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얼음 속에서 피어난 꽃
김대인 지음 / 진한엠앤비(진한M&B)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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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강의를 먼저 듣고 책을 보게 되었다.

강의에는 누가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그에게 치열한 삶의 역사가 있었다면 고스란히 아우라가 되어

빛과 함께 말을 전한다.


해보고 이룬 사람의 말에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학교수나 컨설팅 회사의 임원들 강의는 매끈하지만

전달력은 오히려 약하다.

남의 것을 보고 모아서 만든 이야기라 현학적이지만 삶의 냄새는 잘 나지 않는다.


최근 트렌드는 삶의 영웅 만들기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서 일가를 이룬 장인 우대하기 바람에 의해 

저자 김인규는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그의 삶을 다룬 이 책도 최근 발간되었다.


14살에 다니던 중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서 먹고 자고 일 눈치껏 배우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눈물 겨운 시간을 보냈다.

기술 훔쳐보다가 몽키스패너로 머리 맞고 

온갖 잔심부름에 힘겨워하던 시간이

다 세월 지나서 약이 되었다.

중졸이라는 학력 덕에 군대를 안가 3년을 벌었고

어려서 배운 기술은 세월이 지나도 배신하지 않는

굳건한 기반이 되었다.

덕분에 여러번 사업을 실패하면서 어려움을 겪어도

그는 재기할 수 있었다.


자신감이 넘쳐 시도한 사업들은 여러차례 실패로 이어지며

깊은 상처와 큰 교훈을 남겼다.

학습이란 원래 일정한 고원을 이루고 다시 그 고비를 넘어서야만 빛을 준다.

내공은 쌓였지만 아쉬움도 커지다가 찾아온 기회들이 그에게는 행운으로 작용했다.

외국에서 도입했지만 고장나버린 대기업 장비의 유지보수 계약,

갑자기 불어닥친 소비붐에 의해 늘어난 냉동기 제조,

빵 프랜차이즈가 늘어나며 찾아온 대박의 기회.


모두 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갈 트렌드였으리라.


젊어서라면 책이 그냥 쓱 지나갈 뻔한 성공스토리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구성도 내용도 프로의 솜씨로 다듬어졌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제 나이 든 눈으로 보니 남들보다 더 겪어야 했던 고통에 동정과 함께 공감이 간다.

머리로 익힌 것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며 익혀야 하는 상황을 보면 학교에서 졸거나

딴짓 하던 학생들과 대조가 되어 나타난다.

하나 하나의 글들이 빈 말은 없게 보인다.

다 경영자가 만들어져 가는 과정이리라.


나이 들어서의 독서는 젊어서와 차이가 난다.

젊어서는 남의 흠 잡기를 좋아했다. 내가 워낙 여러 책을 보다 보니

말과 글에서 흠집 잡아내는 도사였다.

꽤 많은 책을 낸 분도 당황하게 만든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 두가지 흠은 사실 별 것 아니다.

그 보다 그 많은 책을 내기 위해 새벽 5시,4시 심지어 2시에 일어나는 삶을

꾸준히 하신 분들의 땀과 수고를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싶다.


이 책도 예전이라면 잔뜩 씹어대거나 무시했을지 모른다.

흠잡자고 들면 끝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그게 과연 이제 중요할까?

그냥 아우라, 저자의 삶의 진실과 치열함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면 되지

형태가 무어 중요할까 한다.


그럼에도 읽다가 한 분 생각이 났다.

김영한 작가님. 헤밍웨이가 되고 싶다고 훌훌 제주도로 떠나서 올 여름 태풍 올 때마다

가슴졸이게 만들던 그 분.

총각네 야채가게, 민들레영토의 대박 신화를 만들던 김작가님 손을 거쳤다면

훨씬 매끈하고 공감가게 만들어졌으 것을 하는 아쉬움..


그래도 저자를 알고 보니 공감이 가는 독서였다.

반대였다면 쉽지는 않았을 책이라 아쉬움도 여전하다


김사장님, 한번 더 손 보시면 정말 빛날 것 같습니다.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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