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아 망해라 - 백성들의 눈으로 쓴 살아 있는 망국사
윤효정 지음, 박광희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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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없었다면 조선왕조는 망하지 않았을까?
천만에 러시아에게 먹혔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 조선의 지도층은 허세와 이기심은 있었지만 시대감각과 역사의식이 없었다.
더해서 지도층으로서 가져야 할 노블리제 오블리제의 원칙에 맞는 품격도 없었다.

한마디로 인물평을 하자면
대원군은 허세에 빠진 고집불통.
고종은 주변의 힘을 교묘히 이용하려는 요령은 있었지만 스스로 생각은 없는 권좌의 인물
민비는 가족과 자식은 위했지만 굿과 뇌물을 사랑한 전근대의 인물

이들 누구에게도 백성들은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

죄악을 간략히 열거해보면
대원군은 백성을 마구 학살했다. 천주학을 믿는다고 1만명 이상의 목을 베었다.
당시 정치는 훌륭했을까? 전봉준의 봉기를 보면 당시 지방수령들의 탐학은 도를 넘은 수준이었다.

관찰사가 수년간 부자를 잘 대접하다가 어느날 나라의 큰 죄를 걸어 감옥에 집어 넣는다. 죄인은 허허 웃으면서 돈 5만냥을 그의 입에 털어놓고 풀려난다. 그런 돈들이 모여서 대원군의 비자금이 된다.
처음에는 대원군, 나중에는 왕까지 나서 벼슬을 마구 매관매직해서 모은 돈을 비축하고 있었다.
그게 모자라면 화폐를 조작했다. 지금 북한에서 나타나는 화폐개혁과 같은 모습이다.
참고로 고종이 서울시장 격인 한성판윤을 무려 100번 이상 바꾸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임명된 관리들이 나서는 일들은 다 돈벌이가 된다.

대원군을 대체한 민비의 경우도 매한가지로 그의 인척들을 마구 관직을 주었다. 더해서 모아진 돈으로는 이곳저곳 다니면서 굿을 해대는데 써버렸다.

이런 정치가 과연 얼마나 지속력이 있을까?
정치는 파당이 되고 인사의 공정성은 붕괴되었다.
이 책에는 창고에 쌓인 뇌물로 받은 음식이 썩어나도 주변에 절대 베풀지 않는 대감이야기가 나온다.

당대 사회 지도층은 이미 도덕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채 역사의 흐름을 방해하는 잉여생산물들이었다.
실패는 두가지로 나타난다고 한다. 나의 추락, 이웃의 성공. 
 
당시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혁신하고 한국으로 달려오는데 이들과 너무나 대조된 모습에 청년들은 점점 절망하게 된다.
이들이 나중에 친일파가 되어갔다.
역사의 교훈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채 멸망해가는 왕조의 모습이 잘 드러난 글이다.
이 책은 조선왕조가 멸망하는 과정을 백성의 눈으로 만든 기록이라 현장감이 매우 강하다.
그 현장이 우울해서 우리에게 아픔을 주지만 말이다..

그럼 이 책에서 무엇을 배울까?
가깝게는 대한제국을 김일성 왕조로 바꾸어보면 쉽다.
조금 멀리는 한반도라는 전체로 보면 또 똑 같은 짓을 반복하는지 모른다.
우울하지만 역사는 반복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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