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집의 맥도날드화, 보따리상 둘의 관계
동네의 천원 김밥집과 보따리상의 관계를 물으면 바로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갑자기 집에서 나에게 천원대의 김밥 사먹지 말라는 말과 함께 배경으로 재료의 비위생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 원천에는 중국산의 위험성이 놓여 있다고 하는데 이야기의 소스는 최근 중국으로 주재원 나가게 된 이웃집이다. 한참 듣다 보니 다 옮겨적지 못할 정도로 겁나는 이야기가 많았다.
곰곰히 배경을 생각하다 보니 이 책을 읽은 기억이 나서 나름의 추론과 함께 몇자 적어 본다.
IMF 직후 실업을 맞은 많은 사람들이 보따리상으로 변신해서 중국행 배편을 타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의 농산물이 당시 한국 보다 훨씬 쌌는데 예를 들면 깨,잣 등 한국에서는 고가의 산물이 중국에서는 1/10에 머무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음식점과 다른 유통 채널에서 중국산이 꽤 큰 비중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길님이 지은 <한국을 떠나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책을 보면 한중을 오가며 성공한 국졸 출신의 교포 기업인의 모습이 나온다.
수입상을 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해프닝이 나온다. 고추의 수요가 왕창 늘어나자 중국에서 옥수수에 빨간물을 들인 가짜고추가 나와서 일체의 중국산 고추가 수입금지 되어 버린 사건이다. 주인공은 이 사건 하나로 단숨에 폭삭 사업을 말아먹었다고 한다.
결국 중국에서 참기름 공장을 인수해 직접 참기름을 만들어 한국으로 들어와 음식점을 돌아다니는 방향으로 사업이 전환되었다.
처음 편견에서 나오는 거부감을 뚫고 사업을 성공시키는 이 기업인의 활약상은 물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중국상품의 확대는 점차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영향을 만들어낸다. 그 대표적인 부작용이 김밥집 등 소형 음식점의 맥도날드화다. 고기 중 가장 질 나쁜 부위를 활용해서 고기를 먹었다는 포만감과 영양분을 주는데 여기서 만들어지는 직접적 부작용은 비만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상당수 식당에서 중국산 비위생 제품으로 낮은 가격을 실현하는데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더 낮아진 질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유통채널이고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보따리상이다. 한번 배운 일은 쉽게 잊기 어렵고 한번 돈을 맛보면 이를 놓기 어렵다.
처음 중국사업을 시작 할 때야 적당한 이윤을 보면서 적당히 양심을 지켰겠지만 개개인이 적은 자본으로 시작했다가 한두번 실패를 겪으며 막판으로 몰리면 양심 보다는 생존을 우선시하게 된다. 덕분에 더 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질은 저만치 뒷편으로 밀어 놓게 된다.
이 결과 현재 형성된 보따리상을 매개로 한 한국과 중국의 음식 유통 먹이 사슬은 그만큼 취약한 구조를 가지게 되어버렸다.
한번 만들어진 구조를 뒤바꾸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다.
공급책과 수요처 모두 이 구조에 익숙해져 버린 덕분이다. 단기적으로는 유통 구조를 되도록 책임을 질 수 있는 단위로 개편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적절한 이윤이 보장되니 품질 또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무릇 배가 고픈 상태에서의 양심을 너무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이치를 여기서도 잘 상기하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실업자들이 선택한 수단으로서 중국 사업이 과연 어려움을 맞았을 때 어디까지 양심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 정책 집행자가 물음을 가지고 내다보아야 한다.
물론 그 다음 궁극적인 해결책은 각 주체가 양심을 가지고 각자 최선을 다해주도록 의식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최근 우리가 논하는 인문학적 교육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