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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애장판 1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커먼 바다 위에서 기름을 뒤집어쓰고 죽어가는 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언뜻 머리를 스친 상념은 과연 인간이 좀 더 편하게 살고자 주변을 얼마나 황폐하게 하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더 많은 고기를 위해 우리는 산을 베어내고 농지를 늘려 옥수수를 키우고 소를 늘리다 보니 여기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다시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킨다.
여가를 위해 자동차를 늘리니 기름을 비롯한 화석연료는 급속히 고갈되고 대기는 점점 탁해진다.
이 대목에서 지구 상에 사는 다른 존재들이 물음을 가지지 않을까?
“인간이 지금보다 1/100로 준다면 인간이 내뿜는 독도 그만큼 줄지 않을까?”
이 만화에서 나오는 괴수들은 인간을 잔인하게 취급한다. 하나의 먹이의 대상으로 보고 탈취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살려는 노력은 절박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시각을 조금 바꾸어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육식 맹수의 눈으로 인간을 보아보자. 아마 똑 같이 나타날 것이다. 고프니 먹어야 하고 눈 앞에 대상이 나타날 것이다.
내가 남에게 하는 짓을 남이 나에게 한다고 탓만 할 수는 없다. 그 방식으로는 보편적인 존재들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좀 더 낮은 존재로 내려가기 위해서 인간은 보다 강한 존재를 상정할 필요가 있다. 신이 죽은이후로 인간은 겸손을 잃어버렸다. 핵과 생명과학 등 자연을 알아가면서 그 자연의 원리를 조작하면서 뿌듯해하지만 그 힘으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핵폭탄을 만들었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과연 인간은 더 똑똑해지고 더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면 보다 겸손해지고 더 많은 지혜를 얻는 쪽이 중요할 것인가?
한국의 조선산업이 호황을 누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유럽에서의 유조선 사고였다. 이때 2중선체가 의무화 되면서 조선업은 대박을 내게 되었고 피델리티의 김대우 펀드매니저는 막대한 수익을 냈다고 한다. 거제도의 호황, 땅 값의 폭등 등 많은 수익이 여기서 나왔지만 정말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지는 못했다.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어 안 보이는 것의 가치, 특히 미래의 모습이 주는 가치는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IT,통신 강국에 온갖 업무 혁신으로 자화자찬했지만 행정 서비스나 인프라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노무현도 아마 해양부 장관 거치지 않았나? 어리석은 관료들 스스로가 일한다는 티를 내기 위해 만드는 잡다한 시스템들, 일하는 원칙을 세우지 않고 나와바리만 고집하는 인간들이 시간 소모하게 만든 일에 대해 더 한심함을 느낀다.
그들은 대부분 why에 대한 질문 없이 how만 강조했다. 겉으로 번지르르 하게 만들었지만 정말 왜 이 일을 해야 하고 어떤 가치를 거둘 것이냐에 대한 질문이 없었다.
거대한 제국 소련이 체르노빌에서 자괴감을 느꼈듯이 이번 일은 분명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뼈 아픈 충고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