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 가죽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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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에게 초기 명성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읽다보면 웃기기도 하면서 어딘가 깊은 통찰을 보여줍니다.

프랑스혁명에서 시작해, 나폴레옹, 왕정복고, 혁명 등 사회는 계속 뒤집어집니다.

약 40여년 사이에 이 모든 현상이 일어나니 얼마나 정신이 없었을까요?

그러면서 서서히 돈이 왕이되어갑니다.

부자는 모욕을 주는 특권을 가졌지.. 이런 투의 통념이 자리잡습니다.

혁명전이라면 왕이나 귀족에게 그런 특권이 있었죠.

언론이 이제 권력을 대체하는거야 하는 시대 읽기 등이 소설 곳곳에 잘 나타납니다.


"당신은 재산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군. 재산은 무례해도 된다는 면허증이지. 
인권선언 첫머리에 새겨진 거짓말일 뿐이오. 그가 법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그에게 복종할 것이오. 백만장자들에게는 단두대도,사형집행인도 없소" 나귀가죽에서..

현대에 갖다 놔도 자연스러운 이야기 아닐까요?


나귀가죽은 무엇일까요?

희한한 문장이 쓰여져 있는 가죽 주머니라고 합니다.

무엇이든 얻을 수 있게 해주겠다라는 요지의 주문입니다.

동의를 하면 여기에 자신의 삶이 담겨버립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을 때마다 대가로 가죽은 줄어듭니다.


혁명은 자유를 가져다줍니다. 특히 천장이 사라진 사회에서 좋은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재능으로 성공해보겠다고 파리로 몰려듭니다.

발자크도 그런 시골청년이었고 소르본 법대에서 열심히 공부를 했죠.

하지만 세상은 규칙대로 살기 보다 빠른 길이 있다는 걸 발견하면서

빨리 올라서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인생을 바꾸는 가장 빠른길은 무엇일까요?

도박. 맞아요 그것도 해당됩니다만.

결혼이 하나의 답입니다.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건 신분이 아예 다른 대귀족과의 결혼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발자크의 나귀가죽이 아닐까합니다.

한방의 해결책.

발자크는 한스카 부인이라는 먼 이국의 대귀족 부인과 18년간 편지를 주고 받으며

가능성을 붙잡았습니다.

사랑, 아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신분의 변화였겠죠.


자신이라는 대가를 주고 한방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인공은 바로 발자크 자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삶은 고스란히 문학이었습니다.

가장 진실한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죠.


고통, 무수한 고통 속에서 그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거의 몸을 비틀어 강에 던지려는 순간에 다가온 귀한 물건

그리고 무서운 의미를 담은 교환.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죠.

고리오영감이 리어왕을 차용했듯이 이 작품 나귀가죽도 파우스트의 변주곡입니다.


하루에도 수십잔의 커피를 마셔대며 저작에 몰두한 발자크

커피와 목숨의 상관관계를 증명한 꼴이 되었죠.

드디어 결혼에 골인하여 모든 걸 이룬 순간이 있었지만

단 몇개월만에 발자크는 과로에 의해 목숨을 잃습니다.

소설의 흐름과 너무 유사하죠..


그렇게 자신을 바쳐 문학의 성취를 이루어낸 발자크

오늘 새삼 그가 존경스럽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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