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1
Issaku Wake 지음 / 거산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작은 여자 하나가 굳게 결심한다.
나는 내 성을 쌓고야 말겠다.
이를 위해 그녀는 발판으로 자기 몸을 삼고 긴자의 호스테스가 되었다.

작은 남자 하나가 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먹고 살기도 힘들어 대가의 가장 말단 몸종으로 들어갔다.
그는 주인의 신발을 지키는 임무를 맡게되었다.
어느날 신발이 따뜻한 것을 본 주인이 이놈 너 내 신발을 깔고 앉았구나 하고 질책하였더니
답 하기를 그 신발을 가슴에 품어서 이렇게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결국 성을 쌓을 수 있었는데 바로 최초의 천하통일을 이루고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다.

서비스 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주어진 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절대 아니다.
결코 몸을 파는 것도 혹사 시키는 것도 답이 아니다.
그 보다 도요토미의 일화처럼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의 가치를 부가해주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피곤한 남자들이 있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고 머리가 지근 거리는 상태로 지쳐있다.
이들에게 무언가 휴식이 필요할 때 찾는 공간이 있다. 바로 술집이다. 물론 술집도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
술의 가격에 따라 나뉘고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나뉜다.

그 중 가장 비싼 곳은 역시 가장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파트너로 나오는 곳들이다.
그 때 파트너들에게 바라는 남자들의 기대는 무엇일까?

이들 종사자들은 한때 화려한 생활을 하게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는 못하다.
벚꽃처럼 잠시 피었다가 지나가버리는 그런 시간이다.
우르르 몰려들어왔다가 번호로 불리우다 선택되면 앉고 선택되지 못하면 앉지 못한다.
불리우는 횟수가 줄어들면 결국 떠나야 할 때가 오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삶의 한가운데서 꾸준히 남아 한자리 한자리 올라가는 인물이 있다.

이 대목에서 잠깐. 서비스업 중에서 호스테스와 가장 유사한 직종이 바로 컨설팅 업이다.
내가 아직 신입사원때 세계적 유수한 기업의 부장님이 우리의 부장님에게 한 말이였다.
나는 포주다.
꽤나 충격으로 다가온 이 말이 아직도 뇌리에 스치지만 정곡을 찔렀던 촌철살인의 한마디다.
컨설팅도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자신의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남에게 헬프만 하다가
시간 지나면 떠나야만 한다.

오래 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여럿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정보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남과 다르게 돈을 가진 사람과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서로 연결짓는다.
파찡고 물주에게 당시 민영화 때문에 추가 수익이 필요해서 민자역사를 개발하던 일본철도의 땅을
서로 연결짓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줏어 듯는 말 하나를 그냥 흘리지 않고 정보로 전환시켜 부가가치를 만든 것이다.

한국에도 그런 인물들이 있다. 예전에 박철언 재판기록을 보면 당시 그가 잘가던 술집에서
남과북의 밀사를 하면서 파악한 정보를 자랑스럽게 여자에게 늘어 놓는 대목이 나온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상대의 역량 나름이다. 혹 모르나 대북사업에 열중인 모 기업가에게
슬쩍 흘리면 상대방에게는 엄청난 사업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마치 박정희가 한강의 댐 건설을 정주영에게 지시하자 막바로 돌아와서 한강 이남 땅을
마구 사들인 것처럼 말이다. 지금 그 자리들이 대체로 현대의 아파트가 들어선 명당들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서비스 업 종사자들이 해야 할 일은 같이 있는 사람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다.
나의 지인 중에는 항상 커프스 버튼을 하고 깔끔한 복장으로 자신을 가꾸는 남자분이 있다.
본인 스스로의 얼굴이 미남이기도 하지만 항상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답이 왔다. 함께 하는 사람들을 빛내주기 위해서라고.
이렇게 비유하면 실례가 되겠지만 호스테스의 자세도 엇비슷하다.

내가 이뻐서 아니 학교를 잘나와서 연봉이 높아서 나를 대접해야 한다. 이렇게 주장하면 그는 바보다.
누가 비싼돈을 내고 컨설턴트를 쓰고 호스테스를 부르고 하는 이유가 그들을 대접하기 위함인가? 절대 아니다. 다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가 만들어지기를 바람일진대 이를 깨닫지 못한다면 수명은 매우 짧다.

자기 자신 스스로를 정리했다면 다음은 남을 이해하고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래야 조직이 만들어지는데 이 방면에서 도요토미는 매우 탁월한 인물이었다.
여럿을 두고 그 각각이 다시 여럿을 두면서 조직이 커져나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봉건제의 본질이다.
컨설팅도 호스테스업도 비슷한 조직화가 이루어진다. 파트너라는 제도는 마담과 비교되고. 서로 서로를 견제하면서 거대한 인간의 탑이 만들어진다.

그 거대함이 결국은 하나의 성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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