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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4 - 왕들의 황제
막스 갈로 지음, 임헌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평점 :
이제 나폴레옹은 정점을 지나 내려온다.
올라갈 때는 한발 한발 이었지만 추락은 너무나 빠르다.
투자의 세계도 그런데 인생에서의 성공도 그렇다.
마치 이카루스가 힘겹게 날개짓 하지만 태양 부근의 어느 순간에
날개가 녹아버리면서 추락해버리듯이 말이다.
성공의 원인은 나폴레옹에 있었다.
당대 프랑스가 치른 여러 전역을 보면 유독 나폴레옹이 있느냐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린 곳이 많았다.
이 책에서 나온 전투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스페인의 경우 반군과의 대결에서 진척이 없었지만 그는 돌파를 해낸다.
마드리드를 앞에 놓고 산맥에 가로막혀 못 움직이고 있던 상황에서
나폴레옹이 나섰다.
그의 의지를 본 부하 중 장군과 멀리 폴란드 출신 장교가 앞장선다.
말을 타고 칼을 휘둘러 적의 앞으로 가는 행위는 목숨을 건 자살이나 다름 없었다.
결국 그들의 돌파는 성공했고 나폴레옹은 국면을 전환시킨다.
그의 영광은 무수한 부하들의 자발적인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 광해를 보면 나타나지 않는가? 짧은 기간이지만 대역 이병헌은 몇 명의 자발적
희생자를 만들어냈다. 그게 바로 권력의 본질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멀리 러시아의 황제가 감탄과 질시를 곁들인 말을 던진다.
프랑스는 황제가 나서지 않으면 강하지 않다고.
맞다. 나폴레옹 등장 전의 프랑스군은 툴롱에서 반혁명군을 물리치지 못했고
이탈리아 전선에서 교착이었다.
그 모두를 뛰어넘어 대업을 이루게 한 인물이 바로 나폴레옹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스페인,독일,러시아 이렇게 모든 곳에 머물지는 못한다.
그러니 영국은 사방에서 나폴레옹 반대파를 규합해 전선을 늘린다.
그리고 그들은 스페인에서 적장 없는 보통 군대를 격파시킨다.
나폴레옹의 상승 효과의 반대로 그늘이 있다.
실패를 부르는 가장 큰 요인은 오만이다.
이 소설의 뒤로 갈수록 나폴레옹과 타인의 대화를 보면
점점 나폴레옹의 귀가 닫히고 말이 많아진다.
남의 의견을 폭 넓게 듣고 장점을 소화해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던 것이
초반의 모습이라면 뒤로 갈수록 그는 독단적이 된다.
러시아와 평화를 하자는 대사들의 말을 거부하는데
사실 러시아를 전쟁으로 몰아가는 건 대률봉쇄령과 폴란드 독립이었다.
이점에서 나폴레옹은 결정적인 실수를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이카루스의 꿈이 있었다.
그의 승리는 그의 영광을 가져왔기에 점점 더 승리에 중독된 것이다.
반대로 그에게 놀라운 승리를 가져왔던 요인은 점점 축소된다
대표적으로 적들은 그의 전수을 베낀다. 심지어 프랑스 장수를 스카웃 해서
자기편의 지휘자로 놓으려고 한다.
일본이 외국인 고문을 대량 채용하더니 러일전쟁에서 이겨버리듯이 말이다.
더 위험한 일은 프랑스 혁명의 민족주의가 타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했다는 점이다.
처음 프랑스는 해방자로 각 나라에 진입하였다.
대표적으로 스위스,이탈리아의 경우 구체제를 일소하고 혁명의 빛깔이 나는
신체제를 만들어냈다. 큰 흐름의 진보였다.
반면 일정시간 지나니 새로운 체제의 리더들이 아직 초보라 서투른 짓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절차와 이념이 올바르다고 해도 경험이 없다면 정치적 역량이 생기지 않는다.
이걸 기다려주지 못한 나폴레옹은 구체제 요인을 불러 다시 타협을 이룬다.
이런 모델은 편하지만 장기적이지 못하다.
독일의 군주를 모아 라인연방을 만들었고 사방에 자기 형제를 왕으로 봉했다.
그 방식은 프랑스에서 처럼 진정한 혁명을 가져오지 못했기에
우군을 못 만들어낸다.
점령지에서 사회혁명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매우 어렵다.
후일 히틀러도 동구를 점령하고 이 문제를 고민했다.
결론은 안하는쪽이었고 그래서 막판에는 후회도 했다.
누군가를 군대로 동원하려면 그만큼의 값어치를 주어야 한다.
프랑스 혁명이 농토와 자유를 주지 않고서도 그러한 호응을 얻을 수는 없었다.
러시아 진군은 쉽지 않았다.
그가 기존에 성공을 거둔 곳들은 자체 보급이 충분한 지역이었다.
거의 거지떼나 다름 없는 군대였지만 그는 이탈리아에서
승자로서의 권리를 마구 행사했다.
식량도 넘치고 약탈물도 넘쳐서 병사의 사기는 충만했다.
그만큼 그의 인기도 하늘을 찌르게 된다.
반면 러시아는?
아무것도 없다. 오직 추위뿐.
여기서부터 그의 착오가 드러난다.
쉬지 않고 그에게 농노를 해방하자고 했던 양아들 으젠의
말을 듣지 않았기에 후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기회는 잠시 머물다 사라지고 아쉬움은 평생을 남는다
이카루스에게 이제는 추락의 아픔만이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