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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학술서적이라 읽기는 딱딱한 편이다. 대신 핵심 명제가 간명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명제를 논증해가는 과정은 두터워 일반인에게는 지겹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엄밀함을 위해 만들어져서 이해가 간다.
핵심 주장은 서구 자본주의의 위선을 폭로하는 것이다. 자기들이 성취한 부자클럽에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걷어차버리려는 그들의 속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은 지금 혼돈의 시대다. 정권이 바뀌면 집권당의 간판이 더 많이 바뀐다. 정당은 일종의 일정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국민과 공감해야 하는데 지금은 지향점이 없다. DJ 정부는 신자유주의의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방식으로 경제를 개편하였고 이는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면서 투자와 고용 없는 외형적 숫자 맞추기로 약화되고 말았다. 이런 일련의 정책 변화에는 역시 미국의 용병 IMF의 교묘한 가이드와 이를 무분별하게 수용하게된 한국의 정치권과 관료의 무지를 들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종 피해와 책임은 결국 이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야 하는 국민의 몫이다.
걷어차여진 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일 또한 그래서 국민들이 더 현명해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은행을 해외에 몽땅 팔고, 제조업도 왠만하면 팔아야 한다고 외치고 덕분에 외인 증시 지분율이 거의 과반을 넘어가도록 만드는 무지한 재경원 관료들의 모습, 그렇게 팔아 남긴 돈으로 미국제 무기를 사들여 자주국방(?) 하겠다는 무지한 대통령을 보면서 한층 암울함을 느끼는 지금 이 책의 주장이 더욱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