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3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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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호기심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었지만 다 읽은 소감은 긍정할 부분 절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절반이라고 내리게 되었다.

1.
먼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핵심주장의 논증방법이었다.
가장 우선적으로 저자가 핵심 개념으로 사용하는 제국이나 식민지라는 용어는 이제 많이 낡아버린 말들이 아닌지 묻고 싶다. 제국주의의 정의를 되짚어 볼 때 강대국이 한 지역을 군사적으로 점거하면서 경제적인 착취를 하는 구조를 만들어내어 경영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볼 때 산업혁명 이후 확산되다가 2차 대전 이후 식민지 직접 지배가 무너진 것이 1단계이고 베트남 패전, 아프간 패전 및 동구권 붕괴 등으로 미소의 제국주의가 각기 무너진 것을 2단계로 분류된다.

그럼 지금 한국이 제국주의로 전환하고 있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구체적으로 따져보기 위해먼저 제국주의의 정의와 비교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군사적으로 타국을 지배한다는 범주와 비교하기 위해 한국이 해외에 군사력을 보낸 경우를보면 딱 두 번이 나온다. 첫째는 베트남, 두번째는 이라크와 아프간이다. 이 중 저자가 두번째 사건을 보면서 한국이 제국주의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고 본다.
첫번째로 한국이 파병한 베트남을 보면 다른 나라가 한국을 제국주의라 불렀던 기억은 별로 없다. 오히려 제국주의인 미국의 용병 취급을 했다.
이라크전 또한 한국은 용병 수준의 대접이지 제국주의 주체로 대접받아야 하는지 솔직히 회의적이다.

다른 부분에서도 나오지만 재벌시스템의 위력을 지나치게 과잉평가하고 있는지 약간 의아하게 생각된다. 한국의 건설자본의 해외진출을 위해서 국가가 제국주의로 변환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하는데 실제 건설자본의 위력은 그렇게까지 강하지 못하다.
수출도 미국과 중국에 대한 비중이 크고 유럽이나 타지역도 작지 않은데 미국의 제국주의화에 대한 경향에 대해 반감이 많은 타국들이 한국이 소 제국주의화 한다면 이를 환영하면서 써줄것인가? 당장 헐리우드 영화의 상징 007이 급속히 위축되듯이 한국의 상품은 오히려 내리막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한국의 이라크 파병 등을 이제 내가 제국주의요 하고 나선다고 보지 않는다. 그 덕분에 저자가 주장하는 우려도 기우에 그칠 것 같고 또 그러기를 바란다.

이런 기초적인 부분에서 저자의 주장과 괴리를 느끼다보니 전반적으로 책 내용에 동의하기 어려워진다.

2.
마음에 드는 부분은 2장의 북한이 향후 내부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였다.

국경이 무너져 시장이 개발 되는 상황이 나오면 자본은 이를 커다란 기회로 여기게 된다.
북한 스스로의 힘으로 발전한다면 스위스냐 베트남이냐 하는 모델을 고민하겠지만 그냥 무조건적으로 개방하면 건설, 부동산 기획 자본의 먹이가 될 것이다라는 우려를 할 수 있다.
외부 자본을 끌어들일 수 밖에 없는데 남한의 자본에 다른 외국 자본에 비해 어드벤테이지를 줄 것인가 아닌가라는 문제가 나온다. 또 북한의 소상인들에게 기회를 주어 이들이 자본가로 성장하게 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 과정의 지연을 기다리지 말고 그냥 외국의 대자본과 무한 경쟁하도록 놔둘 것인가 등의 문제도 나온다.
이들 문제 각각이 형평과 효율의 문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내국자본 육성이 주는 민족 중심 효과를 높이 쳐야 할지 외국자본이 주는 효율성이 사회에 더 좋은지 등을 놓고 고민 정책입안자를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지금부터 내부체제를 자본주의화 시킨다면 제2의 이병철,정주영이 북한주민 사이에서 나올수도 있겠지만 외부자본과 차별없이 경쟁한다면 대자본가의 양성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북한의 현체제가 무너진다면 일정기간 식량과 교육,사회간접 인프라의 구축 등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이를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지는 큰 문제다. 남한이 과거 했듯이 국가가 채무를 지고 이를 내부에 배분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빌리는 대신 일정한 사업권과 교환할 것인가 등 여러 문제가 나온다.

하여간 이 복잡한 향후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이 책의 챕터 하나지만 할애를 하고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한 태도는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3.
덧붙여서 최근 준 IMF 상황에 처한 한국경제를 보면서 소회를 표명하면 10년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부분이 많다고 자신할 수 있다.
우선 현재 한국은 제조업에서 다수의 1위를 보유하고 있다
. 전자 부문의 삼성전자,조선의 현대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 전세계를 상대로 무한 경쟁을 하면서 1위를 누리고 있다. 이들이 무너지지 않는 한 나라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단 과도한 욕심에 의해 만들어진 부동산이나 주식의 거품을 다 떠넘기지만 않으면 말이다.

이들 기업들에 대해서 타국 특히 과거 공산권이었던 중국이나 동구는 주체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단순히 시장을 내주는 개념이 아니라 자국의 노동력 고용에 의한 새로운 시장 창출도 희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쟁에서 이겨 시장을 하나 하나 획득해 나갈 때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화가 많아지고 수출과 직접 연관이 없는 다른 서비스 부문에도 부가 흘러들어간다.

적어도 노키아,월마트 등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을 자국에서 밀어낸 나라는 몇 없다. 가까운 일본과 함께 한국은 이 점에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그런데 이런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 앞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노키아가 무너져버린 핀란드 경제를 생각해보라.

오늘 한국의 2세들은 향후 조직의 탑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는 없게 된다.

한국의 삼성과 LG가 노키아나 일본의 소니를 이겨나갈 때 여기서 다음 세대를 위한 밥이 나온다.
그러니 기업의 경쟁의 한순간 한순간이 경주로 비유할 수 있는 전쟁이고 각국은 자국의 출전 말(기업)을 성원하기에 지금의 세계 경제는 하나의 경마장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미국도 겉으로는 자유경쟁을 외쳐도 각자 자국의 기업이 이기기를 원하고 실제 밀려나가면 이번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 보호처럼 치사한 방법을 쓰게 된다. 반도체,LCD 부문에서 타국에 냉정한 담합 혐의를 씌우며 수억불의 징벌금을 청구하는 미국 검찰의 태도와 비교해보자.

이렇게 중요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가장 푸대접을 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 정부와 사회다.

4.
결론적으로 우석훈님의 글은 전반적으로 훌륭한 문제제기를 담고는 있다.
<88만원 세대>는 노무현 정부에 의해 방치된 젊은 세대의 심금을 울렸고 다른 책들에서도 좋은 문제제기는 여럿 나온다.
반면 이를 체계 있게 파고들어 해결까지 논리적으로 끌고 가는데는 약한 면이 보인다.

이 책이던 얼마 전 읽었던 <샌드위치론은 허구다>라는 책에서든 매한가지로 현실에 대한 이해가 차이가 많이 난다.
학자들을 자주 불러 이야기를 들었던 재벌 회장님이 계셨다. 다 듣고 나서 학자분이가시면 하는 말씀이 반만 새겨 들어라였다. 들을 필요는 있지만 거기에 매여서는 안되니 필요한 부분을 골라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써먹으라는 이야기다.
이 책도 딱 그런 태도로 임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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