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사장 1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과장으로 처음 우리와 만났던 시마가 드디어 사장이 되었다.
이 소식은 일본열도의 샐러리맨들에게도 한동안 화제였다고 한다.
처음 보았을 때 시마는 영어는 잘하지만 정작 일은 남들(특히 여자)의 도움 받아 해결하던 정도의 약간 엉뚱한 캐릭터였다.

사장이 된 그의 눈을 통해 본 세계는 처음 과장 시절 보여졌던 세상과는 무척 판이하다.
초년병 시절 그의 활동 무대는 주로 일본과 미국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시아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중국은 시장 겸 잠재적 경쟁자로서 비추어지는데 가장 중요한 경쟁자로는 한국의 삼성이 등장한다.
참고로 언급하면 시마과장에는 한국이라는 단어가 아마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상무,전무에서 서서히 나타나다가 이제는 최대의 경쟁자까지 되다니 정말 놀랍다.

덕분에 사장이 된 시마가 가장 먼저 한 일 중의 하나는 삼성의 경쟁력을 제대로 확인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에서 일해본 일본인 고문을 만나서 삼성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여기서 마케팅,브랜딩 등을 주요 요인으로 거론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작가의 취재가 일정한 한계에 부딪혔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전자업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이다. 제조업의 핵심은 마케팅이나 디자인,브랜딩이 아니라 기술력 특히 제품제조력이다. TV의 핵심은 화질이지 TV의 이름이나 올림픽의 후원사가 된다던가 하는 마케팅 요소가 아니다. 이를 너무 간과하고 작가가 서둘러 결론을 내린 뒤 여기에 맞추어 스토리를 짜 버린 꼴이다.

이런 대목에서의 서술 한계는 작가가 그동안 보여준 취재력이 주로 일본에 한정되다보니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이 논란은 잠시 접어두고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보자.
시마가 내부적으로 닥친 문제는 주로 내부구성원의 관계 재정립이었다. 그동안 자회사, 관계회사라는 형태로 서로 적당히 봐주며 가족처럼 운영하던 것이 일본기업의 관행이었다. 그러다보니 혁신에 대한 욕구는 줄어들고 비용 부담도 커지지만 그냥 그렇게 흘러왔다. 이런 악성 관계를 과감히 정리하는 일이 시마의 과제가 되었다. 이제 냉정하게 칼을 들어 이곳 저곳 잘라내는 시마의 모습을 보니 사람도 자리에 따라 많이 변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대목에서 새로운 캐릭터 하나가 등장한다. 바로 한국에서도 꽤 인기를 끈 <일본전산>의 주인공 나가모리가 바로 그다.
기술력을 갖추었지만 온정주의 덕분에 나이브 한 경영으로 위기에 처한 회사들을 사들여 기합을 집어 넣는 나가모리 사장의 모습이 바로 이곳에서도 잘 묘사된다.
실제 마쓰시타의 경우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던 부품 회사를 나가모리에게 넘긴 경우가 있다.

그동안 시마 시리즈를 읽어가는 매력으로는 사실적 묘사를 통해 일본 기업의 실체를 잘 알 수 있게 됨을 꼽을 수 있었다. 시마가 한단계 올라갈 때 마다 독자인 나로서도 관심과 시야를 한단계씩 따라서 높일 수 있었다.
이제 사장까지 올라간 시마를 보면서 사장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재미를 함께 가져보려고 한다.

근래에 전자산업계의 경쟁은 매우 치열해졌다. 애플의 선제공격에 따라 핸드폰 기업들이 흔들리고 이 전선은 태블릿 PC, 나아가 TV로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어느 누구도 10년 뒤의 생존을 쉽게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삼성은 애플 아이폰에 대응해서 가장 빨리 가장 뛰어난 안드로이드 폰을 내놓을 수 있는 힘을 보여주었기에 핸드폰 시장의 플레이어로 남을 수 있었다. 반면 LG는 그런 속도감과 제품력을 보여주지 못한 덕분에 노키아와 함께 수장이 물러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의 장으로 올라선 CEO들은 한국이던,일본이던 심각한 고민을 안고 살 수 밖에 없다.

그럼 어떤 CEO가 훌륭하다고 평가받을까?
시마사장에서 시마가 자회사에 갔다가 일갈하는 목소리에 어느 정도 답이 있다.
부진한 자회사의 오래된 사장님에게 시마는 벌거숭이 임금님이 되셨다고 비판한다.

측근들이 만들어 놓은 인의 장막에 둘러쌓여서 진실을 보지 못하는 현상은 CEO나 오너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실제 국내에서도 모모 그룹이 이런 현상에 빠졌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결국 그 기업들의 주가는 수년간 올라가지 않았다.

모든 안목의 핵심에는 사람을 보는 눈이 놓여 있고 제대로 되지 못한 안목은 기업을 부실화로 이끌어가게 된다.

또 과거의 인연으로 자회사로 내려와서 자리 보전하는 CEO의 경우 대부분 운이 다했다고 보인다. 대화의 상당부분이 과거에 치우쳐있는데 늘 왕년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만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줄어드는 것과 함께 자신과 함께 자신이 함께 하는 존재들의 운까지 같이 내려가게 된다.
그런 배를 타고 그런 선장을 만나서 함께 운을 시험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기 마련이다.

모름지기 CEO는 강한 운과 안목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 난제를 해결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위인이 되어야 한다. 그런 CEO를 알아 볼 수 있고 동행할 수 있다면 본인의 운 또한 함께 열리게 된다. 시마는 그런 점에서 여러 훌륭한 CEO를 잘 모셨고 나쁜 운에 맞추어 줄 서지 않았다.

적어도 조직생활을 하려면 사람을 보는 안목은 가져야 한다. 특히 운이 강한 사람을 알아 보는 정도의 눈은 갖춰야 치열한 내부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시마의 이야기 속에는 그렇게 사람을 보는 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 눈을 키우는 숙제까지 우리에게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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