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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1 : 거대한 전쟁의 시작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오우삼 감독, 금성무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적벽대전
누구나 한번쯤 손에 대보는 동양인의 고전 삼국지.
그 이야기는 두고 두고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됨.
주인공도 익숙하고 실제 우리 주변에도 영향을 많이 주었음.
가깝게 2호선 동묘역 옆에 있는 동묘는 명나라의 돈으로 건립되었고 모시는 인물은 삼국지의주인공 관우임.
그런 삼국지의 장면 중 가장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 바로 적벽대전임.
이제 다 대업을 이룬 것처럼 무소불위로 오만해진 조조가 처음 제대로 패배를 맛보았는데 그 상대방은 18년간 패전을 거듭했던 유비와 2세로 가업 물려 받아 능력 없어 보이던 손권이었음.
강자가 약자를 이기는 것이 약육강식적인 세상의 질서인데 어떻게 한참 약해보이던 유비와 손권이 역전승을 거두었을까 궁금해지기 마련임.
그 과정을 하나 하나 드러내주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세계적 거장 오우삼(영웅본색,미션 임파서블 3의 감독)이 내어 놓은 작품이라 기대가 많이 되었음.
스토리는 삼국지연의의 주요 장면을 많이 도입함. 공명 화살을 빌리다, 제갈량과 주유의 목내기 경쟁 등등임. 반면 각색도 많음. 제갈량이 남동풍을 불러온다는 비과학적 이야기를 일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으로 바꿈.
그런데 약점은 진행이 너무나 느리다는 점. 중국 사람의 특징을 만만디라고 한다는데 정말 영화도 이렇게 늘어지며 만들어야 하는지 답답했음.
영화 본 소감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면 전투장면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이 사실적 특히 사운드가 웅장해서 전쟁터 한 가운데에 놓인 듯함.
비주얼도 훌륭해서 아마 체계적인 고증을 잘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고대의 전투 장면을 상세히 보여주었고 무기의 사용처도 잘 이해가 감.
가끔 주인공 중심으로 무공 과장은 있으나 너무 어색할 정도로 지나치게 과장되지는 않았음.
그럼 영화의 흐름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역사와 비교해가면서 의견을 이야기해보겠음.
먼저 전쟁의 명분을 천하통일이라는 조조의 웅장한 꿈에서 소교를 빼앗자는 다분히 동물적인 욕심으로 줄여 놓은 것은 타당한지 의문이 들었다.
마치 멀리 트로이 전쟁이 헬레네를 놓고 벌이는 왕과 남자들의 자존심 다툼이었고 이는 위로는 신들까지 개입시킬 만큼 거대했다고 늘어 놓는 일리아드의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것 같았다.
영화에서는 여자들이 소재로만 머물지 않고 실제 역사를 만들어내는 주인공들로서 활약이 커졌다. 정작 삼국지나 삼국지연의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 이야기다.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역시 관객의 비중을 절반 차지하게 된 이 시대의 여성들에 대한 배려일 것임. 디즈니의 만화영화 알라딘 또한 공주의 캐릭터를 강하게 변화시켰었는데 같은 맥락임.
하지만 당시의 역사는 여자들은 그냥 소유물 특히 승자에게 넘어가는 소유물에 불과했다는 점을 보여줌. 목숨을 걸고 싸운 다음에는 약탈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재물과 함께 적장의 처첩은 승자를 통쾌하게 만드는 좋은 전리품이었음.
삼국지를 잘 읽어보면 손책과 주유가 각각 대교와 소교와 결혼하게 되는 과정도 일종의 강압이 포함된 준약탈혼 이었다고 보여짐.
조조 또한 관도대전 이후 원소를 멸문시키는 과정에서 원소의 아들 원희의 아내를 놓고 아들과 쟁탈전이 있었음. 아들 조비가 한발 빨라서 낚아챈 것으로 보고 차마 달라고는 못하고 입맛을 씁쓸하게 다셨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음.
그럼 실제 싸움으로 돌아가서 보다 상세히 살펴보겠음.
당시 조조의 군대는 규모가 커서 100만이라고 허풍을 떨었지만 약 20만 정도로 추정됨. 그래도 유비가 1만에서 2만 수준이고 손권이 3만 정도의 군대를 보냈다는 이야기와 비교해보면 대부대임.
이 대부대를 거느리고 막 오랜 저항세력이었던 유표의 형주의 항복을 받아내었으니 조조도 한껏 기뻤을 것임. 이제 패전을 거듭하던 유비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고 강동의 샌님 손권의 항복만 받는다면 천하는 모두 통일 된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었음.
하지만 교만은 곧 패배를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 마련임.
반면 그가 얕잡아 본 유비와 손권은 역사에서 후일 자신들의 나라의 황제들로 이름을 올리게 될 정도로 만만치 않은 저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었음.
유비는 특히 최근 제갈량이라는 불세출의 참모를 받아들여 자신의 세력을 일신시켰음.
단순히 충성심으로만 똘똘 뭉친 자존심 센 집단에서 이제 지략을 키워 유표의 또 하나의 아들 유기의 군대를 교묘히 접수하고 다시 손권과는 유표의 후계자를 자칭하며 당당히 동맹을 맺고 조조와 맞서자고 외교전을 펼치게 됨.
