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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경제학 - 30대를 위한 생존 경제학 강의
유병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워낙 인기가 많은 책이었다. 쉽게 쓰여졌고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이 잘 담겨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살펴보았는데 쉽게 만들어졌다는 부분은 동의할 수 있었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한 부분 빼놓고는 그렇게 기대만큼 수준이 높거나 참신하다는 생각을 가지기 어려웠다. 그 한 부분은 바로 재벌의 지배구조 관련 분석이었다.
왜 SK가 외국자본에 공격당하는지 삼성의 공정위 조사가 어떠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지 LG는 지주회사로 가게 되었는데 다른 기업들은 쉽게 못 따라가는지 등을 깔끔하게 다루었고 설명 또한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백프로 동의하기는 어려운 대목들이 있었다. 나는 LG의 경우 기업의 지배구조가 분산형이고 의사결정 구조는 합의형이라고 생각한다. 두개의 가문간의 연합은 서로를 조심스럽게 대우하게 되고 외형적으로는 人和라는 가치를 내세우게 된다. 이는 큰 목소리 안나고 무던하게 산다는 점에서는 맞지만 도전적, 창의적이라는 가치를 포함해내기는 어렵게 된다. 더불어 오너 일가의 경영에 대한 골고루 참여는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경영자에 대한 꿈을 줄이게 된다. 삼성에서 진대제,황영기 등 스타 CEO가 연달아 나오고 사회적으로 큰 몫을 할 수 있는 반면 LG 출신으로 그런 사람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 또한 지배구조와 밀접히 연관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기업이 사람이고 그들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이 기업문화라고 하면 삼성과 LG의 장단점이 구분된다. 그 결과는 LG에게는 억울하지만 2등 문화로 이어지게 된다고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대목에서 쉽게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외향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그렇다.
애니콜을 고르실래요? SK텔레콤을 고르실래요? 아니면 LG브랜드를 원하십니까? 물어서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어떤 지배구조가 선진형이라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최근 끝낸 독서가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였는데 그 마지막이 민주정의 아테네가 스파르타에 참패하게 되는데 마지막 패인은 승전한 해군사령관 8명을 민회에서 처형해버린 덕분에 해군이 최종적으로 몰락한 것이었다. 아마 소크라테스의 사형도 같이 기억할만하지 않을까?
하여간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결론을 쉽게 낸다. 쉽게 쓰여졌다는 점이 독자에게 편하게 다가간다는 장점을 주지만 결론 조차 쉽게 낸다는 것은 자칫 오독의 소지가 있게 된다.
그런 예로 하나만 더 들자면 레이건 시절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놓고 별 성과가 없다고 지적한 부분이 있다. 세금을 깍아서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일견 사기성 짙은 정책이지만 그와 함께 항공,통신 등 각종 서비스 부문의 경쟁을 촉발시켜 오늘날처럼 저가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씨티은행과 같은 거대한 금융 공룡을 만들어 전세계를 공격하게 만든 것이 다 레이건의 정책에 기초함이었다. 비록 그 공룡에 쉽게 밟히지 말자고 한미FTA반대를 앞에 내세웠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레이건의 공로를 그냥 무시할 수는 없다. 싫어하더라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따라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의 경우는 그냥 별 성과 없었다 이런식의 한마디가 툭 던져질 따름이다.
덕분에 결론적으로 보면 쉽게 읽히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니 자기 생각을 반드시 거쳐서 소화해내도록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