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토미 히데요시 3
사카이야 다이치 지음, 임희선 옮김 / 가야넷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소위 중세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시기가 중국은 5대16국, 조선은 고려말, 일본은 전국시대가 될 것 같다. 이 시대의 특징은 지역적 분권, 노역에 의한 봉사 - 바꾸어 말하면 강제력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 호족의 득세 등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말미에는 힘에 의한 충돌과 함께 불신이 나타난다. 믿자고 하면서 서로 믿지 못한다.

한쪽에서는 영원한 내세를 추구한다고 종교가 성해지는데 정말 신앙심이 두터워지는 것인지 아니면 세속의 권력화된 불단에 돈을 바치는 것인지 앞뒤가 바뀌기도 한다. 이 틈새를 치고 예수교가 들어와 버린다. 나중에 김훈의 칼의 노래를 보면 야소교를 믿는 표식이 나타나기도 하고 남묘호랑객의 염불을 외는 왜승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여간 믿지 않는 상황에 대해 나온 해결책이 의제 관계의 설정인데 결혼으로 포장된 인질의 교환 혹은 부자, 형제 관계의 설정이다.
중국의 경우 안록산 등은 수백명의 가짜 아들을 두었다고 하는데 일본의 경우에서는 정략결혼이 많이 행해졌다. 딸들은 소모품이었고 쉽게 버려졌다.
이 책에서도 그런 일은 많이 나타나는데 오다의 경우 부하들이 인질로 삼아 끌고 온 항복한 장수들을 쉽게 처형해버린다. 본인이야 대의에 의해 만들어진 합리적 의사결정이라고 주장해도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가까운 인척의 손실에 의한 천추의 한이 만들어진다.
결국 마지막에 배신을 하고 자신을 죽이려고 덤비는 미쓰히데의 경우 어머니를 그런 결정에 의해 잃어버린 것이 결정타였다.

히데요시는 이런 난국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자신의 자식이 없다는 점을 역으로 활용해서 오다의 아들을 양자로 끌어들였다.
약점을 장점으로 뒤집는 순발력을 발휘한 것이다.

미쓰히데가 허겁지겁 오다를 죽이는 것은 후일 한국에서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이는 것과도 유사하다. 아주 치밀한 준비는 없었고 소수에 의한 거사였으며 나름대로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패한다.
체제는 체제 나람대로 지속력이 있다. 그냥 원래의 방식으로 굴러가기 마련이다.
이를 완전히 뒤집으려면 보통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가장 앞 줄에 히데요시가 있었다.
늘 천민출신이라고 만만하게 본 상대였지만 이렇게 빨리 달려올지는 몰랐다.
난세에서는 느린 것은 죄다. 빠른 자가 강한 자가 된다.
그리고 강한 자는 옳은자다.
김재규를 체포하고 심문한 전두환이 대세를 장악하는 중요한 교두보를 만들었듯이
히데요시 또한 명분과 실리 두 측면에서 모두 대세를 장악해간다.

막상 세상을 다 장악한 히데요시라도 문제는 있었다.
진심으로 오다에 대해 보은을 한 것은 아니다.
오다의 복수를 하지만 결국 권력을 쟁취하고서는 오다의 아들들을 하나씩 처리해나간다.
비정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푸념과 함께 하지만 어쩌랴 나중에 이에야스가 자신의 하나뿐인
혈육에 대해 똑 같은 보복을 하는 것을.
거봐라 너도 그랬잖아 하면서...

어찌 보면 세상은 서로 끊임없이 죽이게 되는 아비규환인지 모르겠다.
그 속에서 아비를 잃은 어린 자식이 무사를 삼아주겠다는 히데요시의 권유를 뿌리치면서
무사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으니 차라리 상인이 되겠다는 절규에 가까운 메시지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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