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은 다수 대중의 인기를 모아 한 사람의 스타에게 몰아 준다. 은막에서 활약하는 주연 배우들은 흥행이 성공할 때마다 쏟아지는 환호와 갈채를 받는다. 그리고 취한다. 그 전에는 누구도 누리지 못했던 이 호사로움은 배우들의 특권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환경이 변했다. 영화에 이제 소리가 들어가게 된 것이다. 동작과 표정을 중심으로 자신을 표현하던 그들이 이제 목소리를 보여야 하게 되었다. 무성 시대의 스타들은 상당한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거부한다. 하지만 돈을 쥐고 흥행을 주관하는 제작사는 시대 변화에 따라가게 된다. 원래 기술쟁이 보다 장사꾼이 변화에 적응하기 쉬운 법이니 말이다. 그리고 제작사의 문 밖에는 수 많은 지망생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오디션만 치르면 무성 시대의 스타가 빠져나간 자리는 금방 메꿔진다.

자 이제 불쌍한 것은 왕년의 스타 조지다. 자부심이 내면화되어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좋지만 방향이 다른 쪽으로 열심히 돌진해보았자 돌아오는 것은 냉소일 뿐이다. 마치 돈키호테가 풍차에 돌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그는 하나씩 잃어 간다. 처음에는 인기, 다음에는 재산, 이어서 자신감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생존에 대한 의지까지 잃어 버린다.

사람이 바닥을 치려면 사물을 냉정하게 볼 줄 알아야 한다. 흐릿하게가 아니라 냉정하게 말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아야 할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보려고 한다. 이미 사라진 추억이라는 렌즈를 벗지 못하고 주변을 본다. 흐릿한 모습에서는 진실이 나타나지 않고 정말 필요한 결심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어둠이 있다면 빛도 있는 법. 그에게는 스타 시절에 뿌린 작은 선의가 있었다. 여배우 지망생 페피에게 성공의 팁 하나를 준 것이다. “성공하려면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그의 말을 잘 따랐고 무엇보다 무성에서 유성으로의 변화에 잘 적응하였다.

몰락한 스타를 늘 안쓰럽게 여긴 그녀의 호의와 보살핌은 스타에게는 힘이다.

조지가 이제 살아날까? 하고 보던 관객에게 충격이 하나 주어진다. 가게 앞에서 머뭇거리니 경관은 조지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사람을 좌절시킬 정도로 엄청난 독설이다.

원래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만인 앞에서 쏟아지는 모멸감을 못 이겨 뛰어난 성과를 낸 기업인들도 자신의 몸을 던진 일들이 얼마전에 벌어졌었다. 권한을 함부로 쓰면 좋지 않게 돌아오는 법이다. 무릇 말에 독을 타서 준다면 상대에게는 독배가 된다.

반면에 살리는 말도 있다. 애정이 담긴 말이다. 정말 나를 위하는구나 하는 진심이 담긴 말은 사람을 살린다. 생의 마지막이라고 자신을 던지려고 높은 곳을 찾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쓰여진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라는 싯귀를 보고 마음을 다시 잡았다고 한다.

자 어쨌든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힘은 애정에서 나온다. 아무리 어려워도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야라는 말 한마디를 들으면 갑자기 힘이 난다. 그리고 그 힘으로 어제까지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던 장애물도 한번에 치우고 올라서게 된다.

본래 가장 큰 장애는 마음 속에 머물기 때문이다.

 

아티스트가 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아카데미 상까지 받았을까?

내가 내린 답은 지금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변화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무성에서 유성으로 바뀌듯이 어제와 오늘 갑자기 전세계적으로 터지는 온갖 위기이야기는 세계인들을 다 힘들게 만든다. 경험해 보지 못한 초유의 환경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지켜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자존심은 지켜야 하지만 오만은 버려야 한다. 그런데 어느 쪽이 자존심이고 어느 쪽이 오만일까?

 

현대인들이 아티스트의 주인공 조지의 갈 길을 잃은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답이 순수한 사랑에 있다는 고전적인 답 또한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종교가 이야기 한 오랜 이치처럼 이 세상의 구원은 서로 사랑함에 있기 때문이다.

상처를 치유하고 바닥에서 일어나게 만드는 모든 힘은 사랑에서 찾아야 한다. 영화의 흑백 영상은 그렇게 우리들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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