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 전망 2010
권순우.전영재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해마다 12월은 한 해의 돌아봄과 다가올 한 해의 전망을 하는 시기다. 이때 우리 에게 가장 좋은 조언자가 SERI에서 발간하는 연간전망리포트다.
특히 금년에는 새 권을 받아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 한해의 격동이 느껴지는 것 같아 작년 이맘때 나온 2009년을 전망하는 책을 다시 보았다.

당시 10월에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 덕분에 아마 SERI의 연구진도 매우 급박했을 것 같다. 책 출간은 12월 초면 11월중순에는 이미 인쇄들어가기 직전의 상황인데 채 얼마를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 전세계가 몰락할 듯한 상황이 전개 되니 다들 전망도 새로 하고 원고도 고쳐 쓰랴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책이 2009 전망이지만 지금 다시 봐도 꽤 유용한 시사점이 많다.
특히 정구현 소장님은 위기란 위험과 기회가 같이 온다는 점을 매우 강조했다.

그럼 당시 SERI와 다른 기관들의 연구를 비교해보자. 2008말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와 같은 저명한 언론은 한국경제를 매우 비관적으로 보았다. 개인의 부동산발 과도한 부채와 은행의 단기 외화차입으로 곧 제2의 IMF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덕분에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하이에나 성향의 헤지펀드들이 피냄새를 맡고 몰려오면서 곧 무너질듯한 위기감도 매우 컸었다.
하지만 경제는 전망으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부정적 전망을 이기기 위해 막바로 극한의 노력을 하게 만드는 게 올바른 행동가의 처신이다.

전망이 부정적일수록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창조력 또한 최대로 끌어내야 한다.
그게 바로 관망자인 언론과 행동가인 기업과 정부가 달라야 하는 점이다.  

SERI는 그 점에서 경제인의 일부로서 혹은 경제인과 가장 가까이 있는 자의 시점을 잘 유지하면서 창조적 대응을 주문했었다.

돌아보면 한국경제는 고정된 사고보다는 기회를 찾아 신속히 움직이는 기민함을 잘 보여주었다. 전세계가 유가파동이 나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재빨리 중동에는 달러가 모였겠구나 하고 건설장비 들고 뛰어나갔다. IMF때도 다들 불안감에 있을 때 환율을 팍 내려 수출경쟁력을 높여 달러를 만들어왔다.
정소장님의 오랜 경험에 의해 언급된 통찰은 실제로 2009년 한해 동안 한국경제가 가장 빠르게 회복되면서 검증되었다. 위기속에 경쟁자의 몰락을 거치면서 차와 IT가 급속히 점유율을 높인 것이다.
또한 자산가격의 하락은 현금을 들고 있던 많은 경제주체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투자 기회를 제공하였다.

아마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충고를 잘 따른 사람들에게 2009년은 최대한의 환희를 주었고 그렇지 못한 자에게는 씁쓸함을 주었다.

2010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여전히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세계 경제의 진원지인 미국은 거대한 유동성의 창출로 전세계 은행들에 신용을 불어넣었다. 마치 만화에서 회색으로 변해버린 세계에 색깔을 입히는 것처럼 세계는 다시 환한 미소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마법이 유동성의 지속적 공급이 그친후에도 계속 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그래서 새 책의 제 1번 화두는 출구전략이다.

하지만 이 책의 연구가 출구전략의 모든 면을 세세히 밝혀줄수는 없다. 꼼꼼하게 전개된 연구는 출구전략의 유형과 징후, 전개방식을 기술하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지게 된다.
그건 연구자가 아니라 행동가의 몫이기 때문이다.
조언자의 말은 참고로 받아들이되 실행은 각자의 책임을 가지고 행해야 한다.

다시 내용으로 돌아가면 출구전략이 맨앞을 차지하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내용들이 이어진다.

국내경제 전반에 대한 느낌은 호조세다. 성장도 상향되고 지갑도 다시 열린다. 반대급부로 비상상황 종료가 되면 물가와 금리에 대한 인상압력이 전개된다는 점은 반갑지 않지만 손님이라 어쩔 수 없다.

IT는 강화된 지위로 한단계 올라가지만 자동차산업은 부양책의 일환인 신차보조금이 없어지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조선은 계속 전방산업인 해운의 부진의 영향을 받는데 과거 석유위기때 정주영 회장이 전개했던 해외건설 병행과 같은 창조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보수적인 유통도 롯데가 해외M&A하는 모습에서 보이듯 해외로 성장 루트를 찾고 있다.

역시 산업면의 경우는 주요기업의 동향과 함께 연결하면서 읽어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기의 트렌드를 메모했다가 대표기업의 경영방향과 병행하여 기록해가면서 추적함이 좋을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을 살 때 시기를 살펴보자. 다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통상 연간전망은 전반기에는 적중도가 꽤 되지만 후반기로 가면 소위 예기치 않은 상황이 많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점에서 마치 새로나온 횟감이 시간이 가면 급속히 변하듯이 막 나온 따끈따근함을 느끼며 책값에 투자함이 내용의 가치를 잘 활용하는 현명함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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