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스토리 - [할인행사]
데이빗 린치 감독, 리차드 판스워드 외 출연 / 이지컴퍼니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노인이 있다.


나이는 73세. 

몸을 못 가눠서 집안에 쓰러져있고 이제 간신히 지팡이의 도움을 받아서 걷는다

같이 사는 딸을 보니 약간 모자란 듯 해서 더 안쓰럽게 보인다

그에게 연락이 하나 왔다.

형님이 아프다고 한다. 그와는 10년간 서로 말을 섞지 않았던 사이다.

노인은 그래서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기로 했다.

그 수단은 잔디 깍는 기계다.


그의 황당한 시도에 주변의 다른 노인들은 하나 같이 걱정된 얼굴로 본다

다들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아서 서로를 잘 안다.


늙고 몸 망가지고, 돈도 없고

운전도 못하고 등 하나 같이 모자란 노인인데 말이다


그렇게 떠난 길에서 그는 여러 사람을 만난다


가출소녀에게는 소세지 하나와 잠자리를 제공하고

몇 가지 이야기를 덧붙인다

나이 들어서 보니 가족이란 젊을 때 생각한 것보다 소중하다고..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대목 중 하나는

빨리 다니다가 사슴을 친 여인의 모습이었다

한 주일에 벌써 여러마리를 치었다고 한다

그녀는 삶을 위해 40마일 거리의 일터로 왕복하려다 보니
그런 일이 발생한다
조금 느리게 주의 깊게 한다면 가여운 사슴을 죽지 않게 만들수 있지 않을까.

청년들에게 나이들어서 좋은 점은 적절하게 잊는 것이라고 한다

나도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1년도 넘어서 서로 주고 받은 카톡 하나의 표현에 의해 잘 했냐 못 했냐를 따지고

다시 그 화면 열어보자고 하는 노선배를 보았다

그것도 8개월만에 만나서..

좀 부족해도 적당히 눈 감아주고 덮어주면서 가야지

세세하께 셈 하려 든다면 관계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노인에게도 그런 아픈 기억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젊어서 2차대전에 나가 누군가를 죽인 경험이 그에게는 큰 아픔이었다

영화 나중에 나오지만..


이 대목은 차로 사슴을 치어 죽인 여인의 모습과 오버랩이 된다

이런 기억을 잊게 해주는 건 나이듬이 주는 행복이다.

가는 걸 어찌 잡을 수 있겠는가, 부질 없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한 편에서 내개 오는 것에 더 주목함이 좋겠다.


이렇게 한 마디씩 던지는 이야기는 명연설이 아니지만

삶의 지혜는 잘 응축되어 있다


영화 내내 밤하늘의 별이 빛난다

미국의 중부는 정말 한적한 공간이다. 

농기계는 오가지만 도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한적한 공간 속에서 평생을 보낸 미약한 노인이지만..

그의 속에도 결코 꺼지지 않을 저 하늘의 별과 같이 영원히 빛나는 

삶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한 해가 간다.
이런 저런 일을 뒤져보면 남들의 언행에 상처 받은 기억들이 여전히
나를 괴롭힐 때가 있다.
그냥 적당히 잊고 용서하기로 했다. 그 것만이 치유다.
이제 가서 본전 달라고 요구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마음만 아플 뿐.
적당히 잊고 보다 소중한 것에 집중함이 나의 정신건강에도 이로울 뿐이다..

내게 이 영화가 준 치유 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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