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햄스터 엄마예요 꿈꿈이의 자연학교 3
손정혜 지음, 윤정주 그림 / 느림보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작고 예쁜 햄스터.
하얗기도 하고 까만 줄이 있기도 한 쥐새끼 같은 귀염둥이.

하지만 너무 빨리 늘어난다.
암컷 하나가 예민해지더니 어느새 다섯 마리를 낳아버렸다.
한참 분주해지면서 우리를 늘리고 싸우지 않게 무리를 지어 나누어 놓고 하면서 바쁘게 지냈다.
먹이가 부쩍 느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쥔장의 게으름으로 바닥 청소가 제 때 안이루어지면 이것들이 찍찍댄다.

일거리 늘어난 엄마의 고민을 아랑꼿않고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동물인데 거리를 두지 않고 손위에서 놀아주는 것도 신기하고 바닥에 풀어 놓으면
삽시간에 사라져버리는 솜씨도 놀랍다.
숨밖꼭질 한다고 사방대를 돌아다니며 나와라 햄스터, 배고프지 나와라 외치는 아이의 모습.
이러다 굶어죽으면 어쩔까 걱정하는 것이 아이의 마음이면
아무곳에나 배설해놓으면 치우기가 쉽지 않겠구나 하는 것이 엄마의 고민이다.

정이 꾸준히 늘다보니 여름 휴가를 다녀오는 차 속에서도 아이들은 햄스터 먹이 걱정을 꾸준히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덜컥 암컷이 두번째 임신을 해버렸다.

암컷은 암컷대로 칼슘이 빠져나가 휘청댄다. 젖도 첫번째 보다 많이 나오지 않으니
새끼들은 배고프다.
무려 15마리가 되자 이제 엄마도 지쳐버린다.

마침 자포자기가 되어버린 엄마는 중대결심을 하게 된다.
커진 새끼들 중 얼마를 판 곳에 다시 갖다 주자.

햄스터 우리 주변에 사진기가 놓인 걸 보니 아마 새끼들과의 우정을 기록으로 남기려 했나보다.

그리고 출근 하고 돌아온 내 주변에 이제 조용해진 우리, 팽팽 돌아가던 바퀴도 멈추고
심드렁해진 숫놈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암놈 또한 새끼들의 메달림에 이제 지친 얼굴이다.

뒷이야기는 어떠했을까?
그렇게 썩 좋은 결말은 아니었다.
팔아치운 할인점에서는 이제 너무 커서 받지 못하겠다고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갔다가 지쳐버린 엄마는 문 앞에서 길가는 사람들에게 분양을 했다.
제법 귀엽게 생긴 두 마리는 팔려나갔지만 아쉽게도 나머지는 산에 방사를 했다고 한다.

늘 우리를 넘어가고 사방대로 뛰어다니고 싶어했던 햄스터.
이제 아무런 굴레도 없는 숲에서 뛰어다니며 기뻐했을까? 아니면 잠시 달려가는 기쁨이 사라지면서 배고픔에 지쳐버렸을까? 주변의 천적들 속에서 보내는 차가운 밤은 어떠할까?

헤어짐이 있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잠시나마 정을 준 동물인데 이렇게 떠나보내는 것은 너무 아쉽다.
아쉬움을 담아 글을 남겨보지만 그래도 속이 무척 상한다.
아이들이야 마음 상할까봐 진실을 이야기 못해주었지만 실상 세상은 그렇게 냉혹한 것이다.

어느 덧 영화 한 대목이 생각난다.
스필버그 감독의 AI 라는 작품이다.
지능형 로봇을 데려다가 아이로 대신 삼아 키웠지만 진짜 아이가 돌아오자 갈등이 만들어져
버리게 된다.
만들어진 공장 앞에서 그냥 보내면 파괴될 줄 알기에 풀어주기만 한다.
그 아이는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어미를 찾아 나선다.

어찌 보면 우리 같은 현대인들도 부처님의 눈으로 보면 AI의 로봇이나 햄스터 정도가 아닐까?
키워져서 이쁨도 받지만 소용이 없어지면 냉혹한 세상으로 제발로 살아가라고 내보내지는
현대판 직장생활이 햄스터의 삶이 되지는 않을까?
귀여움 받는다고 먹거리 남이 준다고 너무 좋아하지는 말자.
배나오고 머리 빠져서 이쁨이 사라져가면 떠날날이 멀지 않구나 생각 된다.

그런 동변 상련이 나와 작은 동물 사이에도 머물게 된다.
부디 다음 세상에는 더 나은 동물로 태어나렴. 이왕이면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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