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대한민국 성장통 현재 아픔이 있다. 대한민국 전체에 여러가지 아픔이 퍼져있다. 공박사는 이 고통을 성장통이라고 정의 했다.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아픔이라는 뜻이다. 젊어서 누구나 겪는 이 아픔은 다 성장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공박사의 성장통이라는 진단은 올바른 것일까? 대한민국은 계속 성장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고 모두는 다 제자리를 잡을 것인가? 책을 처음에 잡았을 때 현재 상황에 대해 골고루 잘 정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청년은 취업난에 중년은 자리 보전에 노년은 미흡한 노후 대비라는 고통을 다 안고 있다고 한다. 맞는 인식이다. 문제가 있으면 대책이 있어야 한다. 고통 받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지만 그는 기대 만큼의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다. 공박사는 작심한 듯 이명박 정부의 부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을 한다. 그럼 공박사는 스스로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자뭇 궁금해진다. 그렇지만 독서가 이어질수록 처음의 놀라움과 기대는 점점 사그러든다. 대부분의 해법이 현재 진행되는 자유주의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이를 타개 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을 더 '열심히' 기울이라는 것이다. 정답일까?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인 흐름이 워낙 거센 것은 맞다. 거기에 맞추어 각자가 노력을 더 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그걸로 충분할까? 취업난의 분석을 대학이 늘고 자리는 줄었다라고 말하는 건 쉽다. 대학이 필요 이상으로 늘고 또 기업화하여 캠퍼스 건출물 늘리는 외형 성장에 치중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잘 안 보인다. 자본의 힘이 쎄지는 것도 맞다. 골목상권 모두 각종 프랜차이즈에 의해 장악되는 사회는 좀 밋밋하지 않을까? 미국의 경우 작은 지방 어디를 가도 똑 같은 프랜차이즈로 된 쇼핑센터를 본다. 반면 유럽 각지는 각각의 전통을 보전하는 작은 가게를 보며 다채로움을 느낀다. 다수를 효율이라는 가치 아래 자본가와 파트 타임 노동자로 만드는 사회적 변화가 꼭 바람질할까? 지난 2년여간은 한국 사회는 이런 논쟁으로 매우 뜨거웠다. 정부도 동반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재벌과 다른 분야와의 공존을 논했다. 성과는 없었지만. 아픔에 대한 처방에 대해 새로운 시도도 있었다. 콘서트라는 형태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중요한 건 진지한 듣기 행위다. 정말 그 아픔이 무엇인지 공감하며 듣는 행위다. 그 노력을 먼저 한 사람이 지금 유력한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현실은 그만큼 사람들의 기대가 커졌다는 증거다. 한국사회에서 기업의 바람직한 위치는 여전히 애매한 문제다. 성장에서의 기업의 역할이 컸다는 점에 대해 다수가 인정한다. 그리고 부작용이 없지 않았다는 점도 공감한다. 그러면 정말 제 자리는 무엇인가를 물으면 답은 모호하다. 재벌가 빵집 논쟁이 그렇고 부의 상속 문제가 그렇다. 금융위기 이후 지금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해법의 수준에 비해 공박사의 이 책이 보여주는 답들은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 듯 한 느낌이다. 미국의 심장부인 월가에서 벌어지는 1대99의 대립은 그만큼 지금 까지의 자유로움이 좋다는 인식에 대한 도전이다. 앞으로 금융위주의 성장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조짐이 느껴진다. 그런 거대 담론이 요구되는 이 시점에 이 책은 개인의 수양론 처럼 느껴진다. 각자가 스스로가 아니라 합치면 강해지고 세상도 바꿀 수 있다. 어디선가 듣던 이야기가 아닐런지? 팟캐스트에 퍼지는 거친 이야기가 세를 모으는 건 그만큼 제도와 권위가 붕괴된다는 증상이다. 괴담을 없애는 길은 제대로 된 경청으로 그 깊은 속병을 해결해줌이다. 공박사의 책이 사회의 해법으로는 점점 거리가 생기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본인이 태생적으로 가진 한계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