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쉬운 말투로 건축물의 배경, 과정, 상징을 잘 설명해주어서 건축에 대한 이해도를 한껏 높여준다. 덕분에 독자 입장에서 보면 책 덮고 나서 가보고 싶은 곳이 늘어난다. 보통 때는 그냥 지나치는 곳이라도 그 장소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아이들과 주말 여행을 떠나며 건축물을 살피며 대화를 다양하게 나누고 싶은 부모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딸아, 건축은 역사이고 예술이며 삶이란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건축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졌고 건축을 보는 기준도 많이 올라갔다. 우리들이 사는 아파트라는 공간을 살펴보더라도 1층의 필로티 도입을 통해 한결 시원해졌고 마감재가 호텔과 유사할 정도로 고급화되었고 정원 또한 각종 나무가 모여서 공원 수준이 되었다. 이렇게 외형적인 부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서 그 안의 삶들이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설 연휴의 용산 철거민 농성 해제 과정의 희생을 보더라도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우선순위와 모두가 납득할 만한 공정함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되었다고 하기 어렵다. 건축학적인 측면을 살펴보아도 불도저를 앞세워서 막히면 밀어붙이는 식의 개발을 하다보니 서울의 좌청룡을 상징하는 낙산을 비롯해 여러 산들의 능선을 마구 깍아버리거나 높은 건물로 가려버렸다. 덕분에 이리저리 눈 돌려도 서로 다 비슷한 아파트밖에 보기 어려워 자꾸 특징 없는 도시가 되는게 아니냐 하는 아픔도 준다. 정말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외국인들에게 데려다 줄 곳은 궁궐 몇 곳과 함께 인사동이라는 작은 공간일 뿐이다. 그런 고민을 안고 살다가 이 책을 보고 일감으로 떠오른 생각이 저자는 참 시간을 유용하게 보냈구나였다. 주중에 가장으로서 밥벌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나서 다시 남은 자투리 시간을 자녀와의 여행에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자신의 전공 겸 취미인 건축과 아이의 인문학적 교육이 잘 연결되어 이렇게 훌륭한 작품까지 나오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보면 먼저 아이에게 세상을 보는 법을 특히 세상을 즐기는 방법 하나를 잘 가르쳐 준다. 주변에서 보여지는 건축물로부터 미를 읽어내는 방법 말이다. 다음으로 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돈을 투자하는 건축주가 그 시점에 가졌던 의도, 욕망, 배후의 사정 등을 설명하고 진행과정에서 또 하나의 주인인 건축가가 이를 해석하고 형태로 구현해가면서 자신의 철학을 어떻게 담아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일반 주거물과 구분되는 종교적 건축물들의 경우 작가의 특색이 잘 나타낼 수 있는 작품이 되는 것 같다. 성경의 오병이어 이야기를 잘 형상화 했다는 초당성당을 보면서 감탄하게 되었다. 작가의 인용에 의하면 “내부의 길을 종교적 입장을 상징하게 만들어 사망의 골짜기를 지나 부활에 이르는 노정을 축약한 개념으로 어둡고 장엄한 회랑을 지나 환하고 안온한 본당에 이르도록 설정했다”고 한다. 한 가지 더한 장점으로 전두환,노태우 등 가까운 시대부터 멀리 조선 시대까지 다양한 역사 공부가 이어지게 된다. 발로 뛰고 눈으로 본 공부는 쉽게 머리에서 잊혀지기 어렵다. 이렇게 열심히 뛰어준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보고 하다 보면 다음 여행에는 꼭 이곳 들르도록 일정 짜보고 싶다는 생각이 여기 저기에 들었다. 내가 이미 가보았던 현대미술관, 국립극장, 워커힐 등의 장소에 대해서는 다시 느낌을 반추하게 되고. 경동교회 등 서울 시내 혹은 주변의 건축물은 문을 두드려서라도 한번 들어가보고 싶고 그 바깥에 멀리 있는 곳들은 꼭 여행코스에서 한 여정으로 만들어 들러보고 싶어졌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특성 하나가 또 나온다. 감리 하면서도 자기 돈 깨지는 것 상관 않고 제대로 된 작품 만들려고 고집부리다가 돈 잃고 고객 잃었다는 고백이 나온다. 정말 제대로 된 건축은 어렵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다. 그런데 책을 쓸 때는 이런 성격이 오히려 좋은 장점이 된다. 꼼꼼히 관련된 사람을 찾아서 인터뷰 뜨고 필요한 부분 잘 채록하다는 수고가 없다면 여기저기 뜬구름 잡는 이야기 짜집기해서 만들어내는 시중의 잡다한 책을 넘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쨌든 작가라면 먼 훗날 삶의 의의가 무엇이냐고 남이 물을 때 아마 자신의 안목을 남과 공유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특히 그 과정이 아이와 함께, 그 성장을 도와가면서 더 즐거웠다고 답 할 수 있으리라. 어찌 부럽지 않은 삶이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