열어 이야기를 들어 봄이 좋을 듯 하다.

거기서 발견되는 이론에 담기지 않은 날 소리를 들을 모아 보는 게 중요하다.

그 소리 안에는 "아픔"이 크게 담겨 있다.

빨리 달리고 부지런히 살았지만 이제 허탈감과 커다란 짐을 내려 놓지 못하는 이들이 안고 있는 아픔.

위로는 노부모, 아래로는 아직 독립시키지 못한 자식들이 모두 매달린다면 이제 나이 먹은 이들은 휘청댈 수 밖에 없다.

내 지인 한명도 이런 상황을 겪었다. 잘되던 고기집이 금융위기 때 폭삭 망하면서 수입은 없고 빚이 쌓이니 방에 발랑 뒤집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는 여전히 장보러 가고 아이들은 학원을 보내더라는 것이다. 누구도 짐을 덜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이 겪게 되는 쓰라림은 단지 돈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가장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송교수의 젊은 날이 참여형 지식인으로서 "동반자"적이었다고 하면 이번 작품 또한 일종의 "동반"을 한 셈이다.

 

첫 시작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새로운 발견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우리의 인식이 달라지면 거기서 다른 행동이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학문과 이론은 제 몫을 찾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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