명분과 논리 이 두가지가 제갈량이 유비군에 들어오면서 만들어낸 무형자산이었고 이를 통해 주변의 협조를 끌어내며 유비의 위상을 높임.
손권 또한 용기로 이름난 아버지와 형의 위업을 거저 물려 받은 재벌 2세가 아니고 자신의 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
원래 재산이 많아도 이를 지켜낼 능력이 되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음. 로또 하나 되면 사방데서 벌떼처럼 달려들어 빌려달라 기부해달라 투자해서 불려주겠다고 사기쳐대다 보니 그 등쌀을 이겨내기 어려움.
특히 주변의 아는 사람들이 더하고 사회적 위신 가진 사람들이 더 교묘히 벗겨먹으려고 덤빔.
하여간 손권은 이런 야수 같은 세상에서 오랫동안 2세로서 지키는데는 무리가 없었음.
그의 가장 큰 장점을 사람을 보는 안목이었음.
자신이 직접 싸움터에 나가 지휘를 하는 능력은 아버지나 형에 비해 한참 아래였음.
단 형이 키워 놓은 인맥을 알아보고 이들 중 어른인 장소 등은 잘 공경하고 형님뻘 주유에게는 권한을 잘 주었음.
그리고 무엇보다 유종처럼 허무하게 가업을 넘겨주게 되는 약골이 아니었음.
강한 의지와 정확한 판단으로 항복을 권유해온 문관세력을 다 물리치고 유비세력과의 동맹을 맺어 목숨을 걸고 싸움에 나서게 됨.
이들이 비약적으로 강해진 상태에서 다시 조조군을 살펴보면
20만 대부대에도 약점이 있었음. 조조의 직속 강병들은 원소와의 싸우면서 키워진 기병이였음. 이 들의 위력은 대단해서 장판파 싸움은 단숨에 형주에서 정예만 끌고와 유비의 퇴각을 저지하고 박살을 내버릴 정도였음. 당시 가족을 다 잃고 아두 하나 간신히 빼오는 조운의 도주가 활약으로 포장되었고 다시 이를 맞아들이며 유비가 벌였던 퍼포먼스는 어려움을 잘 보여줌.
그런데 이들 기병을 말에서 내리게 해 배를 태우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님.
실제 물에서 잘 훈련된 수병은 막 점령한 형주의 군사들이었는데 이들은 바로 직전까지 조조에게 대항했던 유표의 군대들이라 아직 통합이 되지 못함. 채모 장윤의 죽음은 실제 역사적 사건은 아니었지만 이런 조조군의 약점을 잘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임.
더 큰 문제는 풍토병에 조조군이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인데 후일 조조도 이때의 패전에서 원인을 이 돌림병으로 거론함.
또한 대군이 장기간 근거지를 벗어나 원정하게 되면 보급의 문제가 나오게 됨.
원소와의 관도 싸움에서도 식량이 다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상대의 식량보급원을 파괴시켜 대성공을 거둔 것이 조조의 성공요인이었음.
이를 놓고 추론해보면 몇 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20만으로 부풀려 놓은 조조군을 먹여 살리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임.
여기에 강쪽에서 확 밀려오는 바람을 타고 손권의 군대가 화공을 해서 배를 많이 태워버렸고 육지에서는 유비의 군대에게 기습을 당했음.
물에 막혀 앞으로 나가기도 어렵고 병과 식량 때문에 머무르기도 쉽지 않으면 조조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후퇴였을 것임.
단 이때의 후퇴가 체계적으로 질서 잡혀 이루어지지 못했음은 조조의 고백에서도 나옴.
화용도 사건은 소설처럼 관우가 조조를 다 잡았다가 놓아 준 형태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음.
하지만 화용도 즈음을 지나면서 조조가 말하기를 자기가 유비였다면 여기에 불을 확 놓았고 그러면 자신도 목숨이 어떻게 될 지 몰랐을 거라고 하면서 자신의 지혜를 자랑하고 유비의 무지를 비판한 일이 있었음.
이를 놓고 추론하면 조조도 준비 없이 급속히 퇴각했다고 생각됨.
전체 싸움의 결과를 놓고 보면 참패는 아니었다고 조조가 이야기하는데 이는 조조의 주장도 인정을 해주어야 함. 왜냐면 정말 수습도 못 할 정도로 참패였다면 형주가 고스란히 유비와 손권의 손에 들어가야 하는데 약 절반 수준에서 그쳤으니 그 수준이 실제 싸움의 결과물이었을 것임.
영화로 다시 돌아가면 여전히 조조는 간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유비와 손권의 활약상을 보여주는데 주력해서 아주 사실적이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음.
간웅이라면 간웅대로 실력을 거기까지 키워가는 솜씨가 있었는데 이를 이해시키기 보다 오히려 사소한 듯 보이는 장면에 할애를 많이 함. 축구를 보면 소림축구 축약판 같은데 이제 현대인의 보편적인 취미가 되어버린 중국인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을 영화속에 넣었다고 보임.
비둘기를 놓고 왔다갔다 하는 첩보전도 꽤 지루한 느낌이었음.
평점은 처음 기대만큼 높게 주기는 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