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저녁식사
최기억 지음 / 거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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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논란이 있지만 가볍게 훑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책이다. 얼마전에 김상봉 박사님의 <학벌사회>를 읽었는데 결론적으로 한국사회가 학벌이 힘을 발휘한다는 진단은 유사하되 처방은 정반대였다. 학벌이 지배하니 학벌을 없애자가 <학벌사회>의 주장이라면 최기억의 이 책은 그러니까 더더욱 학벌이라도 쌓아서 부자들의 대열에 들어가라는 이야기다. 어느 길을 갈 것인가는 독자에게 달렸다. 참고로 브라운스톤이라는 재테크 전문가는 비판하기 전에 적응하라고 했는데 그걸 더 좋아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자답게 자기가 듣고 읽은 내용을 폭 넓게 잡아서 잘 짜잡기 하고 있다. 정주영이 한국의 매를 잡아다가 중동의 왕자에게 바치면서 고려시대 응방의 예를 인용하였고 결국 상대를 감동시켜 새로운 인맥을 키웠다는 대목도 재미있다. 조선소 만들겠다고 대출해달라고 하니 상대방이 미심쩍게 쳐다보자 지갑에서 돈 꺼내면서 이순신과 거북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순발력이 다시 보이는 것 같다.

다른 내용들도 가벼워서 읽기에 부담 없는데 꽤 솔직하게 현실의 논리를 따르라는 충고가 담겨있다. 읽고 실망하는 분들은 아마 내용의 가벼움과 지나친 현실성을 지적하지만 반면 가볍기에 빨리 읽을 수 있고 현실적이기에 실제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어서 좋다. 선택은 역시 독자의 몫이다.

옥에 티도 있다. 기자들은 종종 실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저자는 카이사르가 빚이 많아서 카토에게 거금을 빌렸다고 기술했는데 이는 명백한 오류다. 빌려준 사람은 카토가 아니라 크랏수스로 후일 3두 정치에서 한몫 한 사람이다. 한번 더 확인하던가 아니면 주변 사람에게 읽혔다면 방지할 수 있는 오류다. 물론 교정을 본 출판사의 편집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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