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 수다

<공중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1년동안 6번에 걸쳐 일본 항구를 배로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며 만든 기행문 모음이다. 유명 관광지, 배로 작은 항구 등 다양하게 들르는데 차나 비행기로는 1,2시간이면 훌쩍 갈 수 있는 거리를 10시간 넘게 가다 보니 느긋하지 않으면 참기 어려운 삶이 있다. 중간에 잠시 현해탄 넘어 한국의 항구도시 부산도 방문하며 이국적인 관찰자로서의 시선도 보여주기도 한다.

원래 기행문은 형식도 내용도 각양각색인 문학 장르다. 신영복님의 <더불어숲>을 보면 세계를 돌아다니며 나라 마다 역사적 이해와 함께 작가의 깊은 사색이 있고 김훈의 <자전거여행>을 보면 거리의 이동을 위해 지불하는 몸의 수고가 많은 만큼 한 곳 한 곳에서 섬세하게 사물에서 느끼려는 태도가 있다.

반면 이 책의 특징은 가벼움이다. 어디를 보더라도 무게는 도통 느껴지지 않는다. 본문에 어려운 주제가 나온 적도 없고 작가의 고뇌도 별로 없다. 대부분의 고민은 잠자리, 먹는 것, 마작과 같은 소일거리, 항구도시 마다 이어지는 스낵바의 아가씨가 이쁠 것인가 등등에 머무른다. 참 문장도 짧게 짧게 끊어진다.

공중그네의 내용을 보면 정신과 의사 이라부라는 인물이 무책임하게 보일 정도로 무사태평하게 살면서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당신의 고민이 곧 당신의 병을 만든니 삶을 쉽고 편하게 가치있게 살라는 이치를 일깨워준다.
이 여행기를 통해 느끼게 된 작가의 삶 또한 엇비슷하다고 보인다.

통장에 인세가 들어와 잔고가 찍히면 잠시 마감을 멈추고 여유를 가진다. 다른 오락은 별로 없는데 소설 쓰기만큼 작가를 진지하고 치열하게 만드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잡지 편집장이 낚으려고 던진 미끼를 물어 이곳저곳 끌려다닌다.

책을 보면 먹는 내용이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본인은 실제로는 미각치라고 고백한다. 그 보다 더한 충격은 해외 명작을 읽어보아도 감명 보다는 별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고백에서 나온다. 일본 소설을 읽으면 더 심해서 5권 중 3권은 신통치 않다고 느낀다고 한다.
거꾸로 본인의 소설도 조카가 읽지 않는다는 투덜거림도 이어지니 돌고 도는게 인생이다.

아직 확 뜨기 전이라 지나친 유명세가 붙게 되면 귀찮아지니 이런 잠행 성격의 여행에는 오히려 적격이라 느껴졌다.
본문 중 지방의 스낵바에 갔다가 동행이 출판사에서 나왔다고 하니 아가씨가 나도 책 좋아하는데 하며 몇몇의 작가를 꼽았는데 작가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아사다 지로는 나오는데 하는 아쉬움이 작가의 말투에서 배여나왔다.

그러다 이 연재가 이어지는 중에 작가 본인이 나오키 상을 수상하는 영예가 있었다.
출판 업계가 상 하나에 대접이 달라진다는 오쿠다의 독백도 있었듯이 작가가 점점 높아져 가는 위상을 느껴볼 수 있었다. 주변에서 귀찮게 한다던가, 여행지에서 사람들이 수근거리고 식당주인이 사인을 받아 두는 등의 이벤트가 나타난다.

책의 소소한 즐거움 속에서 일본사회의 독특함이 많이 느껴졌다.

도시는 안락함을 위해 각종 인위를 만들어낸다. 온도 걱정 없고 전기 걱정 없고 먹는 것도 규격화된 도시의 삶을 훌쩍 벗어나 세상을 날것으로 만날 수 있게 된다.

화장을 지우면 약간 예쁘장한 싱글맘이 되어 자녀의 체육회에 나오는 스낵바 아가씨도 있고 잠자리 안잡았다고 하니 손을 이끌며 직접 찾아주는 동네 인심, 제법 탄복할 만한 볼거렸던 마쓰리지만 마을만의 축제로 남기위해 관광객을 부르지 않는다는 농심 등 다양한 모습이 작가의 배편을 따라 나타난다.

특히 먹는 즐거움은 고장마다 싸게 즐길 수 있는 현지음식에 탄복한다. 오징어 회를 부탁하니 바로 배로 가서 오징어를 사와 만들어주니 바다의 싱싱함이 고스란히 입안에 전달된다.

가는 곳마다 명소를 찾아서 찎어주는 출판사 편집인들을 동반한 덕분에 눈이 즐거워진다. 그러다 어떤 곳에서는 일본 3대 명소라고 주장하는 현지인들을 보면서 과연 세번째라는 순위가 정말 타당한지 갸우뚱 하게 된다.

오가는 과정을 살펴보니 역시 일본의 우수성은 보통사람의 나라가 아닌가 생각된다.
배를 가득한 사람들을 보면서 보통의 일반인들도 다 같이 여가를 여행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줌이 일본사회가 제공하는 장점이라고 작가가 되뇌인다. 편의점 알바를 해서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자금이 확보되니 한비야 수준의 여행작가는 무수히 많이 나온다. 덕분에 관광명소라는 곳이 상당히 사람손이 타면서 퇴색된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한국이야기도 이곳저곳 나온다.
큐슈지방을 지나가다가 한국 방송이 나오니 이런저런 투덜거림 뒤에 갑자기 남의 땅 자기 땅이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튀어나온다. 아마 독도 논란인가 하는데 그냥 평균적인 일본인의 소감으로 느껴진다. 후일 작가의 작품이 한국에서도 많이 팔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면 굳이 내어 놓지 않았을 이야기다.

한국차의 디자인은 독일 것을 교묘히 베낀 것이고 절의 단청은 중국 냄새가 더 난다는 식의 쓴소리도 나온다.
한국 여행 가는 배편에서 한국 아이들의 분방함을 보면서 버릇없다고 투덜대는 작가의 모습도 사람을 웃기게 한다. 역시 한국과 일본은 닮았지만 약간씩의 거리는 존재한다.

어쨌든 이런 날것으로서의 작가의 자유분방함이 매력인데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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