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 상무 6 - 완결
히로카네 켄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사람은 서 있는 높이에 따라 시야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과장에서 출발해 이제 상무까지 올라간 시마의 시야는 이제 일본 열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편에서 주 대상으로 삼은 지역은 중국과 인도다. 친디아, BRICS 라는 신조어가 주변에 때로는 펀드의 이름으로 아니면 발 빠른 경영 트렌드 도서의 제목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매한가지 원리다.
작가가 취재하고 작품화 한 다음 한국에 번역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저자의 통찰도 몇 년 전에 얻어졌으니 꽤 빠른 편이다. 이를 곧이 곧대로 믿어 주어 친디아 펀드에 투자했다면 한때 제법 좋은 수익율을 보였을 것이다.

대상이 넓어진 것 이외에도 시마의 주 관심사는 국가 혹은 기업간의 경쟁에 많이 놓이게 된다. 그때 주요한 경쟁자로 떠오르는 기업들이 한국의 삼성과 LG라는 점은 감회가 새롭다. 중국에서도 인도에서도 일본 기업보다 더 적극적으로 더 발빠르게 한국기업들이 움직이고 있다. 저자가 우려할수록 독자인 한국 사람들의 기분은 좋아진다.

한때 세계를 흔들며 위세 당당하던 일본 기업의 입장에서 억울할 따름이지만 작가의 시선은 매섭게 그 원인을 추적해간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곰곰히 묻는 주인공에게 답은 몇가지 갈래로 주어진다. 일본 기업은 내부에서 과도한 정치 게임을 벌였고 고객에게 본질적 가치를 주기보다는 기존의 방식에서 약간 변화되는 모양새만 취했다. 덕분에 진정한 혁신 보다 답보를 하면서 시간을 소모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멈추어 서 있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부분은 경쟁자들이 한발 더 빨리 움직였다는 점이다.

나도 이 대목에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런 문제는 한국기업에게는 해당이 없을까? 답으로 삼은 것은 조직의 나이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명제였다. 단카이세대 바로 시마가 상징하는 전후 대규모 베이비붐의 결과인 집단이 오늘의 일본 기업의 중추였는데 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활력있게 일할 때 보여주던 성과가 미래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가져가면서 푹 꺼져버린 듯한 느낌이다.

중국과 인도가 활력을 유지하는 것은 만화에서 묘사되듯이 사회주의의 굴곡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뛰어다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는 해와 떠오르는 해의 간단한 대조는 이렇게 보여진다.
그럼 한국은 과연 떠오르는 해로만 취급될 수 있을까? 88만원 세대라는 비참한 현실이 더 이상 눈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만화에 가십으로 인도에서 뛰어다니는 일본 청년의 모습이 나온다. 별 신통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은 친구지만 그래도 그는 세계를 무대로 자기의 꿈을 펼쳐보겠다고 용기있게 걸음을 나선다. 이라크에서도 그렇게 뛰어들었다가 자신의 목숨을 잃은 청년이 있지 않았던가? 또 한비야의 소설에 보아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다양한 일본 청년들이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한국에 비해 훨씬 먼저 세계화를 시도했고 타 문화에 대해 보다 성숙된 입장을 보일 수 있는 집단이다.

시마는 이런 사업의 현장에서 적합한 해결책을 내어 놓으려고 고심한다. 그 답의 하나는 현지화다. 중국에 파견된 일본 직원들의 수를 줄이고 성공한 한국기업 혹은 중국기업들에게서 배운다. 과거의 인간관계에 얽혀 고비용 구조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물론 그 결과 하청업체 사장이 자살하는 비참한 결과도 보여주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통찰은 고스란히 국가간의 경쟁에 반영되어준다. 덕분에 시마에게는 또 다른 길이 열릴 것 같다는 뉘앙스를 주게된다.
작가가 만들어낸 또 다른 작품에 <정치 9단>이라는 수작이 있는데 주인공 생김새도 비슷하다.

다 읽고 나니 내게도 몇가지 영향을 주었다. 하나는 호연지기다. 이렇게 넓은 세상을 무대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굵직굵직한 일을 처리하는 시마가 부러웠다. 나도 이렇게 되려고 한층 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다른 하나는 보다 작은 것이지만 두 곳을 확실히 가보고 싶게 해주었다. 인도에서는 타지마할, 중국에서는 구채구. 장소의 매력을 확실히 드러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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