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룸살롱 공화국 ㅣ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3월
평점 :
강준만 <룸살롱 공화국>
한국인들은 음주에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독주 소비를 세계 탑 랭킹에 들 정도로 엄청 한다. 도수를 낮춘 술이 나오다가도 좀 지나면 밋밋하다고 고도주를 섞어서 폭탄이라는 형태를 만들게 된다.
이런 폭탄을 주거니 받으니 하며 친밀함을 강조해야만 제대로 비즈니스나 사회생활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원래 한국사회는 좁아서 한 두 다리 정도만 건너면 학연이나 지연이 걸린다. 나도 최근에 전혀 생소한 조직의 몇 분과 저녁을 했는데 그 중에서 초,중교 선배님들이 나왔다. 이렇게 외형적인 연결은 되는데 이를 다시 어떻게든 단시간에 가깝게 만들려고 하니 독주가 나온다. 강한 술은 빨리 사람의 긴장을 풀고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준다.
술이 독하다 보니 사람들이 빨리 망가진다. 그러니 적당히 칸이 막히고 적당히 품위가 있는 공간들이 필요하게 된다. 룸살롱은 이런 사회적 욕구가 반영된 공간이다.
덕분에 소위 룸살롱이라는 특수한 업태가 매우 번성하게 된다. 룸살롱의 뿌리는 일제시대부터 생긴 요정이다. 여기서 시작해서 긴 역사 동안 모습을 바꿔가면서 한국사회에서 한몫을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니 사건사고에서 장소제공이나 배경으로 이름을 많이 올린다.
멀리는 임정 요인들이 요정에 있는 모습을 보여 장준하 선생을 실망스럽게 만들었고 그 뒤에도 적산불하 등 각종 이권의 처리에서 큰 일들이 이루어졌다. 정치는 요정 정치라는 이름을 달고 공공연하게 진행되었다. 그 맥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최근에도 검찰 같은 힘 있는 권력기관 접대, 고 장자연씨 사망 심지어 518 행사 뒤의 전직 운동권의 뒷 풀이 등 다양한 사건이 만들어졌다.
그럼 뭐가 문제인지 알기 위해 반대편을 조망해보자.
한국에는 와인 한잔을 놓고 담소를 오래 해가는 문화는 없다. 역사, 취미 등 다양한 이야기를 쭉 잘 풀어가는 솜씨를 발휘하는 사람 보기가 그만큼 드물다.
또 치열하게 논리를 키워 싸울 수 있는 교육도 없다. 학교에서도 논리를 잘 가르치지 않는다. 논리는 키우지 않고 관계를 강조하니 편을 가르게 된다.
참고로 소크라테스의 경우에도 보듯이 화술과 논리학은 법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키워진다.
이러한 다양함과 문화적 깊이가 한국사회에는 없다. 덕분에 사람에게 남는 건 관계다. 나와 당신이 이러 이러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하게 된다. 하지만 그 관계는 대단히 외형적인 부분이다. 집단과 그 안에서의 서열. 이 두 가지를 확인하려다 보니 마치 스파크를 일으키는 것 같이 술과 함께 하는 강력한 압착식 요법이 강조된다.
이러한 인위적 관계는 더 해서 많은 비용을 소요한다.
김영상 정부 때는 황태자 김현철이 하루에 1000만원을 썼다고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과잉된 접대가 만들어낸 과잉 된 관계는 무고한 사람을 만들고 많은 일을 왜곡시켜 버린다.
김영삼 정부의 결말은 IMF였다.
사람과 사회를 몰아간다. 한국 국회에 정책이 없고 정당만 있는 것이나 영업행위에 가치를 설명하는 제안은 없고 로비만 있는 것도 마찬가지 결과물이다.
인위적 관계는 곧 관계의 과잉을 부르고 결국 정말 논리와 성찰이 필요 없는 일로 사람과 사회를 몰아간다. 한국 국회에 정책이 없고 정당만 있는 것이나 영업행위에 가치를 설명하는 제안은 없고 로비만 있는 것도 마찬가지 결과물이다.
매우 노골적인 주제이지만 체계를 만들어 폭넓게 이해시켜주려는 강준만 교수님의 노력은 훌륭했다. 단 자료를 공개된 언론에 의존하다보니 정말 정말 실체가 깊이 다루어졌는지는 약간 의문이다. 워낙 밤의 일이기 때문에 어둠속의 진실이 다 드러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