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룡팔부 2
김용 지음, 박영창 옮김 / 중원문화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헬스장에서 TV채널을 돌리다가 중화채널에서 낯 익은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천룡팔부다.
참 오랫만에 본다 하면서 시선을 두었더니 삽시간에 내 관심을 빨아들여 버린다.
지금은 방영 시간에 맞추어 운동을 가게 된다. 

역시 스토리의 힘은 쎄다.
대학시절 처음 접했던 김용의 무협소설인데 이제 TV와 게임으로 만들어져 내 주변에 놓인다.

처음 소설이 나왔을 때는 군부독재가 막 끝나고 6공화국이 수립된 시점이다.

소위 빨간책이 주춤 한 사이에 김용의 작품들은 사람들 마음을 휘어잡았다.

주인공들도 많고 성격도 다양하고 스토리도 오락가락하면서 꽤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40줄에 들어서서 만들어낸 후기 작품이다.


다른 점은 놔두고 그의 역사관과 작품의 성격을 연결해서 잠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김용의 초기 작품은 선악이 분명했다.

적은 악이고, 나는 선이다.

이 점은 홍콩라는 작은 항구에서 코너에 몰려 있으면서 언제 본토의 공산당이 밀고 올지 모른다는

위기감의 반영이라하겠다.

삼국지의 주인공이 조조에서 유비로 바뀌는 건 한족들이 5호16국 시대에 강남으로 밀려가면서 였다. 

김용의 역사관도 처음에는 유사해서 본토는 악이다. 강한 것이 꼭 옳지 않다는 주장을 하게 되고 약하지만 정신적인 고양을 통해 자신을 고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반면 후기인 천룡팔부에 오면 작품의 성격은 매우 달라진다.

천룡팔부의 시대적 배경이 송과 주변의 이민족의 대결장이다.

주요 인물인 단예와 교봉은 각각 대리의 황족, 요 황제의 의형제가 된다.

반대로 중원의 인물들은 그리 두각을 보이지 않는다. 개방이 방주 교봉을 몰아내는 과정은

편협함이 가득한 권모술수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들의 운명과 성격이 급반전하는 경우가 많다.

교봉은 애국자로 거란을 물리치는 일에 앞장섰지만 어느 순간

원래 거란족임이 밝혀진다.

거란이나 한족이나 도대체 무엇이냐는 의문이 들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 혼란이 온다.


다른 주인공들도 그렇다. 단예는 연인들이 남매가 되었다가 다시 부인이 되는

극반전 속에 놓인다.


불가의 인연이 귀한 것인데 막상 만나서 친구가 원수가 되고 다시 친구가 되는 등

혼선이 이어진다.

도대체 인연이란 무엇인가 묻게 된다.


이렇게 되어가는 변화는 중화세계에서 중국의 성격이 바뀌어 간 것과 상관이 있다.

처음에는 낯 설게만 느껴졌지만 중국과의 관계는 미워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거란이 과연 나쁜 것인가 하고 묻는 교봉의 모습이

이제 홍콩인에게도 주어지게 된다.

그리고 천천히 홍콩은 중국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오래 가는 스토리는 당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이 있다.


천룡팔부는 불교적 배경이 짙게 깔려 있다.

종교라는 오래된 통찰 속에서 김용은 눈앞의 혼란을 정돈해간다.

길게 보면 인연은 만들어지고 흩어지고 다시 모이며 또 다음으로 이어진다.

홍콩,대만으로 흩어져 서로 다투던 시절도 긴 눈으로 보면 부질 없이 하나로 돌아간다는

이치를 작품은 깨닫게 해준다.


오늘 일이 번거롭고 혼란스럽다면 멀리 오랜 시간으로 돌아가보라

지금 일들은 아주 작은 티끌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마음을 덜어내면 번뇌가 사라진다.

오래된 교훈을 녹여낸 김용의 걸작이 다시 주는 교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