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6 - 두부대결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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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음식 자체보다는 다채로운 사람 이야기가 전권에 가득하다.
작가의 발이 여기저기 뛰어다녀 준 덕분에 평소에 직접 해보기 어려운 장소로 작가의 시선을따라다니는 즐거운 체험을 하게 되었다.
꽃동네, 캐나다 로키 트래킹, 강화도 등 장소도 참 다양했고 그만큼 즐거움도 넓어지고 깊어져갔다.

먼저 꽃동네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든 축에 드는 사람들과 이들을 돌 보는 봉사자들을볼 수 있었다. 레인맨에 나오는 것처럼 숫자 암기에만 강한 사람, 자신이 비밀첩보원이라는 망상에 빠져 있는 사람은 오히려 나은 편이다. 어떤 사람은 독한 약에 취해 몸을 구부리고 자는 모습이 마치 어머니 뱃속에서의 자세와 같다고 한다. 항상 외출복을 입고 있는 소녀는 어머니를 기다려 같이 나가려고 안타까워하는데 실은 버려져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 아프고 힘든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모습이 그냥 주어지지 않은 매우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다음 강화도 갯벌을 오르내리며 보여준 낚시의 묘미도 즐거웠지만 무엇보다 느리게 사는 삶 또한 좋은 즐거움이라는 점을 잘 느껴볼 수 있었다.

집단 가출 편에서는 노년의 친우 모임이 확 여행을 한번 질러버린다. 돈 걱정, 집안 걱정 다 접어 놓고 한번 남자끼리 뭉쳐서 바다 건너로 뛰쳐가버렸다. 그렇게 도달한 공간은 캐나다 로키 산맥이다. 먼저 끝이 없는 듯한 자연의 광활함 속에서 다들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가진다. 한국에서의 삶은 인공이 많은 공간으로 채워져 있고 옆으로 퍼져 살려해도 땅이 부족하다 보니 위아래로 포개져야만 했다. 인공 건조물도 많고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게 갖가지 규칙들이 만들어진다. 예의범절, 에티켓, 매너 등 갖은 규칙을 머리에 담고 사는 일은 여간 피곤한 삶이 아닐 수 없다.
가장으로서의 무게는 어떤가? 집이라는 공간을 가족에게 만들어주어야 하고 다시 의식을 제공하기 위해 천직을 수행하면서 은퇴에 이르도록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이 모든 무게를 다 내려 놓고 나간 노년의 가장분들의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행의 에피소드도 간간이 나오는데 원래 노인들이란 자기 규칙이 많아져서 남들에게는 고집으로 보이지만 본인은 소신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금세 다툼으로 난장판이 되어 배가 산으로 간다. 은퇴 후 유럽에 가까운 가족들끼리 자동차여행을 떠난 분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여기서도 유사한 모습이 금방 나타난다.

좌충우돌 움직이다가도 이들을 한데 모으는 일에는 역시 음식이 중심에 놓인다. 미대륙까지 왔으니 역시 LA갈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금강산도 식후경, 싼 맛에 잔뜩 만들어 놓은 갈비 모습에 한국에서 가져간 팩소주의 알뜰함이 곁들여 다시 같이 먹고 같이 살자는 식구로 돌아간다. 더해서 이들의 시끄러운 소란에 등을 돌렸던 외국인들과의 관계도 한국음식의 맛으로 되돌리게 했으니 참 금상첨화다.

여러 나라 사람이 모여 사는 미국의 대도시를 보면 서로 다른 민족의 음식을 즐기러 다니는 풍경이 많이 눈에 띄게 된다. 음식의 맛은 다른 문화 속 삶을 이해시켜 준다.
인도의 매운 카레를 맛 보면서는 열대에서 재료를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한 노하우에 경의를 표함이 좋다.
이렇게 사람들을 공통의 즐거움을 맛 보게 만들어 주면서 하나로 묶어가는 기능이 맛 탐구의 중요한 역할이 된다.

앞으로 글로벌 시대에 해외를 돌아다니는 직업이 많아질 것이다. 이런 일을 지망한다면 단순한 취업 의지 보다 실제 의지를 수행 할 수 있는 역량과 자세를 보임이 좋겠다. 자기의 특색을 드러내기 위해서 다른 나라를 직접 돌아다니고 그 결과를 여권의 출입국 도장으로 나타내는 것도 방법이고 그만한 여유가 안되면 이태원,홍대,동대문 등 여러 나라의 색깔을 가진 맛집을 다녀봄은 어떨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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