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 모임 2탄 – 회사고르기, 인생일대의 쇼핑 # 2

송년모임을 하다 보면 진로를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회사를 옮기는 사람, 아예 회사생활을 접고 공부를 더 하는 경우도 보기도 하고 개인사업으로 진로를 바꾸려는 사람 등 다양한 경우를 만나게 된다.

소신을 가지고 한길을 꾸준히 가려는 사람이면 격려를 하게 되고 한편 부러움을 가지게 된다. 반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닌 길을 가려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회사를 고르는 일은 성년 이후에 맞는 일생 일대의 쇼핑 중 넘버 2에 해당된다.
넘버 1은 뭐냐고? 결혼이다.

회사를 고른다는 건 돈을 번다는 말과 의미가 무척 다르다.
돈만 보고 벌려고 하면 장사도 있고 자산운용도 있고 앵벌이도 있고 다양한 길이 있다.
그러기에 회사를 돈만 보고 다닌다고 하면 굉장히 큰 오산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 생활의 포인트는 1번이 성장이고 2번이 안정성이다.

개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행조건으로 회사가 성장해야 한다.
회사가 급속히 사업을 팽창할 때는 개인은 자연스럽게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럼 회사의 성장을 가져오는 요건은 무엇인가?

바로 오너와 CEO의 운과 능력이다.

이 말은 매우 중요하다.
운이 나쁜 동네에서 아무리 설쳐봐도 노력 대비 적은 성과에 아쉬움을 가지게 될 뿐이다.


그럼 이 말을 비틀어보자.

세계 최고의 부자인 워렌 버핏의 투자철학을 잘 설명한 책이 한 권 있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데 그 책의 제목은 “나는 사람에게 투자한다”다.
버핏이 재무제표를 파내는 무서운 힘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부차적인 능력일 따름이다. 재무제표는 결산의 결과고 회사의 활동이 잘 되지 않으면 아무리 수치적인 집계를 해보아도 별로인 결과가 나올 뿐이다. 기업의 활동은 전쟁인데 그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승리의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장수이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오너와 CEO가 된다.

1류기업,2류,3류를 나름 두루 경험해본 입장에서 보면 1류기업을 다니면서 가장 큰 행운은 1류의 자본으로 1류의 지휘관 밑에서 1류의 인재들과 일한다는 점이다.
반면 기업의 등급이 내려가면 지휘관도 별로 동료도 별로, 자본의 도덕적 품성도 별로가 된다.

앞서 동문회 이야기를 했는데 동문회에는 삶의 유형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 중 개인으로 사업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동창인데도 이익을 보는 관점이 박하고 관계에서 자신 쪽으로 플러스를 빨리 내려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런 경우는 피곤하다.
대기업의 기술, 인맥 등을 어떻게든 끌어내 자기가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고 심지어 기회를 가로채기도 하면서 이익을 나누는데는 박하다.
가만 지켜보다 보면 한심하기도 한데 어쩔수없다. 개인기업에는 안정성이 적기 때문에 당장 하루 하루 먹고 살기 박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한데 무슨 체면이 필요하겠나라는게 이들 대부분의 마인드가 된다.

1류와 개인의 사이를 보면 2류와 3류가 나오게 된다.

그래서 다시 투자의 관점으로 돌아가보면 기업을 고를 때 주식투자하는 마음으로 해라. 박성득이라는 주식고수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일식집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세세하게 조사하는 것을 보게 된다.
기업에 입사하는 일은 자신의 기회와 시간이라는 엄청난 불가역적인 자산을 투자하는 일이다. 그냥 아무렇게 사고 잘 되게 바라는 도박꾼의 마음으로 행하면 절대 안된다.

참고로 CEO에 대한 이해 능력은 그냥 쉽게 얻기는 어렵다.
투자 할 때 참조할 대표적인 공식 자료인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아무리 보더라도 CEO의 품성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이게 결정적인 애널 리포트의 한계다.

마찬가지로 기업을 분석 할 때 취업준비생이 공식적인 자료만으로 파악하고 이제 되었다고 하는 건 아주 아주 한계가 많은 미흡한 행동이다.

그럼 CEO를 고를 때는 어떤 사람을 보아야 하나?

명품 CEO는 문제해결력이 좋은 사람이다.

기업을 운영하다보면 정말 개똥 같은 문제들이 위로 몰려온다.
그런 문제를 피할수도 없고 쉼없이 해결해나가야 하는 존재가 바로 CEO다.
또 하나 고를 때 중요한 점은 돈주인이 돈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지 여부다.

주주로서 보면 배당을 주는지 주주를 속이지 않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투자 고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전영수의 <한국의 주식고수들>이라는 책에 고수 인터뷰가 나오는데
펀드 매니저로 유명한 분 이야기가. 자기는 오너 지분을 본다고 한다. 오너 지분이 어느 이상이 되면 주주와 오너의 이해가 같은 방향으로 갈 소지가 커지는데 지분이 낮으면 돈을 자꾸 빼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종업원의 입장에서 보면 횡령은 안하는지, 좋게 보면 우리사주는 주는지 등등이다.
접대비 등 비용에 있어 공정한지 오너로서 개인 비용을 과도하게 쓰는지 여부 등이다.
직원들 급여는 깍으면서 본인은 외제차 할부해서 쓰고 회사 주차장에 놀리는 걸 보면 울화통이 치밀 것이다.

또 신생자본은 조심해야 한다.
벼락부자들은 제대로 능력 검증이 안되어 있다. 벤처 붐 때 주식으로 한탕해서 자본을 마련한 친구들 중에 상당수는 이후 몰락을 하게 된다. 차곡차곡 실력을 검증해가면서 벌어간 오너들이 견조한데 비해서 이들 한탕파는 거품이 너무 많다.
이런 평판과 세부적인 조사를 잘 해야 한다.
또한 오너 3세들도 잘 보아야 한다. 오너가 출신이라는 핏줄에 대한 과도한 자부심은 있지만 이들의 성공은 물려받은 돈과 물려받은 관계밖에 없기 때문에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섯불리 스카우트 제의에 응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너무 분석요소가 많다고?
일생일대의 쇼핑인데 이 정도도 안하고 투자하는 일은 그저 가장 소중한 자산을 운에 맡기는 도박사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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