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11
하츠 아키코 지음, 서미경 옮김 / 시공사(만화)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건 하나가 있다.

아이의 몸에 머무는 호신부도 있고 집안에 잡귀를 들이지 않는 수호신 역할을 하는 것도 있고 오랜기간 고향을 안내해준 기모노의 벚꽃 무늬도 있고 집속에 틀어 박힌 여인의 친구가 되는 완롱물도 있다.

이름난 장인이 정성을 들여 만들었고 거금을 주고 사게 된 사람에게서 쓰이여 한없는 아낌을 받았다.

주인은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만큼 너도 나를 좋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여러 번 묻는다.
한해 두해 그리고 수십 수백년을 이어 오다 보니 드디어 피그말리온 효과일까 그 물건에 드디어 마음이 깃든다.

돌보다 짧게 사그러들어야 하는 인간의 삶이라고 하면 어느 날 자신을 아끼던 손이 사라지고
아예 넘어가 다른 손에 의해 만져지지만 그 건넴이 자본주의에서 말하는 일종의 거래인지 아닌지
그들은 관심이 없다. 단지 만지는 손의 따뜻함을 보면서 과연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인지
되묻는 것이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와서 물어본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는지 하고.
그래서 그들은 정령이 되어버린다.

정령이 머무는 물건들인 귀한 골동품을 모아 놓은 가게에는 주인과 손자가 있다.
손자의 눈에는 그 정령들이 보인다. 아마 백귀야행의 주인공들 처럼 말이다.
정령들은 다 사연을 안고 있다.
행복을 함께 하는 마음도 있지만 상당수는 주인의 불행을 막고자 함이다.

그 정령들과 함께 인간사의 여러 면모를 풀어나가는 것이 주인공의 역할이다.
막상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그 자신 거대한 힘과 권위를 발휘해서 활약을 하지는 않는다.
그의 역할은 일종의 메신저다. 세상 바깥과 안쪽을 오가며 두 세계에서 서로 주고 받고 싶은
말을 전한다. 대체로 바깥에서 안쪽에 하고 싶은 말이지만 말이다.

내가 너를 위하는 마음이 이렇게 강할진대
너무나 답답하구나 당신이 나를 계속 무시한다면 결코 좋지 않을 것이야 하는 메시지가 다수가 되어버린다.

그 말을 전함으로써 갈등을 줄이거나 없애버린다.

물론 메신저 역할이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전장의 사신이 때로 목숨을 잃는 위험에 놓이듯이
주인공 또한 현세의 칼부림 속에 휘말리거나 이승의 요괴의 마술에 걸려들기도 한다.
그래도 거기서 끝내지 않고 계속 이어가 한권 한권이 새롭게 나오게 된다.

백귀야행과 굳이 비교하자면 이 작품은 골동품 가게 중심이라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한정된다는
점이 아쉬움을 준다. 전체적으로는 약간 더 백귀야행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하나 더 찾아본다면 <펫숍 오브 호러스>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동물에 깃든 설화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 나아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들 이런 것들로 이어지는 작품
말이다. 약간 더 나아가본다면 아마 <갤리리 페이크>는 어떨까? 가짜 작품들이 나온다는 점 가끔은
진짜도 나온다는 점. 돈이 되고 인간들이 거기에 집착한다는 것 때문에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