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는 무얼까?

영화에서는 특수한 직업이다.
살인을 하며 보상을 받고 은퇴를 하면 괜찮은 부를 누리지만 30년 뒤에 죽어야 하는 운명이다. 

직업을 좀 더 잘 알기 위해서 단어를 풀어보자.
루프는 고리를 의미한다
일정한 순환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러고 보면 영화 속 루퍼들은 현재와 미래가 서로 얽혀져 있는 존재들이다.
인간의 순환의 뿌리에는 원죄라는 고전적 개념이 있다.
인간은 죄를 짓고 그 죄로 죽음을 맞는데 이를 해소하는 길은 종교에 있다는 믿음이 기독교에 강하게 존재한다.

또 하나의 고전적 순환의 개념이 있다.
악마와의 거래다.
파우스트로 대표되는 이 거래에서 인간은 환락을 보장 받는 대신 영혼을 지옥으로 빼앗긴다. 
영화속 루퍼들의 일반적인 행로는 이 쪽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살인을 일상으로 저지르고 대가로 마약과 클럽에서 여자들과의 놀이 등을 보상으로 받는다.

현재와 미래의 거래는 쉬지 않고 이루어지지만 영화 답게 일탈이 발생한다.
자신을 죽이고 직업에서 벗어나는 일에 고통을 느낀 이들이 규칙을 깨고 탈주한다. 그 결과는 비참하다.
이를 본 주인공은 그냥 그렇게 자신을 찾아온 친구를 구해주는 걸 거부한다.
계약은 중요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하면서 날아온 자신을 죽이고 오래 오래 30년 살다가 마침내 종말의 날이 왔다. 죽어야 하는 운명을 이해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수준의 피해를 가족에게 준다. 이를 보고 분노한 그는 게임을 만든 근원을 파괴하려고 과거로 돌아온다.
여기서 만나게 된 현재의 주인공과 미래의 주인공 둘이 서로 이해하고 갈등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게 된다.

미래에서 온 주인공 부루스는 악을 악으로 갚는데 주저함이 없다. 물론 옛 애인의 아이를 죽이는 처지까지 올 때는 약간의 갈등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신념은 변하지 않는다.
반면에 현재의 주인공은 헷갈린다. 그에게는 다른 시야와 가치관이 만들어진다.
그는 악보다는 사랑의 소중함을 더 많이 배운다.
그러다가 드디어 대결의 날이 왔다.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끝장까지 왔는데 이 순간에 선택의 길이 갈린다.
악을 악으로 갚으려는 시도가 더 큰 악을 낳는 원치않는 길로 가는 것이 보이게 된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가는 총알을 막으려고 대신 죽는 모습의 비참함 이어서 발생하는 거대한 폭력의 탄생 등
현재와 미래의 나는 서로 매우 짧은 순간에도 기억을 주고 받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그러더니 현재의 주인공이 결단을 내리게 된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미래의 나를 죽이는 것도 아니고 바로 이 순간의 나를 죽인다
덕분에 미래의 나 브루스도 사라지고 흐름은 다른 길로 가게 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예수의 대속 행위를 묘사한 것이다
자신을 죽여 모두의 구원을 가져오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
악을 악으로 갚지 마라, 악을 선으로 갚아야 세상이 좋아진다는 말을 하고자 긴 영화속 주인공들은 그리 힘내어 뛰었단 말인가 하는 소감으로 귀결된다

영화는 잘 만들어졌다.
백투더 퓨처,12몽키스 등 시간여행을 다룬 여러 걸작들의 결과물도 잘 녹아 있고 무엇보다 근본적인 존재와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풀어가는 솜씨에 감탄했다.
지나가는 소품이지만 프랑스어 배우려는 시도에 비판을 주면서 상하이로 가라는 이야기는 요즘 변화를 풍자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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