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교수의 서울사용 설명서 2084
이현수 지음 / 선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울사용설명서 2084

코엑스 앞을 지나가다가 길 건너편을 보면 묘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긴 직선이 사선으로 관통하고 건물 전면에는 원이 여럿 붙어 있고 붉고 검은 여러 색이 섞인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작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참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은 덕분에 호기심 충족을 위해 몇 차례 웹으로 검색했지만 적절한 설명을 발견하지 못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건물의 작가가 베를린 유태인 박물관 등 작품 이력을 가진 점, 건물이스토리텔링을 가져야 한다는 철학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 덕분에 리움을 가고 싶어졌다. 높은 입장료에 망설였는데이 책 덕분에 세명의 해외 유명 건축가들이 하나씩 만들었다고 하는 독특한 건물이 더 궁금해졌다. 아마 다른 나라에 있는 동일 건축가의 다른 건축물들을 미리 익혀둠만으로도 충분히 값을 하겠구나 하고 내 생각이 바뀌어 버렸다.
이렇게 서울 곳곳을 누비며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해 작가는 수백 가지를 드러내 준다.

한 예는 몰링이다. 코엑스 몰이 만들어진 이후로 몰이라는 상업지대 안을 오가며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몰링이라는 단어가 나오게 되었다. 새로 멋진 건물이 만들어질 때 마다 그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는 즐거움을 추가해 봄은 어떨까?
특히 최근의 건물들에는 미술품이 바깥에 하나 기본으로 붙어 있고 안에도 건물주가 영위하는 사업과 맥을 같이 하는 미술품도 있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건물을 만들 때 건물주가 신경 쓰는 요소는 꽤 많은데 그 의도를 짚어보고 감상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즐거움일 것 같다.
해외여행으로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가면 건축물 하나 하나를 그런 의도로 보면서 우리 삶의 거점에서 굳이 건축주의 성의를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보인다.

책의 즐거움은 물론 여기서 그치지는 않는다. 이슬람 사원, 성당 등 종교건축물, 역사적 전통이 담긴 건축물, 청계천과 같은 공공사업 등을 잘 살피면서 요리조리 우리의 안목을 넓혀 준다.

책이 워낙 두껍다 보니 들고다니기에는 사용설명서라는 제목과는 좀 배치되는 점은 있다만. 그래도 제법 값은 한다는 느낌인데 판매량은 워낙 저조하다. 작가님과 출판사 분들도 고심이 되겠지만 내가 봐서는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은데 하며 갸우뚱 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