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까지 보았던 배트맨 영화 중에서나 근래에 미국에서 나온 영화 중에서 가장 여운을 많이 남기는 작품이다.
많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서 볼거리를 만들어 관객에게 선물한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영화는 그 순간 짜릿함을 주지만 나와서는 거기가 끝이다. 예를 들어 아이언맨의 경우 액션을 중심으로 한 볼거리와 테크널러지는 있지만 그것에서 멈춘다.
반면 메시지를 담아 머리를 자극하는 영화는 여운이 길게 남는다. 특히 인간의 본원적인 문제들 가령 선과 악에 대한 고민 등을 다루면서 숙제를 남기는 작품들도 있다.
이번 배트맨은 분명 액션과 볼거리가 뿐만아니라 메시지로서도 좋은 값어치를 한다.

영화가 배경으로 도시는 여전히 고담(Gotham), 뉴욕의 어두운 단면이다.
그리고 이 도시를 잘 들여다보면 미국 전체가 보인다. 특히 9.11 이후의 미국의 어두운 면들이 극적으로 부각되어 있다.
처음에는 비극적인 잔혹함이 다음에는 풍자적인 우화가 나타나고 마지막으로는 여운이 남는데 그 속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 일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시리즈에서 전작을 넘어서기 위해 감독들은 고민한다. 주인공을 한번에 업그레이드 시키기 어렵다면 방법은 그가 놓인 과제의 어려움을 바꾸게 된다.
이번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오히려 악인의 역할을 한 조커다.
그의 잔혹함은 차지하고 정말 뛰어난 점은 머리 싸움과 비전이었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 조커는 동네의 조무라기 깽단과는 질이 다르다.
그가 구사하는 방법을 보면 심리전의 대가라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경영과 관련해서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 가장 뛰어난 기술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내편이 아니라 적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기술이야말로 최고로 쳐야 한다.
그런데 이번 주인공 조커는 이 분야의 정말 대가다.

그가 상대하는 반대편의 리더들인 배트맨과 검사 그리고 경찰들과 이를 둘러싼 일반 시민들까지 거대한 집단을 어떤식으로 자극하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상대편은 게임의 끝에 거의 다다를 때 까지 아니 게임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이런 악인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산더미처럼 쌓인 돈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 어렵다.

그는 교묘히 각종 사람들의 심리를 활용한다. 빚이 많은 경찰관들이 어떻게 넘어가서 자기편이 되는지를 알고 이를 활용해 조직들을 빠르게 부패시킨다.
그런데 이 정도는 매우 작은 약과다.

각종 이벤트들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준다. 그의 경고가 실현될 때 마다 사람들의 공포는 업그레이드 되고 그 결과 점점 그의 의도대로 놀아나게 된다.

테러의 위협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사람들은 점점 테러리스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되어 간다. 즉 지금이 가장 긴급한 상황이라는 명분으로 각종 긴급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생명의 위협에 따른 긴급 피난이라고 하는 명분을 통해 점점 평소에는 가지 않던 길을 서슴지 않고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지켜오던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어떤 것은 붕괴되고 어떤 것은 무력화되어 버린다.

선거를 통한 자치, 법의 적용에 의한 만인에게 공평한 기회부여, 언론을 통한 참여 등 민주주의를 지탱하던 여러 제도들이 순식간에 몰락하면서 가장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회가 추락해버린다. 이기심과 공포만 남은 얼굴들 따를 리더를 잃어버리고 가치를 잃어버린 사회의 모습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조커의 의도가 서서히 드러난다.
악이 진정 원한 것은 자신의 복제였다. 상대를 괴롭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을 닮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큰 소망이 오래 사는 것이고 그 다음은 자신을 무엇으로 남기느냐이다. 자식을 남기는 것도 아니고 영생도 아닌다면 자신을 닮은 존재를 남기는 것이야말로 영원히 사는 길이다.

원래 세상의 선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선이라고 극단적으로 내세우던 가치도 잘 못 방향을 잡으면 악과 별다르지 못 하게 된다. 그런 이치를 조커는 예를 직접 만들어가면서 보여주는 것이다. 왜냐고? 사람들에게 리더를 불신하게 만들어 가야 할 방향을 잃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 함정에 배트맨이 빠지느냐 빠지지 않느냐는 것은 어려운 숙제가 된다.

그러면 이것은 누구에 대한 비유일까?
바로 미스터 조지 부시다.
그는 알고 보면 선하고 신실한 기독교인이다. 덕분에 수많은 선하고 신실한 기독교인이 그를 지지하기 위해 과감히 투표장에 나와서 표를 모아주었고 그는 재선에 성공하였다.
그 결과는 아름다울까?
미국은 9.11 이후로 점점 테러리스트에 닮아가고 있다.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어디갔는지는 이제 아무도 묻지 않지만 결과는 매우 참혹하다. 관용이 없어진 나라, 자신의 위기 상황만 강조하면서 각종 합의를 파기 하는 나라, 그러고서도 손에는 막대한 힘을 보유하기에 위험해진 나라. 이것이 바로 미국인데 이는 단지 외부의 테러리스트 한 둘의 폭력만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
정말 자신을 몰락시킬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시 조커에 대한 비유는 빈 라덴이 될 것이다.

부시와 그가 이끄는 미국을 자신과 닮게 만드는데 거의 성공해가는 빈 라덴의 행보가 여기 영화속의 조커에 잘 투영 되어 있다. 비아냥과 함께.

물론 영화는 거기에서만 그치지는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가장 어려운 속에 놓였어도 인간은 희망이라는 또 다른 창구를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속에서 소위 사회적 게임이 하나 시도되는데 다 보여주면 스포일이 되기에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겠다. 통념을 벗어나기에 한번 관심 있게 보아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는 영웅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는다.
어느 사회든 영웅은 필요하다. 대다수 사람들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길을 찾지 못 하기 때문에 리더로서의 영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영웅의 길은 거기에 있지 않은지 모른다. 오히려 반대편 다들 시끄러울 때 조용히 생각해보자고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흑인 오바마를 오늘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 까지 만든 것은 거대한 변화다. 주류 사회의 전통적 가치로는 도저히 이해되지도 납득되지도 않는 현상이지만 이것 또한 하나의 흐름이다.

영화 마지막의 여운과 이 흐름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선과 악, 우리의 현실에 대해 깊게 고찰하도록 만드는 작품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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