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용헌의 백가기행 ㅣ 조용헌의 백가기행 1
조용헌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집은 우리에게 무척 중요한 공간이다.
일하는 가장의 쉼터이고 아이들이 커가는 배움터이고 다 함께 꿈을 키워가는 공동체다. 집을 어떻게 만드냐는 그 사회의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더해서
개인의 삶의 성격도 잘 드러내준다.
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 집도 매한가지다. 고도 성장에서 성공의 지표는 더 큰 집이었다. 몇 년 단위로 집의
평수가 커지기를 다들 바랬다. 어렵던 시절에는 회사가 집을 제공했다.
사택이라는 이름으로. 포항제철을 만드는데 제일 먼저 한 일도 사원들이 머물 집을 지어줌이었다. 이렇게 회사가 만들어주는 주거 공간도 나중에 보면 재미있는 결과를 만들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현대의 간부직원들에게 큰 부를 안겨주었다. 나중에는 삼성이 만든 타워팰리스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더해서 공직자들의 특별한 재주는 늘 구설수에 올랐다. 이런 식의 과시적
공간 경쟁이 이제 또 다른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양으로 쉽게 재는 시대에서 나만을 드러내는 온리원, 창의성의 시대로 가려고 한다.
여기 소개되는 집들은 그런 집들이다.
먼저 전통을 가득 담은 오래된 집들을 보자.
경주의 최부잣집은 요석궁이라는 역사의 공간 위에 머물고 있다 한다. 다음에
가면 꼭 원효의 물뒤집어 쓴 모습을 상상해보련다.
전주에도 명가가 있다. 대원군과의 친교가 남긴 흔적 그리고 전통 문화인
판소리의 보존공간이라고 하니 이 또한 인상적이었다.
오래된 공간에는 그만큼 오랜 세월 녹아 있는 인간의 지혜가 보인다. 특히
대가를 이루는 집의 공간은 하나 하나가 다 역사를 담고 있다. 쌀독은 주인장의 배포를, 사랑방은 과객을 거두며 그들의 지혜를 모으는 주인장의 현명함을 보여준다. 안채와
바깥채의 소통과 구분의 구조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살되 그 속의 갈등을 예방하며 교신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 모두 한국인의 속성을 잘 드러내준다. 문화는 역사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현대의 집들을 보자.
나의 통념을 깨기 위해서 인지 아주 작은 집이 보인다.
단 3만8천원으로 만든
도공의 집이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원래 집은 그 땅에서 나는 재료로 스스로 짓는
법이었다. 나무와 흙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이 속에서
그는 자연과 함께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어느 건축가의 집은 땅 속으로 내려갔다. 보통 집이 자신을 드러내는데
비해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면 태도가 돗보였다.
집의 안쪽에 대해 치중함이 있던 공간으로는 부산 이기정의 다도를 하는 집이 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명상과 함께 다도를 즐기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가구를 안 두는 이유가 생각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한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대는 오히려
사색의 힘이 준다는 우려를 하게 만든다. 마음 저 안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주변을 좀 더
정돈할 필요가 있겠다.
반대로 화려한 집이 주는 매력도 있다.
책에서 소개한 이미자씨라는 분의 집은 성북동이다. 창으로 보이는 서울의
모습은 정말 훌륭했다. 남산에서 둘러 보는 서울의 풍광을 고스란히 집 창문에 담은 듯하다.
이 대목에서 집이 놓인 공간에 대해 몇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하나는
흙 위냐 암반 위냐 아니면 중간쯤이냐다. 이 물음은 절이 산으로 간 이유는 하는 퀴즈가 되어버린다. 원래 암반에는 자체적으로 흐르는 기가 있다고 한다. 이 기가 강한
곳에서 사는 사람은 기에 의해 뜻 하는 바를 이루지만 반대로 기를 너무 받아 주저 앉는 집도 있다고 한다. 서울의
산들은 돌이 많다. 그리고 기가 세다. 평창동,성북동은 그런 기가 많은 공간에 개발된 주거 공간이란다. 그 둘의
차이는? 궁금하면 책을 자세히 보시기를.
집 구경은 이제 한 매듭을 짓는다. 남의 은밀한 공간을 이렇게 헤집고
들어가도 되는가 하고 물었지만 눈과 마음은 즐거웠다. 이 모두를 만들어준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다 읽어가면서 저자의 해박함에 참 놀랐다. 어찌 보면 주류 문화가
아닌 점,천문,풍수 등 동양학의 유산들의 격을 만들기 위해
정말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삶 또한 자유롭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