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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프로그래머
임백준 지음 / 한빛미디어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미국과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 차이는 어디서 올까?
매번 소프트 경쟁력을 국가에서 강조하지만 실제 추진을 지켜보면 공허한 구호가 아닌지 안따까운 느낌이 든다.
그 핵심에는 역시 최고의 프로그래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는 점이 근본문제로 놓여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점에서 예외적인 존재다.
한국 출신이지만 미국에 정착했는데 그 과정은 한국에서 최고 학부의 교육을 받고 유학을 떠나 미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현지에 취업해서 정착한 케이스다.
전문 프로그래머로서 난이도 높은 월가에서 금융프로그래밍을 하며 캐리어를 쌓아나간다.
일하랴 가족 돌보랴 바쁜게 뻔히 보이지만 틈틈이 블로그 운용하며 책도 낸다. 벌써 여러권 되는데 하나 하나가 스타일이 다르게 만들어진다.
이번 책에서는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꽤 두텁게 한권을 만들어내었다.
지난번에 만들어진 책에는 구글에 job 구하는 스토리가 들어가더니 이번에는 아예 한편을 통채로 채웠다.
그리고 아마도 주인공은 저자 본인의 체험에서 많은 부분을 따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주변의 인물들 다수는 평소의 세밀한 관찰의 산물이 아닐까?
차이를 알아야 차이를 즐긴다고 하는 말이 있듯이 코드 한 두줄이 퍼포먼스에 영향을 끼치고 이 것이 다시 소프트웨어의 결정적인 경쟁력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흔히 적당히 짜도 하드웨어에 때려 박으면 넘어간다는 식의 우격다짐식 해법이 나온다. 이는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떨어뜨려서 고급 엔지니어의 배출이 더 어려워진다. 덕분에 값싼 풀빵찍는 듯한 low-level의 반복적인 기술만 요구되며 프로그래머의 평균 임금을 저하시킨다.
다시 여기에 따라 엔지니어의 신규 양성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최고를 대우하지 않으면 전체 조직의 수준이 올라가지 못한다는 진리를 망각한 운용이 한국 최고라고 주장하는 소프트웨어 대표 기업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 결과 ERP 바람에 의해 최고의 기업에서 제품을 만들어보았지만 참패를 거두게 된다.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데이터모델링 부문에서 탄탄한 기초를 쌓지 못했기에 나중에 개발한 내용들이 사상누각처럼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저자가 볼 때 최고의 프로와 적당한 아마추어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도자기 제작에 비유하면 보통 사람들은 시장에 팔기 바쁘지만 명인이라면 약간의 흠이 있더라도 깨어 버린다.
코드 늘어놓고 대충 돌아가는 모양 확인하면 덮고 집에 가기 바쁘다면 절대 발전은 없다.
더 해서 실패를 잘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지적받으면 얼굴을 붉힌다. 하지만 그 순간의 아픔을 그냥 잊거나 무시한다면 발전이 없다. 아픔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빨리 시인하고 정확히 대책을 세워서 다음에 다른 모습으로 나와야 한다.
또 양을 설정하고 들볶기 바쁜 문화에서는 절대 구글처럼 창의적인 작품이 나올 수 없다. 적어도 20% 이상 개인에게 자유시간을 할당해 개인적인 창의력을 발휘할 여유를 주지 못한다면 새폽게 깊이를 담은 제품을 만드는 문화로 가져갈 수 없다.
그 먼 뿌리에는 교육이 놓여 있다. 한국의 교육은 단기간 집중해서 암기를 잘 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그런 풍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저자도 미국에 내려서는 창의적인 질문을 하는데 익숙한 교육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가난한 나라의 젊은이들에게는 꿈이다. 인도의 똑똑한 학생들은 무조건 이과에 가도록 강요된다고 투덜대는 대목도 나오지만 막대한 자본 투하가 필요한 제조업의 육성 보다는 소프트웨어 분야가 훨씬 빠른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국제간 분업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 아마 저자의 성공은 한국의 심야에 고민하는 젊은이 나아가 휴전선 너무 북한의 꿈꾸는 대학생들에게도 훌륭한 모델로 남지 않을까 기대된다.
어느날 고향에 돌아와 또 경의선 철도 타고 북한까지 넘어가 학교들에서 후학들에게 멋진 강의 하는 모습을 기대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