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컨스피러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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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라는 기업을 전면에 놓고 한편의 소설이 전개된다.


소설의 맨 앞은 일본 동경의 이병철 회장의 오래전 모습이 그려진다.

그의 머리에는 고뇌가 가득하다.

반도체라는 신사업에 몸을 던질 것인가 말 것인가?

반대의 목소리는 크지만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울림이 일어난다.

그는 아들에게 묻는다.

진짜 목숨을 걸 수 있느냐고? 왜 그래야 하느냐고?


작가 김진명은 왜 삼성이라는 기업을 놓고 이렇게 긴 글을 썼을까?

김작가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민족주의다.

먼 뿌리를 찾아 나의 존귀함을 알게 해줌이 민족주의의 특성이다.

고구려 등 각종 영웅이야기도 멋 있지만 현대의 전쟁은 

상품의 세계에서 아니면 가상의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징기스칸 처럼 초원을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수치로 표현되는 시장점유율을

놓고 승패를 논한다.

이렇게 변모한 현대의 초원 전쟁에서 한국이 가장 먼저 세계 1위를 한 건

반도체였다.


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기업가의 투자결정? 

이미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차지한 견고한 성들 사이를 작은 군대 하나 만들어

덤벼 보겠다는 건 무모하게 보였다.

그럼 무엇일까?

징기스칸은 홀로 징기스칸이 된 건 아니다.

부족으로 나뉘고 다시 신분으로 나뉘어 다투는 무수한 몽골인들의 에너지를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80년대초 한국에는 그런 에너지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누군가 여기에 촉매를 해야만 했다.

징기스칸이 금이나 송을 오가면서 선진 문물을 경험하고 그 장단점을 파악했듯이

한국에도 몇몇의 천재가 필요했다.

아직 산업이 크지 않았을 때 오래 전 미국에서 기술을 익힌 천재들.

진대제,황창규 등 여러 이름들이 떠오른다.

전쟁은 장군도 병사도, 왕도 다 한마음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어느 하나만 옮겨 놓는다고 사업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김진명이 묘사한 이건희의 모습은 투박하지만

핵심을 알고 있다.

바로 사람에 대한 통찰이다.

사람이 이제 준비가 되었다는 이건희의 한 마디의 울림은 크다.

이건희의 사람에 대한 깊은 통찰은 꽤 유명한대 

특히 그의 천재론은 귀담아 들어볼만하다.


역으로 말하면 70년대는 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엔지니어가 없어서.

하지만 카이스트 등 공대 육성 정책의 결과 다수의 중급 엔지니어가 배출되고

소수의 천재는 유학을 가는 등 

한국에 인적 환경이 만들어졌다.

더욱 중요한 건 이들 모두가 민족이라는 심리적 우산안에 들어와 뭉쳐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때로 학교의 경영학자나 과학자들보다 훨씬 뛰어난 통찰을 보인다.

그는 전공이 없는 대신 모든 걸 하나로 꿰어들어가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할 때는 여러 집단이 각자 최선을 다하면서도 함께 간다.

반대로 쇠락할 때는 자기의 이익만을 내세운다.


한국의 성공의 핵심에는 과학의 우대가 있었다.

반면 지금 우리 주변은 어떻게 비춰지는가?

의사만으로 법관만으로 오늘의 한국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이룬 성취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잘 모르고

또 이를 지속할 힘과 청사진을 못 가진 한국에 대해서 작가는

통렬하게 비판하며 일깨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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