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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7 - 순조실록 - 가문이 당파를 삼키다 ㅣ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7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조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조선 왕조는 빠른 속도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궁중 깊숙한 곳에 머물던 여인네가 수렴청정이란 이름으로 집권을 하고
그녀를 통해 자신들의 정략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당파들이 설친다.
심환지라는 오랜 정조의 적대자가 집권하고 남인들은 처절하게 탄압을 받는다.
천주교인들은 곳곳에서 목이 잘리고 사상적 고집은 견고하게 이어진다.
이 시대에 대한 최근의 흥미는 주로 김훈의 신간 <흑산> 덕분이다.
아주 디테일하고 낮은 곳에서 만들어진 김훈의 묘사 덕분에 시대상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무능한 질곡을 벗어나려는 민초의 몸부림, 먼저 깨우친 자의 고뇌, 이승을 넘어 더 높은 세상을 보려는 지식인들의 갈망 모두가 이 소설에서 잘 나타난다.
그럼 그 시대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만화 한권으로 더 폭 넓게 더 잘 알 수 있다면 하는 기대감으로 이번 순조실록을 집어들었다.
소감은 그럭저럭 기대에 이른다 수준이다.
수렴청정의 시작, 여주라 불리울 정도의 권세, 병약한 왕과 세자의 잇달은 죽음
그리고 명분을 내세우며 야망에 몰두하는 보수적 권당들..
홍경래의 거대한 몸부림은 10일간의 야전과 4개월의 농성으로 막을 내린다.
이 시대의 모순은 정약용의 여러가지 얼굴에서 나타난다.
정약용의 걸작 수원 화성의 위용은 오늘에도 찬탄을 받는 업적이다.
그의 다양한 시도의 저변에는 북경을 통해 유입된 서양과학 기술이 있었다.
무릇 기술은 단독으로만 오지 않는다. 사상이 묻어 오기 마련이다.
기술에 감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기술을 만들어 낸 인간에 대해 호기심으로 발전하기 마련이다.
그 단계에서 또 하나의 놀라움이 나타났다. 그리고 소외된 지식인들의 믿음을 흡수해버렸다.
정약용은 그들 중에 있었다. 그리고 둘 다에 호기심을 발휘하였다.
당대의 권신배들은 그의 특출난 의술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 그가 그나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형의 안전장치 덕분이 아닐까? 아니면 정적들도 시샘하면서 죽이기 어렵도록 만든 재능일까?
별로 재능을 인정하는 전통이 없던 한국역사에서 정약용의 생존은 이례적 사건이었다.
어쨌든 이 시대는 그렇게 그렇게 흘러간다. 종착역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