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전무 1
히로카네 켄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시마전무

샐러리맨의 우상 시마, 이제 한단계 또 올라서서 전무가 되었다.
사장 까지는 부사장 거쳐 두 단계만 남은 셈이다.

직장생활은 한단계 올라갈 때 마다 다른 세상이 보인다고 시마과장 마지막 부분에서 니카자와씨가 언급했던 말이 여운을 남겼는데 이번 편에서도 여전히 같은 모습이 보인다.
전무가 되니 우선 만나는 사람의 지위가 계속 높아지고 만화에 등장하는 비중이 커져간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신임 사장은 시마가 무엇을 하고 있나 관심을 많이 두고 의견을 묻고 답을 잘 구한다. 전임 사장들의 신임도 여전하지만 신임 사장 또한 시마를 개혁의 중추요 자신의 철학을 관철할 오른팔로 생각한다. 가끔 경쟁자라는 점 잊지 말아주는 것도 두렵기는 하다.
다른 축으로는 기업 바깥에서 고이즈미가 관심을 가져준다. 시마의 해외 근무 경력을 높이사서 무임소 장관으로 발탁을 고려하고 만날 때 마다 안부를 물어온다.
실제 고이즈미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고 실제 선거에서 자객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캐리어의 인물들을 수혈하여 꽉 막힌 관계와 정계에 변화를 시도했다.

이렇게 관심이 높아지면 부담도 커지는 법이다.
시마가 담당해야 할 업무 또한 많이 늘어나는데 과거 돌아다녔던 전통적 소비시장인 미국을 포함해서 생산기지에서 점차 커지는 소비력에 관심을 두어야 할 중국과 인도까지 모두 포괄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을 이해하고 제품을 맞추어 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반면 생산은 가장 싸고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아 생산기지를 임금이 싼 곳으로 몰아야 한다. 이런 과제를 머리 하나에 몰아 넣어 해결하려면 타 문화를 이해하고 수시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 할 수 있는 복합적 사고를 잘 수행력이 필수다.
대외적으로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에게 개방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자기의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시마의 성장의 핵심에 영어과를 나왔던 점 과장 초입에 해외근무를 통해 인정 받은 점이 커다란 토대가 되었다. 거기에 필리핀 외근, 발리 출장 나아가 유니버셜 스튜디오 M&A라는 큰 딜에 중추적 역할을 한 것이 모두 복합되어 다국적 기업의 리더로 가는 커리어가 만들어졌다.

이번 호에도 직장인이라면 관심을 두어야 할 교훈이 담긴 이야기가 나온다.
신임 사장은 의외로 발탁인사였다. 다들 박수를 치는데 좌불안석인 사람은 직전까지 자신들 중 하나가 될 줄 알았던 부사장 두명이다. 그 중 한 분이고 과거 여러 가르침을 베풀던 선배를 모시고 신임 사장은 30년 전에 자주 자리하던 식당을 간다.
거기서 가르침을 주었던 여러 교훈들이 직장생활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흙탕물은 앞장서서 뒤집어써라. 인생은 자기 책임이다. 남을 탓하지 마라. 의리를 저버려선 안된다. 그리고 인정에 사로잡혀선 올바른 길을 갈 수 없다” 등을 떠올린다. 다 좋은데 여기서 이제 모순이 되는 운명적 결단을 해야 한다.
지휘권 확립을 위해 옛 상사에게 용퇴를 요청하면서 의리는 저버리지만 조직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해달라고 한다.
나도 전에 직장생활에서 비슷한 케이스들을 많이 보았다.
서울대를 나오고 과거에 촉망 받았던 인재지만 지금 맡은 일에서 수년간 두각을 못 내고 후배가 먼저 상무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 윗사람이 부르는 자리를 갔는데 본인은 이제 후배 밑에 일하게 되니 부담을 덜어라하고 위로를 받는다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 그 자리는 용퇴 권고 였으니 충격은 매우 컸을 것이다.
조직의 논리는 냉정하고 시마전무의 이번 케이스와 비슷한 면모가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개인들은 설마 하면서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여파는 상당히 커서 사장이 바뀌면 경쟁하던 파벌의 수장들에게 바로 물러가 달라는 요청을 하게 되고 이어서 그 수하들은 자연스럽게 도태가 된다. 덕분에 내가 참여하던 프로젝트나 진로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받았다.
다들 힘이 강할 때야 파벌을 만들고 충신인양 행세하지만 이번처럼 물러나게 될 때 같이 문을 걸어 나가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무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된다.

에베레스트 산과 같이 높은 곳을 올라가는 등산과도 비교가 되는데 정상 바로 앞에서는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폭풍에 떨어져버리는 것 같은 꼴이 된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올라가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직장인들의 심리다.
이야기 초반에 나왔던 곤노 주임처럼 아예 일찍 포기했다면 모르되, 한번 오르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끝까지 가야만 하지 중간에 멈추는 방법은 없다.

정치에도 잠시 비유하면 노태우는 자신에게 권력을 물려준 전두환을 백담사로 보냈고 정호용은 사퇴를 시켜버렸다. 다시 후임자 김영삼은 둘 다 감옥으로 보내는 결단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권력이란 그렇게 냉정할 따름이다.

그 권력의 힘이 이제 내부 투쟁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과감히 조직의 오랜 정체에 메스를 대게 된다. 성장이 정체된 상태의 조직을 보면 창의성은 발휘될 여지가 줄고 각기 오랫동안 자리지키면서 벽을 많이 치는 모습이 보인다. 나 아니면 안된다고 하면서 각종 문서를 자기 서랍에 넣고 감추고 도장 하나 들고 자기 특색을 내는 그런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감히 충격파가 필요하다. 과거 방식이 안된다는 충격을 주면서 새로운 방향까지 제시해야 한다. 그 무거운 임무 속에서 과거의 인연에 머무는 온정주의가 들어설 자리는 없어야 한다. 시마에게 남은 중요한 과제가 바로 이것인데 늘 여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공감의 능력 위에 이제 비정한 마키아벨리즘의 기교가 얹혀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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